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대안이동 리빙랩...도심 단거리 이동 2달간 1300여명 이용

전기공유자전거가 비치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앞. ⓒ제주의소리
전기공유자전거가 비치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앞. ⓒ제주의소리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에서는 지난 1년간 제주 곳곳에서 벌어진 주민주도형 문제해결 프로젝트인 ‘리빙랩’의 내용이 소개됐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판을 깔고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주제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까지 찾는 생활실험이었다.

27일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신수현 전 (주)쏘카 데이터 분석가는 ‘공유이동수단을 활용한 대안이동 실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작년 제주시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된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실험의 내용과 결과가 공유됐다.

원도심의 극심한 주차문제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다른 이동수단을 제공하자’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작년 7월과 8월에는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가 진행됐다. 주로 언제, 어디로 이동할 때 차를 이용하는지, 이동 시간, 횟수, 패턴,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유, 차를 안 쓰는 사람들의 경우 이용하지 않는 이유  등을 자세하게 조사했다.

자가용 이용 이유는 ‘신속성’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동네 대중교통이 많지 않고, 배차간격이 크고, 갈아타야하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이동은 2.82회, 1회 이동시 평균 소요시간은 22.4분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승용차로 이동하는 패턴 중 어떤 패턴을 대체할 수 있을 지 고민했고, 우선 더 짧게 더 자주 이동하는 도심 내부이동을 대체해야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11월부터 12월까지 제주시소통협력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에 공유 전기자전거 30대를 활용한 실험이 진행됐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전 사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동현황을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았다.

짧은 기간,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운영했음에도 누적 이용자수 1327명, 전체 이용횟수 1968회라는 의미있는 반응과 수요를 확인했다. 기존 교통수단보다 통행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89.7%에 이를 정도로 시내 단거리 패턴에서 대안이동수단의 가능성을 확인해냈다.

27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발표중인 신수현 전 (주)쏘카 데이터 분석가. ⓒ제주의소리
27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발표중인 신수현 전 (주)쏘카 데이터 분석가. ⓒ제주의소리

신수현 분석가는 “전기자전거 이용자 중 30% 이상이 차를 구입하지 않거나 구입을 미룰 의향을 밝혔다는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며 “이 결과를 추후 다른 지역으로 어떻게 확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교통정책은 차를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차를 아직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 추후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차를 가진 사람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쉽다”고 시사점을 던졌다.

그러면서 “고등학생들이 (미래에)차 이외의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청소년들이 장기적으로 차량 구매의사를 줄이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전기자전거를 공급한 배지훈 나인투원 대표는 “지금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에 과부화가 걸려있다”며 “기존 자동차 중심 체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빠르게 이동가능한 새로운 수단을 활성화 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은 “1년 제주에 교통혼잡비용이 6000억원 이상, 사고비용이 5000억원 이상,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000건 이상이다. 자동차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도시가 제주시”라며 “이런 젊은 시도를 통해 보행하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고, 대중교통이 편한한 제주시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현 전 (주)쏘카 데이터 분석가

사실 공공은 차를 줄이기 위해 굉장히 많은 긍정압력과 부정압력을 가하고 있다. 긍정압력은 버스노선 개편 등 대중교통 개선 등이 있고, 부정압력은 차고지증명제나 주차장 요금 인상 등이다.

모든 질문은 한마디로 수용된다.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차를 걷어내야 하는지를 알아보려했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원도심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뎁스인터뷰를 진행했다. 언제, 왜 차를 구입했고 보통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고 유지비는 어느 정도이고, 몇 시간 이용하고, 어디에 내려서 주차하는지 등을 물었다. 하루 이동패턴을 기록하게 만들어서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찾으려 했다.

여기서 대표성을 가지는 분들을 모아 뎁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차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체념에 가까운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방향성을 전환하려 했다. 그 동안 정책은 차를 늘리기 어렵게 하는 게 초점인데, 다른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차를 아직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게 차를 가진 사람이 차를 사용치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판단했다.

리빙랩을 통해 현재 가능한 실험을 추진해서 실제 대체 가능한 원도심 내 단거리 이동수단을 관광지 위주가 아닌 도민 위주의 서비스로 운영하려 했다. 

공유자전거를 이용한 모든 사람이 ‘빠르고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이용자 중 30% 이상이 차를 구입하지 않거나 구매를 미룰 의향이 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원도심만 대상으로 해서 모수가 아주 크지는 않다. 자전거 30대로 두 달 간 실험했는데, 적어도, 이용자들이 차를 사지 않을 의향을 보인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추후에 어떻게 확장할지, 다음에 어떤 계획을 진행할지가 중요하다.

사실 제주에 공공자전거를 이미 운영 중인데 50대가 채 되지 않게 돌아간다. 민간 협력체계가 가능하다. 세종시가 좋은 케이스다. 세종시에서는 일반적 이동은 어울림이라는 브랜드의 무동력 자전거가, 장거리 이동은 민간 전기자전거가 맡는다. 서로 잡아먹는 형태가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다.

저는 고등학생들이 (미래에) 차 이외의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장기적으로 차량 구매의사를 줄이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 

이것이 아직 완결된 프로그램은 아니다. 제도적 자원과 문화적 자원 양쪽이 다 형성돼야 대안이동수단이 작동한다. 결국 이 역할을 공공과 중간지원조직이 해야한다.

27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한 홍명환 제주도의원(오른쪽)과 배지훈 (주)나인투원 대표. ⓒ제주의소리
27일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토론 패널로 참석한 홍명환 제주도의원(오른쪽)과 배지훈 (주)나인투원 대표. ⓒ제주의소리

배지훈 (주)나인투원 대표

나인투원은 2018년 국내최초로 공유전기자전거 서비스를 도입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쾌적한 일상이동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결국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에 과부하가 걸려있다. 자가용 보유자들은 일상적으로 상습적인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겪어야 한다. 대중교통의 경우 거점까지 이동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환승도 해야한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교통공간에서 자동차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고 편안한 이동이 가능한 새로운 이동수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수단이 전기자전거다.

전기자전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유서비스와 접목해야 한다. 대중교통 수준의 요금으로 간편하게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공유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이런 사실적인 대안들이 혁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교통장기계획에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과연 주민들에게 무엇이 연결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제주도민의 절반 이상이 사는 제주시 동지역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 자동차 도시로 패턴이 바뀌면서 원도심 지역은 인구가 줄고있다. 그대로 방치만 해야할까? 

1년에 제주에 교통혼잡비용이 6000억원, 사고비용이 5000억원 이상 발생한다. 4000건 이상의 교통사고, 60명 이상의 사망자, 2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온다. 1조원 이상의 교통 관련 사회적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도시가 제주시인 것이다. 어떻게 제주시를 개선해나갈 것인가를 참 많이 고민했는데, 이런 새로운 젊은 시도가 바꿔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가 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거문제와 교통문제를 잘 해결하면 된다. 핵심은 보행하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고, 대중교통이 편안한 도시를 만드는데 있다. 

제주의 자전거 도로 중 97%가 인도에 페인트칠만 해서 자전거도로라고 하는 식이다. 그래서 걷기도 힘들고, 자전거 타기도 힘들다.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 도청 차원의 조례와 교육청 차원의 조례를 추진 중인데 같이 협의하면서 잘 바꿔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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