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4.3특별법 전면개정 의미와 과제] 4.3 해결 위한 진일보 불구 과제 산적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드디어 제21대 국회에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4.3특별법 전부 개정은 지난 1999년 12월 특별법 제정 이후 22년 만이다.

짧게는 20대 국회를 시작으로 5년, 길게는 70여년 만에 명예회복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4.3특별법 전부개정은 뜻 깊다.

무엇보다 이번 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4.3유족을 비롯한 4.3관련 기관·단체, 시민사회, 전국의 과거사 운동단체 등 민·관이 힘과 지혜를 모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는 4.3문제 해결의 완결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수많은 과제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26일 오후에 열린 제38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자, 송재호 의원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4.3유족과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환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6일 오후에 열린 제38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자, 송재호 의원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4.3유족과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환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민·관이 하나가 돼 만든 ‘4.3특별법 통과’…“대한민국 과거사 해결 새로운 전기 마련”

국회는 2월26일 오후 제384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을 재석의원 229명 중 찬성 199명, 기권 25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서병수, 김태흠. 서정숙, 김웅 의원 등 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은 종전의 17개 조문을 31개 조문으로 확대했다.

무엇보다 국가가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지원을 강구하도록 했다.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규정도 신설했다. 4.3위원회의 추가 진상조사 심의·의결, 행방불명으로 결정된 희생자의 법원 실종선고 청구도 가능해졌다. 4.3트라우마 치유 사업을 실시하는 근거도 담았다.

4.3특별법은 1999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후 이듬해 1월 공포되면서 진상조사보고서 발간, 4.3평화공원 조성, 국가추념일 지정 등 대한민국 과거사 청산의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과 권리를 회복하는데 한계에 부딪히면서 전면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배·보상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20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오영훈 의원(제주시을)이 다시 선봉에 섰다. 오 의원도 4.3과 얽힌 가족사를 안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권에서의 특별법 개정논의에 힘이 실렸다.

4.3유족들이 앞장서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4.3관련 기관·단체, 전국의 과거사 운동단체 등 124개 단체가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단일대오(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한 공동행동)를 형성하는 등 도내외의 단합된 힘도 큰 몫을 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와 폭설 속에서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5개월 넘게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6일 오후 열린 제38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오영훈 국회의원과 4.3유족회 관계자 및 제주도의회 의원들. ⓒ제주의소리
26일 오후 열린 제38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오영훈 국회의원과 4.3유족회 관계자 및 제주도의회 의원들. ⓒ제주의소리

◇ ‘위자료 등 특별지원 강구’는 선언적 규정, 용역 후 ‘원 포인트’ 法 개정 등 과제 산적

이번 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는 4.3문제 해결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3문제의 완전 해결을 위해 새로운 여정을 향한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많다.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는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용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배·보상 문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이 정도 수용한 것은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선언적’ 규정에 그친다는 점에서 후속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 당장은 배·보상 관련 용역 결과에 따라 보상내용을 구체화시켜야 하고, 이를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 용역결과가 나온 후 곧바로 ‘원 포인트’ 특별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맨홀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지나던 사람이 그 안에 빠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 맨홀을 관리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하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국민을 참혹하게 살해한 것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는 것은 군말이 필요 없는 당연한 일”이라며 “돈으로 희생된 가족을 살리거나 잃어버린 삶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희생자·유족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는 것은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근거가 마련된 ‘추가 진상조사’와 관련해서도 갈 길이 멀다. 2003년 정부 ‘4.3진상조사보고서’ 발간 때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당시에는 중앙정부(4.3중앙위원회)가 직접 진상조사를 담당했다. 진상보고서 발간을 위한 별도의 기획단도 구성했다. 이번에는 조사 주체가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4.3평화재단에 위탁해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만약 4.3평화재단이 추가 진상조사 주체가 된다면 조직·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2003년 당시 기획단은 전문위원 5명에 조사요원도 20명이나 됐다. 현재 4.3평화재단에 소속된 조사요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인력 확충과 함께 그야말로 ‘4.3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연구 기능 활성화 및 전문가 육성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별법 25조(제주4.3 관련 재단에의 출연)에 추가 진상조사 등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만큼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추가 진상조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해야 한다. △배·보상 근거자료 확보 차원인지 △역사적 성격 규명까지 갈 것인지 △미국의 책임 규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4.3평화기념관에 누워 있는 백비에 ‘4.3의 이름’(正名)을 새겨 넣고, 일으켜 세우려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이 밖에 ‘가해자 처벌’ 문제도 더는 늦출 수 없다. “4.3당시 민간인 학살주범이 국립묘지 장군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것이 맞느냐”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서훈이 있다면 박탈하고, 파묘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가해자를 처벌해야 진정한 의미의 용서와 화해를 이룰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역시 “이번 4.3특별법 개정은 4.3의 참된 봄 만드는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논평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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