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지속가능하면서도 도민 삶의 질 높일 대안 찾는데 진력 다해야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가 나왔다. 제2공항 건설 논란이 5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해당 지역인 온평, 신산, 수산, 고성, 난산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성산읍민과 전체 제주도민들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제 제2공항 건설 찬반 갈등은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찬반단체와 제주도민,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와 국토교통부는 전체 도민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하자는 쪽과 철회하자는 쪽의 이유를 들어보면 모두가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제2공항 건설 찬성과 반대 진영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부지 선정과정에서 절차적 문제, 생태‧지질‧환경수용력에 대한 불일치, 개발과 보전으로 인한 이해관계 대립, 경제‧환경‧안보‧평화에 대한 관점 차이 등에서 의견이 서로 달랐다. 게다가 서로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여러 차례의 조사와 토론회를 거치면서도 어느 하나도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도민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12월 24~25일 KBS제주가 실시한 ‘제2공항 여론조사에 따른 도민인식’ 여론조사에서 ‘국토교통부는 전체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65.1%나 되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려면 여론조사를 통한 제주도민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는 데 합의한 셈이다. 

우리는 진리를 찾고 정의를 행하고 선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의 어떤 행위나 정책에서도 순선과 순악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각자의 입장에서 선과 악이 있을 따름이다. 영원불변하고 절대적인 진리와 정의와 선에 따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은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우선 무엇이 진리이고 정의이고 선이냐에 대한 합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와 정의와 선은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찾아낸 차선책이 다수결의 원칙이다. 우리가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그것이 진리이거나 정의이거나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사안에 대해서 찬반이 있게 마련이고, 공동체가 지속되고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려면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물론 민주사회에서는 소수의 의견도 참고를 해야 하고, 다수를 위해 희생되는 소수의 권익도 배려해야 한다. 

[그래픽 디자인=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그동안 제2공항 건설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그리고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서 우리 모두는 이번 선택을 수용해야 한다.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결과에 대한 불복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열을 더 키우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인=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공항 건설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충분히 알리고 찬반 양측이 충분히 토론한 후에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여러 이유로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전체 도민의 뜻을 묻는 차선책은 찬성, 반대 그리고 중립적인 도민들을 공정하게 표본추출해서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한 공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그들에게 찬반을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뤄지지 못했다. 전체 도민의 뜻을 묻는 차차선책은 공정한 절차를 통한 찬반 여론조사이다. 여론조사는 대체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점에 따라 응답을 하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이번에 이뤄진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여론 조사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었다.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도에서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도민여론 조사는 현실이 되었다.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자는 쪽과 철회하자는 쪽 모두가 자신들의 뜻(주장과 근거)을 전체 도민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진행되어야 했기에 불만족스러 했다. 하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제2공항 건설도 전체 도민의 뜻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에 여론조사를 앞두고 양쪽의 홍보전이 치열했다.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를 비롯한 찬성 단체에서는 제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 찬성해야 한다고 수많은 현수막을 내걸고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지를 돌렸다. 그리고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반대단체에서도 제주다움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를 위하여 반대해야 한다는 현수막과 전단지를 붙이고 칼바람을 맞아가며 성산읍과 서귀포시내를 삼보일배하였다. 그야말로 제2공항 건설 찬성쪽과 반대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도민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제2공항 건설 추진 여부를 묻는 도민 여론조사에서 전체 도민 가운데 표본 추출된 2000명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가 우세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찬성 44.1%, 반대 47%로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가 2.9%p 높았고,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찬성 43.8%, 반대 51.1%로 오차범위를 벗어나 반대가 7.3%p 높았다. 그리고 성산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두 조사기관 모두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하지만 표본 추출된 전체 도민 가운데는 인구비례에 따른 성산읍민의 표본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전체 도민은 ‘반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찬성쪽도 반대쪽도, 그리고 전체 도민들도 찬반 어느 한쪽으로 압도적으로 기울기를 원했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도민들의 선택은 ‘반대’가 우세했다. 이 상황에서 제2공항 건설 추진이냐 철회냐를 놓고 더 이상 갈등하는 것은 제주도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아쉬움이 남겠지만 갈등 종식을 위해서는 전체 도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절차에 하자가 없다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결과에 대한 불복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열을 더 키우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제2공항 건설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그리고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서 우리 모두는 이번 도민의 선택을 수용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국토교통부에서도 제주도에서 합리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던 약속대로 도민의 선택을 수용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철회해야 한다. 원희룡 도지사는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본인의 당부대로 제2공항 추진 계획을 철회하고 제주 공동체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3명의 국회의원과 43명의 도의원들도 찬반 갈등으로 갈라지고 찢어진 온평, 신산, 수산, 고성, 난산리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속가능하면서도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찾는데 진력해야 한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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