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 - 텅 빈 교실,위기의 제주교육] ① 학령인구 감소 본격화

저출산과 이주인구 감소로 제주 교육현장의 학령인구 감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늘어나고, 지역별 학생 쏠림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위기의 제주 학교현장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교실이 텅 비고, 학교가 문을 닫는 위기. 적어도 제주에서는 바다 건너 남의 동네 고민처럼 여겨졌다. 작은학교를 회생시켜 분교를 본교로 승격시키는 감격까지 누린 제주는 오히려 도심지 내 과밀학급 문제가 더 큰 고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주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주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그나마 선방하던 출산율도 1명대 붕괴를 눈 앞에 두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맞게 되면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초·중등 학생 수는 601만14명으로 전년도 613만6794명에 비해 12만6780명 감소했다.

2007년 태어난 황금돼지띠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전체 중학생 수가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학생 수는 각각 2만1375명, 5만3503명, 7만3707명 감소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당장 폐교 위기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사라지면 주민들도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게 되고, 이는 곧 인구 유입 현상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지역 소멸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제주의 경우 그동안 귀농·귀촌 열풍과 맞물려 '제주살이'에 대한 미디어의 노출 빈도가 잦아들면서 이주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덩달아 학생 수도 크게 증가했다. 저출산에 따른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세로 인해 전국적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제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5년 전인 2016년 8월 발표된 '2016~2021년도 초.중.고 중기학생배치계획' 수립 당시만 하더라도 2016년 3만8272명이던 도내 초등학생 수가 2021년에는 4만2555명까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주인구의 견인으로 2019년 초등학생 수는 4만1068명에 달해 정점을 찍었다. 

2019년 9월 발표된 '2019~2024 학생중기수용계획'상에도 2019년 4만1068명인 도내 초등학생의 수가 이듬해인 2020년에는 4만1268명으로 늘어나고, 2021년 4만1881명, 2022년 4만2249명, 2023년 4만2020명까지 증가하다가 2024년 4만1068명으로 살짝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증가세가 학령인구 증가로 이어졌던 지난 5년에 비춰보면 나름의 근거가 있는 분석이었다.

반면 2020년 9월 불과 1년 차이로 발표된 '2020~2025 중기학생배치계획'에 따르면 2020년 제주 초등학생 수는 4만57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되레 줄었고, 2021년 4만715명, 2022년 4만840명, 2023년 4만518명으로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2024년 3만9372명, 2025년 3만7528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5년 후를 전망했을 때 근 2~3천명의 차이가 나는 예상치다.

이는 최근 10년간 증가세를 달리던 제주 순유입 인구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따른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분기별 제주 인구 순이동은 2010년 1분기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2010년 2분기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후 10년간 꾸준히 인구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꼬박 10년만인 2020년 1분기 마이너스세로 돌아섰다.

지난 24일 발표된 '2021년 1월 국내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전입인구는 9713명, 전출인구는 9770명으로, 유출 인구가 유입 인구를 앞질렀다. 앞으로도 제주 이주 열풍에 의한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학령인구의 또 다른 선행지표인 출산율도 유례 없이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과 '2020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출생아수는 3987명으로 2019년 4500명에 비해 513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1.15명에서 1.02명으로 감소해 1명대 붕괴를 목전에 뒀다.

학령인구 예상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의 합계출산율은 1.48명으로 출생아수는 5600명이었다. 2018년 출생아수 4781명으로 사상 첫 5000명대가 무너지더니 2년만에 4000명도 넘지 못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중기학생배치계획 상의 학령인구 수는 더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텅텅 비는 교실'에 대한 고민은 결코 바다 건너 남의 얘기가 아니게 되는 셈이다.

②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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