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도민의견 존중…찬성 뜻도 헤아려야” vs 국민의힘 “무효화할 수준 아니” 불복 선언

제주도의회 김희현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오영희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제3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진행된 제주도의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가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도민의견 존중, 갈등 종식”에 방점을 찍고, 제2공항 찬성 의견의 기저에 깔린 ‘경제’ 문제에 주력할 것을 도정에 주문한 반면,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결과가 제2공항 사업 자체를 좌초 또는 무효화할 수준은 아니”라며 사실상 ‘불복’을 선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특히 다수당 중심의 의회운영과 관련해 후반기 원 구성까지 끄집어내며 “민주당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주당 일당 독재에 견제가 필요하다”며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데 화력을 쏟아 부었다.

제주도의회는 2월22일 오후 2시 2021년도 첫 의사일정인 제3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진행했다. 11대 의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교육의원들로 구성된 ‘미래제주’ 등 3개의 교섭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이날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지역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여·야의 인식은 예상치를 뛰어넘을 만큼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 “제2의 강정 우려한 위대한 도민의 힘”…국힘 향해 “생각의 차이 인정할 때”

김희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제주의소리
김희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제주의소리

김희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는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도민들을 대상으로 그 뜻을 모아 정리해나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공론조사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결과가 어떠한 지를 떠나 4.3의 비극으로 초래된 이념 논쟁을 시작으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찬·반 대립의 극심한 갈등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이 이 과정을 이끌어왔다”며 ‘위대한 도민의 힘’이라고 평가한 뒤 제2공항 갈등을 끝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서 ‘제2공항 찬성운동’에 직접 뛰어든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소위 정치를 한다는 분들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며 “제주를 위한 마음은 같으나 그 방법과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은 결과를 인정해야 할 시간”이라며 ‘여론조사 결과 승복‘을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록 반대에 밀리긴 했어도 ‘찬성’한 도민들의 뜻도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불이익을 감수해온 직접적 당사자들의 마음을 보듬고, 29세 미만의 청년층 응답자와 학생·자영업 직업군에서 찬성 의견이 높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경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제2공항 찬성 입장에서는 건설비용 투자를 통한 단기적 지역경제 활력 제고, 항공인프라 확장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제고, 관련 상권 형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이는 제2공항 건설 여부와 상관없는 도정에 남겨진 오래된 숙제다. 보다 시급하게 이 같은 숙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6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이 담긴 ‘제주형 뉴딜’에 도정역량을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위기일 때 앞서서 미래를 준비해야 회복기에 확실하게 도약할 수 있다는 원희룡 지사의 말이 도민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경제, 산업 로드맵을 증명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해서는 “지사께서 ‘경제’와 ‘방역’을 포기한 반면 ‘지사’와 ‘대통령’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성공할 수 있다는 이중적 판단에 제주도정을 움직이는 리더십과 진정성은 균열을 맞을 수밖에 없었고, 민생경제는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의미가 퇴색된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중앙에서 제주로 특정권한을 가져오는 ‘과제발굴식 제도개선’ 방식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며 “누군가 만들어놓은 규칙을 따라가는 ‘판’이 아닌 제주만의 규칙을 처음부터 새롭게 정하는 ‘판’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4.3특별법 개정과 관련, “이번 주 마지막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끝까지 결과로서 증명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되겠다”며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국힘, “통계 수치로 ‘승복’ 요구 공감 어려워”…같은 당 元지사에 “지나치게 소심” 압박

오영희 국민의힘 원내대표.ⓒ제주의소리
오영희 국민의힘 원내대표.ⓒ제주의소리

오영희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2공항 여론조사에 대해 “전체 도민 대상에서는 반대 의견이 일부 ‘우세’하고, 당사자인 성산읍 주민 대상에서는 찬성 의견이 ‘절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이는 제2공항 사업 자체를 좌초시키거나 무효화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의견은 도민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반영된 것들이다. 제주의 미래성장, 환경의 가치와 제주의 정체성, 동·서 지역별 의견차이 등은 매우 중요한 의제들”이라며 “통계수치를 근거로 ‘승복’을 요구하는 모습은 도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불복’ 선언인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오 원내대표는 “제2공항은 제주지역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핵심 인프라다. 어떠한 경우에도 향후 제주사회가 중앙정부에 연륙교통 인프라 확충을 새롭게 건의할 명분을 상실할 수 있는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며 도민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범도민협의체’ 구성을 원희룡 도정에 제안했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문제해결을 위한 혜안을 만들어내자는 것으로, 도의회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가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조사결과는 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공정관리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제2공항 사업 자체에 지나치게 소심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지사께서는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에게 갈등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며 “제2공항이 제주미래를 위한 중대한 프로젝트라는 기존의 신념을 좀 더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 일당 독재”라는 용어를 써가며 의회운영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의장은 소통과 타협을 통한 민주적 의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중립적 입장에서 의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상임위 조례심사 권한을 침해하는 직권상정과 입맛에 맞지 않는 조례 상임위 회부 거부 등 의회를 파행적으로 운영했다. 특별위원회 구성도 민주당 일색으로 구성해 본인들 뜻대로 도정을 압박하고, 의결기관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후반기 원 구성 기억까지 소환한 오 원내대표는 “상대 교섭단체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민주당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의회 내 협치는 내팽개치고 비민주적 행태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 일당 독재에 견제가 필요한 이유”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재난긴급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지원규모 330억원으로는 부족하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을 가정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원규모 확대를 위한 과감한 정책결정을 주문했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좌남수 의장은 ‘의회운영’과 관련한 야당의 비판에 “입맛에 맞지 않는 조례를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았다거나, 원 구성 과정에서 상대 교섭단체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중립적인 의회운영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지나치게 정쟁으로 몰아가는 옳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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