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고통 말할 수 있는 발언대가 변화의 시작”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에서 은유 작가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선 기조강연에서 한 말이다. 

26일 오후 3시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지점에서 열린 강연에서 은유 작가는 연결을 가로막는 한국사회의 ‘혐오’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그는 “저는 자신의 미움과 불만족이 타인에게 투사된 게 혐오라고 본다”며 “나의 불만족,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해결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걸 이야기할 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자기 약점이 드러나고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본인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데, 다 얘기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통 말하기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고통의 전시장을 구경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투 운동 확산을 사례로 들면서 “이게 내 문제였구나”라고 인식하는 동시에 그 고통의 근원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은유 작가 언급한 연결의 실마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연습’.

그는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보고 원래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사실은 굉장히 많은 시간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공부를 하면서 노력한 것”이라며 “타인을 이해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기 다른 계층, 성별, 지향, 나이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타인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말하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같은 곳이 그런 발언대를 만들어주는 게 변화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은유 작가는 본인의 책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에 나오는 ‘제가 바라는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마지막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통스런 일들이 사회적 연결을 끊어놓는다”며 “고통적인 것이 구조적인 문제라 쉽게 바뀔 수 있진 않겠지만 누군가가 손 내밀고, 알아보고, 듣는 것이 해결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은유 작가의 기조강연으로 문을 연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은 28일까지 이어진다. 27일 오전에는 시민참여형 제작 워크숍이, 오후에는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이 열린다. 28일 오후에는 사업 참여자 네트워크 모임이 진행된다.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실험을 한다는 지향을 가진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지난 1년간 진행한 사회혁신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이날 개회식에서 안동우 제주시장은 “제주시소통협력센터를 50만 시민과 원도심의 많은 사람들의 모임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속에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은 “개인과 개인이 연결돼야 일상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시민이 주도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26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기조강연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은유 작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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