[김경희의 노동세상] (45) 겨울철 한랭 질환 대비, 사업주의 제도적 보장 함께

오늘도 굉장히 추운날씨다. 도로가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드세 체감온도는 더욱 낮다. 하지만 이런 날도 어김없이 오전 6시가 되면 청소차량 도착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왔을 경우 제설을 담당하는 노동자는 더 바빠진다. 건설노동자, 물류하역노동자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받는 날씨이다. 기후 위기로 제주에까지 북극한파가 몰려오고 있고 이상 기온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1월 한파경보시스템 도입이후 최초로 57년만에 제주에 한파경보가 발효되었다고 한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열사병 등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한파의 상황에도 옥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의 위험이 발생한다. 노동안전에 있어서 사업주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한랭작업시의 사업주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데 한랭작업의 범위를 냉동고내 작업‧드라이아이스 취급 작업 등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한파시 노동자의 보호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겨울철 한랭 질환에 대비하는 것은 결코 노동자의 예방활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업주는 그에 따른 휴식시간 보장과 휴게시설과 방한도구 제공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러한 상황에서 겨울철 옥외작업자의 한파에 대비한 보호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 1월 한파 속에서 경기 쿠팡물류센터에서 상품 분류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한파는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영향을 미친다. 택배 상하차 작업공간은 물류트럭을 댄 상태의 오픈된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옥외 작업과 다름이 없다. 여름철 폭염으로 위협받는 건설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은 건설노동자도 한파로 인한 각종 질환의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고용노동부는 한파에 노출된 노동자의 안전을 대비한 '한랭질환 예방가이드'를 정하여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이드라인은 한파특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한파특보의 기준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15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되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15도) 이상 하강하여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경보)가 발표된다. 제주에도 한파경보가 발표되고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해 겨울에 점점 극한 추위를 맞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바람이 많은 제주는 강한 바람으로 인하여 체감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오늘(2월 18일) 예보된 제주시 날씨를 기준으로 하면 오전 11시경의 날씨가 1도이지만, 풍속은 36m/s로 이를 반영한 체감온도는 –10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불고 있는 고산지역의 체감온도는 더 낮다.

겨울철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으로는 저체온증‧동상 등 알려진 질환을 비롯하여 한파가 이유가 되어 발생한 사고 및 질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굳어진 작업자세로 인해 넘어짐등의 사고로 이어지거나 고령자‧고혈압 질환자 등 한랭질환 취약자의 경우에는 또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경우 옥외 작업자들에게는 3가지 환경이 요구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따뜻한 옷(방한장구), 따뜻한 물, 따뜻한 장소(휴식)이다. 이를 위해 한파특보가 발효된 경우 사업주는 따뜻한 시간대에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계획과 휴식시간 배분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상 구체적인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평상시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자주 갖으라는 의미이다. 또한 사전에 옥외 작업자를 대상으로 저체온증, 동상 등의 한랭 질환에 대한 인지와 응급처치 요령 등에 대해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몸의 떨림 등은 저체온증의 증상이 된다. 사업주는 옥외 작업 가까운 곳에 따뜻한 휴식 장소를 제공하고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물과 음료를 제공해야 한다. 손난로 핫팩 등의 보온용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고혈압‧뇌심혈관질환자 등 한랭 질환에 취약한 작업자와 힘든 작업을 하는 노동자를 미리 확인하여 한파가 심해지는 경우 휴식시간을 추가로 배정하거나 작업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기상청에서는 한파특보 발표시 일 최저기온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체감온도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주의 경우는 영하의 기온은 쉽게 관찰되지 않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경우에는 실제 체감온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2020년부터 여름철 폭염특보에 있어서 최고기온이 아닌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변경했다. 실제 습도가 높으면 온열질환 등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다행한 일이다. 한랭 질환의 경우에도 풍속을 반영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노동자 건강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겨울철 한랭 질환에 대비하는 것은 결코 노동자의 예방활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업주는 그에 따른 휴식시간 보장과 휴게시설과 방한도구 제공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 한 지자체의 경우 휴게실 확보가 어려운 야외 건설 노동자에게 혹한기 노동자 이동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파에 대비하는 노동자의 보호는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9조(고열작업 등)
② “한랭작업”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의 작업을 말한다.
1. 다량의 액체공기ㆍ드라이아이스 등을 취급하는 장소
2. 냉장고ㆍ제빙고ㆍ저빙고 또는 냉동고 등의 내부
3. 그 밖에 고용노동부장관이 인정하는 장소

제560조(온도·습도 조절) 
① 사업주는 고열ㆍ한랭 또는 다습작업이 실내인 경우에 냉난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하여 적절한 온도ㆍ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작업의 성질상 온도ㆍ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여 별도의 건강장해 방지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63조(한랭장해 예방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한랭작업을 하는 경우에 동상 등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한 운동지도를 할 것
2. 적절한 지방과 비타민 섭취를 위한 영양지도를 할 것
3. 체온 유지를 위하여 더운물을 준비할 것
4. 젖은 작업복 등은 즉시 갈아입도록 할 것

제566조(휴식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고열ㆍ한랭ㆍ다습 작업을 하거나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17. 12. 28.>

제567조(휴게시설의 설치)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고열ㆍ한랭ㆍ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②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여야 한다.  <신설 2017. 12. 28.>
③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 고열ㆍ한랭 또는 다습작업과 격리된 장소에 설치하여야 한다.  <개정 2017. 12. 28.>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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