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25일 오전 5시40분 제주항 도착 3900도스...26일 요양시설 첫 접종 시작

“왔다. 저기 보이네”

25일 새벽 5시30분 제주항 북쪽 서부방파제와 동부방파제 사이로 국내 첫 신조 대형 여객선인 퀸제누비아호가 모습을 보이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수를 서쪽으로 돌린 선박은 점차 속도를 줄여 오전 5시45분 4부두로 44번 선석에 접안했다. 같은 시각 야적장에서 대기 중이던 해병대 제9여단 장병과 제주경찰청 경비 담당자도 바빠졌다.

길이 170m에 달하는 여객선 선미에서 거대한 램프가 열리자 화물칸 내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선사측과 항만 관계자들은 차량과 선체를 연결하는 결박끈을 제거하는데 열을 올렸다.

잠시 후 흰색 1톤 냉장차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적재함에는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적힌 빨간색 문구가 선명했다. 곧이어 무장한 군부대와 경찰 인력이 트럭 주위를 에워쌌다.

차량에는 운송요원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해병대 군사경찰(헌병)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순찰차와 싸이카, 9여단 군사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5분만에 제주항을 빠져나갔다. 

첫 번째 도착지는 제주보건소였다. 현장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직접 나와 백신 운송 상황을 점검했다. 운반차량이 제주항에서 제주보건소에 도착하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차량이 보건소에 들어서자 운전자가 트럭 적재함으로 이동해 분류작업을 진행했다. 곧이어 냉장박스에 든 백신을 들고 약품보관실로 향하면서 첫 번째 백신 이송 작전은 마무리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주 땅을 밟았다. 제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372일 만이다.

경북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위탁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4일 오전 10시 출하 작업을 거쳐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로 향했다.

이어 오후 5시 전국 최초로 제주 물량이 물류센터를 출발했지만 외곽을 벗어나던 중 차량 내 수송 용기의 온도가 영상 1.5도로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영상 2~8도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온도 저하 현상이 확인되자 차량을 다시 물류센터로 돌렸다. 

트럭은 전량 교체된 백신을 다시 싣고 오후 6시30분이 지난 후에야 재출발했다. 트럭은 자정쯤 전남 목포항에 도착해 여객선에 실렸다. 선박은 출항 5시간만에 제주항에 다다랐다.

이날 트럭에 실린 1차 백신은 3900도스의 물량이다. 제주 도착 직후 제주보건소를 시작으로 도내 보건소 6곳과 요양병원 9곳 등 모두 15개 시설에 순차적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26일 오전부터 요양병원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첫 접종을 시작한다. 1차 접종률은 95.6%인 총 3193명이 접종 대상자다. 배정 물량은 이보다 700도스 가량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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