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제주지하수 60년史]-(상) 제주의 '생명수' 된 지하수…수십년 전부터 보존·관리 외친 도민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1961년 제주 최초의 지하수 관정이 뚫린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1호 관정이 개발되고 60년이 지난 현재 제주의 지하수 관정은 총 4785개. 60년간 매년 80개 이상의 지하수 관정이 뚫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60년을 지나온 제주의 지하수 역사와 보전·관리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60년 전인 1961년 제주시 애월읍에 제주 최초의 지하수 관정 개발 모습. ⓒ제주상수도 50년사 갈무리.

지금부터 60년 전이다. 1961년 제주 최초의 지하수 관정이 제주시 애월읍에 뚫렸다. 또 1991년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지하수 보존·관리를 위한 법·제도가 제주에서 마련됐다. 

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수(水)다. 지질학적 요인 등으로 건천(乾川)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도민들은 지하수를 이용해 목을 축였고, 메마른 땅을 적셨다.

도민 사회는 30년 전부터 제주의 지하수를 유한 자원으로 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 결과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제주의 지하수가 '공공의 자원'으로 규정됐다. 

 가물었던 중산간 마을에 ‘빛’이 된 지하수 

제주 상당수의 마을은 해안가에 몰려 있다. 식수 등으로 활용되는 용천수가 제주 해안가를 중심으로 솟아나는 원인이 크다. 

반면, 지형·지질학적 요인으로 용천수가 부족한 탓에 봉천수(奉天水·물통)에 의지하던 제주 중산간 마을은 늘 물 부족을 겪으며 살았다. 

봉천수는 용천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위생적이었고, 가뭄이면 메말랐다. 제주 중산간 주민들은 용천수를 찾아 해안가까지 수 킬로미터를 걸어 물을 구할 정도로 물 사정은 열악했다. 

1961년 10월10일 오전 9시. 제주시 애월면(지금의 애월읍) 수산리에 당시 김영관 제주도지사와 강태식 북제주군수, 수산리 주민 등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은 제주 최초의 지하수 개발을 위한 심정굴착 사업 기공식이 진행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된다. 

1개월 정도 지난 11월13일 72m 길이의 착정이 마무리됐고, 11월30일 양수시험이 진행됐다. 양수시험 결과 1일 395세제곱미터 규모의 취수가 가능했고, 제주 최초의 지하수 관정으로 기록됐다.  

수산리에서 제주 첫 지하수 관정이 개발된 이후, 애월읍 상가·납읍리, 한림읍 귀덕·대림리, 대정읍 무릉리, 한경면 고산리, 조천읍 함덕리 등 중산간을 중심으로 지하수 개발이 잇따랐다. 

1964년 서울에서 쌀 1말(약 18리터)이 300원, 소고기 반근(300g)이 40원에 거래됐는데, 당시 극심한 가뭄을 겪던 제주에서 물 1드럼(200리터)의 가격이 150원에 달했다는 점에서 제주의 물 부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지하수 관정 개발 이전 물허벅 등을 이용해 물을 구했던 제주 사람들. ⓒ제주상수도 50년사 갈무리.

 공공의 자원 된 제주 지하수  

1961년 제주의 첫 지하수 취수 이후 1967년까지 제주 59곳에서 지하수 착정이 이뤄졌다. 59곳 중 굴착에 성공한 곳은 18곳이었다. 

굴착 기술이 발달하면서 1980년까지 뚫린 제주 지하수 관정 143곳에서 1일 21만9000톤 규모의 지하수가 취수됐고, 1995년 2월 기준 제주에 3827곳에서 지하수 관정이 개발됐다. 

2021년 2월 현재는 4785곳의 지하수 관정이 개발됐으며, 1일 취수량만 161만3552톤에 달한다. 개발된 지하수 관정은 종류별로 생활용 1381곳, 공업용 128곳, 농어업용 3063곳, 먹는샘물용 7곳, 조사관측용 206곳 등이다. 

염지하수도 관정 1291곳에서 1일 823만1518톤이 취수되고 있으며, 취수되는 염지하수의 약 99.7%는 농업용(1일 820만7955톤)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하수 개발은 물 부족을 겪던 제주 사람들에게는 큰 선물이 됐지만, 해안가에서 솟아나던 용천수가 마르기 시작하는 등 지하수 고갈에 대한 도민사회의 우려도 날로 커졌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하수를 더 이상 ‘물 쓰듯’ 쓰면 안된다는 걱정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0년 1월 발표한 도내 용천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1999년 조사 당시 1025곳에 이르던 도내 용천수는 2014년 661곳으로 크게 줄었다. 또 매립되거나 멸실된 용천수가 270곳, 확인이 되지 않는 용천수도 94곳이나 됐다.

‘공공재’로서 제주 지하수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전국 최초로 '지하수 허가제'가 도입된 배경이다. 
 
1991년 12월 제주도 종합개발 계획을 뒷받침하는 한시법으로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공포되면서 지하수 굴착과 이용허가, 원수대금 부과 징수, 굴착·이용허가 취소, 원상회복 명령 등 권한이 주어졌다. 

1960년대 제주 용천수와 봉천수 위치를 표시한 지도. ⓒ제주상수도 50년사 갈무리.

지하수 난개발을 억제하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은 제주가 전국 최초다. 

제주의 생명수를 지키려한 도민의 열망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국적으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을 막기 위해 제정된 ‘지하수법(1993년 제정)’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명시된 지하수 보전·관리 방안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1992년 11월 제주도개발특별법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제주에서 지하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허가 신청을 받도록 바뀌면서 지하수 이용.개발은 더 까다로워졌다. 

2003년 6월에는 ‘노형-신촌’구역 등 4개 구역 160.065㎢에 달하는 구역이 지하수 자원 특별관리 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2004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특별법을 통해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 대상 업종에 골프장과 온천용이 포함되는 등 지하수 개발·이용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2006년 제주특별법에는 제주의 지하수가 '공공의 자원'으로 규정되기에 이른다. 

땅밑 지하수가 개인의 것이 아닌 제주의 생명수로서 공공의 자원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제주 지하수 보전·관리 체계가 크게 개선된 셈이다.  

제주상수도 역사를 총망라해 ‘제주상수도 50년’을 집필하는 등 제주 지하수의 전문가로 꼽히는 고기원 제주도개발공사 수자원연구팀 자문위원은 제주의 지하수가 공공의 자원으로 규정된 것을 제주도민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고 자문위원은 “제주의 성장, 발전과 지역주민 삶의 질과 연관돼 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염원이 많다”며 “지하수가 유한한 자원이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고갈과 해수침투 등으로 제주의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입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지하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됐고, 2년 뒤 제정된 ‘지하수법’에도 제주의 사례가 상당수 반영됐다. 1990년대부터 제주가 우리나라 지하수 관리 체계의 롤모델이 된 것이며, 현재까지도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자문위원은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관리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앞으로는 각 지역에 특성에 맞는 지하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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