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기홍 씨가 지난 24일 오전 세상을 떠난 것과 관련해 정의당 제주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25일 논평을 통해 “혐오와 차별이 없는 그 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의당 제주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자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성소수자 후보였고,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에서 활동하던 김기홍 동지가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갑작스런 비보에 많은 동료 활동가들은 슬픔에 잠겼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며 “고향 제주에서 커밍아웃하고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로 열심히 세상의 혐오와 차별에 맞섰지만 결국 잔인함 앞에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위원회는 “故 김기홍 동지는 자신의 고통에도 부단히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마지막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전국퀴어문화축제워크숍을 준비하고 잘 치러냈다. 팬데믹 시대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위해 고민했던 그는 ‘삶도, 겪는 혐오도, 너무 지쳤다’며 안녕을 고했다. 그러면서도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동료 활동가를 떠나보내고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 하나. 생전 그는 화장을 이유로 직장에서 사직을 요구받았고, 커밍아웃 후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혐오와 늘 마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 이분법, 고정관념, 이성애 정상주의가 수많은 김기홍을 견디지 못하게 한다”라며 “2016년 국가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은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나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 성소수자의 삶은 계속 위협받고 있다.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갖고 평등하다는 인권 원칙은 일상 영역에서 보장돼야 하고, 그 실천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다”라고 피력했다. 

성소수자위원회는 “또 다른 김기홍이 생기지 않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혐오와 차별을 피하고 막아주는 우산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지가 꿈꾸고 만들고자 했던 세상은 남은 우리가 반드시 만들겠다. 지금부터는 두려움 없이 행복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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