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내년부터 교실-복도사이 다시 칸막이 설치

제주도교육청이 백년대계를 지향해야 하는 교육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해 불과 10년도 안되 50억원 가까이 예산낭비만 초래한 채 행정을 반복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97년부터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개선과 첨단 기자재 설치 등 ‘열린교실’이라는 미명하에 일선 초등학교의 73%인 76개교의 교실과 복도 사이의 벽을 허물어버렸다.

‘열린교실’ 정책은 지난 1996년 교육감으로 취임한 김태혁 전 교육감이 학생들을 팀별로 나눠 대화 등을 통한 교육으로 학력신장을 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초등학교 학생정원은 학급당 45명 가까이 됐고, 교육청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는 교실공간이 부족해 그 이듬해부터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교실과 복도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초등학교 104개교 중 73%인 76개교 972 교실과 중학교 1개교 18교실 등 총 810개 교실이 ‘열린교실’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열린교실’은 시행 초기부터 소음과 학생들의 이동 등의 문제점을 나타내며 현장에서부터 ‘다시 복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열린교실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 수업중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가 인근 교실로 그대로 전달돼 수업방해는 물론 학생들의 수업집중력을 저하시켰다.

또한 수업 중 학생들이 화장실 이용할 때 다른 교실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진행에 문제점을 가져왔다. 게다가 교실면적이 넓어져 겨울철 난방효과를 저해하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자체 예산으로 교실과 복도 사이에 새로 칸막이를 설치한 학교도 있을 정도다.

제주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열린교실’ 대한 문제점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교육시설 확충 및 환경개선사업 추진계획’의 5개년 사업 중 가장 시급한 사업으로 내년부터 교실에 복도벽을 재설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810개 교실 복도벽 재설치 예산이 40억원 투입될 예정으로, ‘열린교실’ 정책 추진에  벽을 없앨 때 사용한 예산이 10억원 가량 투입된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50억원 예산이 정책의 졸속추진으로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선 학교의 모 교사는 “백년을 내다봐야 할 교육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지시해 이런 예산 낭비가 초래한 것”이라며 “열린교육은 벽을 허물거나 첨단시설을 갖춰야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 간에 쌓여 있는 마음의 벽을 없애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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