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49) 제주의 미래, 도민이 결정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묻는 제주도민 의견수렴 절차가 끝이 났다. 제주도민의 결정은 내려졌고,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의 도민 의견 수용선언만이 남았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실무책임자의 교체로 상황파악이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도민 의견수렴의 결과를 존중하고,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제2공항 논란은 종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미래, 도민이 결정했다

제주도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기까지 지난 5년간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예정지 발표에 이은 건설계획 강행으로 도민사회는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치달았었다. 예정지 피해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대책위는 주민 의사에 반하는 사업 추진에 반발하며 도민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을 요구했다.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해 제주도민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 및 제주지역 국회의원,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 협의에서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 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의회와 국토교통부, 제주도가 도민의견 수렴절차에 합의했고, 도민 공론절차로써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피해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진영에서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 공론절차를 통해 결정하자는 주장은 쉽게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을 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여론은 압도적으로 찬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사업이라는 점에서 도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섰고, 도민의 자기결정권 요구의 정당성은 높아졌다. 또한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친다면 제주도민들은 제주에 또 하나의 공항을 더 만드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드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개발과 성장보다 보전과 지속가능성 선택해

이번 도민 공론화 결과 제2공항 건설계획 반대 여론이 높게 나왔다는 점은 단순히 제2공항을 반대한다는 의미 이상의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제주사회는 엄청난 사회변화를 가져왔다. 2010년대 저비용항공사의 연이은 제주노선 취항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도내 관광개발은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전국 최고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이며 도내 가계 빚이 매우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농촌에서는 농지는 물론 공동목장까지 투기자본에 매각되어 난개발의 대상이 되었다. 대규모 개발과 대규모 관광을 주도하는 대자본에 이익이 집중되고, 과잉관광에 따른 관광의 질이 저하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 훼손과 제주 가치의 상실을 가져왔다. 지역경제에서도 지역내 총소득은 증가했지만, 도민의 개인소득은 전국평균 증가율보다 못하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았다. 폐기물과 생활하수의 처리난, 교통체증 등의 생활환경 악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관광객 1천만 시대라는 꿈이 현실이 되면 제주가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여겨 왔던 제주였지만 관광객 천만을 훌쩍 넘어 1600만 명에 이르렀지만 제주의 자화상은 초라했다. 이를 통해 제주도민들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 관광객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라는 제주관광의 확장을 염두에 둔 제2공항 건설계획은 제주도민들에게 있어서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 되고 말았다.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개발과 성장의 논리보다는 제주의 가치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로 가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결국, 제2공항 건설 여부의 공론절차로써 진행된 도민 여론조사는 제2공항 반대뿐만 아니라 도민사회가 개발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보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제주도민들의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확인되었다는 의미이다.

제2공항 갈등, 제주 미래를 위한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예정지 발표 이후 6년째로 접어든 제2공항 건설계획은 자칫 잘못하면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10년이 넘게 갈등을 빚어온 사례를 반복할 수도 있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절차적으로도 하자투성이라는 점은 두 사업이 닮았다. 주민과 정부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사업시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주민이 발생하는 반면 해당 사업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주민도 생기면서 지역주민 간의 갈등은 물론 도민사회의 이해집단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대부분 토지가 수용되는 사업 예정지인 온평리 주민들과 소음피해 등 사업시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신산리, 수산리, 난산리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마을 자체의 반대대책위를 구성했다. 이로 인해 계획 초기 갈등의 양상은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와 제주도 등 행정당국과 피해지역 주민 사이에 빚어졌다. 하지만 피해지역 마을 외의 나머지 성산읍 행정단위 마을들은 제2공항 계획에 대해 방관적인 입장이거나 자신의 마을은 수혜대상으로 여겨 찬성 주장을 펴며 주민 간의 갈등으로 번져갔다. 또한 제2공항 건설로 경기호황을 기대하는 지역의 토건, 관광, 부동산개발 등의 업계에서는 적극 찬성의 목소리를 펴며 도민사회의 갈등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논란과 갈등은 도민사회의 분열을 초래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안에 대한 활발한 토의와 논쟁의 장을 만들면서 그만큼 도민여론의 관심을 끌고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여러 차례의 방송토론과 하루 4시간이 넘는 끝장토론을 수차례 진행이 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사회갈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제2공항 방송토론을 얼마나 시청했고, 토론회 기사를 전하는 뉴스를 얼마나 많은 숫자가 구독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도민의 높은 관심은 이번 여론조사 과정의 응답률로 명확히 드러난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 보이는 응답률보다 2∼3배 높은 응답률로 도민의 관심과 참여도를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제 도민의 의견을 분명히 확인한 만큼 그 결과를 존중하는 정책결정으로 제2공항의 논란과 갈등을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조속히 제2공항 건설계획 철회를 선언하고, 사업강행으로 발생한 도민사회의 갈등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제주도민의 뜻을 제주도의 정책에 어떻게 반영해 갈 것이냐는 점이다. 도민들은 개발보다는 보전을 선택했고, 성장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도정에 반영한다는 의미는 제주도 정책방향의 혁신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제주도는 제주의 가치를 보전하고, 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도정에 담기 위한 절차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도민사회는 제2공항 문제로 겪은 갈등을 통해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던 우리의 삶터인 제주섬을 오래 기억하고, 도민의 요구와 참여로 자기결정권을 실현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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