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제주 소극장의 현실과 미래] ① 통계로 보는 소극장

실험적 무대, 창작의 산실 '소극장'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면 금지' 코로나19 방역의 조건은 안타깝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소극장들을 백척간두에 서게 하고 있다. 소극장은 창작을 꿈꾸는 무대예술인들에게나, 마니아적 취향을 향유하는 관객들이 함께 울고 웃는 공간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제주 소극장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발전 대안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기사 수정=2021년 3월 2일 오전 9시 31분]

제주 소극장에 대한 통계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제주문화예술재단이 1년에 한 번 ‘제주문예연감’을 발표하지만 공연시설은 명칭, 주소만 안내하고 있다. 재단이 운영하는 예술 정보 플랫폼 ‘제주인놀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5년 12월 재단이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문화생태지도 구축사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분야 별 예술인들의 소득까지 조사했지만, 공간에 대한 상세 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한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공연예술조사’다. 1년에 한 번 전문 여론조사 기관과 함께 전국 공연예술에 대한 각종 통계를 집계한다.

2019년을 기준 삼은 ‘2020 공연예술조사’가 최근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제주 소극장의 현 주소를 짐작해볼 수 있다.

공연예술조사에서는 공연시설을 네 가지 조건으로 구분한다. ▲이전 년도 공연예술조사 모집단 ▲공연법 상의 전국 등록 공연장(50석 이상 또는 객석 사용 바닥 연면적 50㎡ 이상) ▲한국소극장협회 소속 공연장(100석 이하) ▲전국 문예회관 등이다.

그 결과 제주지역 공연시설은 27곳, 공연장은 29곳으로 파악했다.

공연시설과 공연장 명칭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공연예술조사 작성을 주관한 (주)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정부 공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도 함께 운영한다. 전산망에 등록된 공연시설DB를 보면 제주 공연시설을 26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26곳 가운데 지속적인 영업 여부를 고려한 순수예술 성격의 소극장을 추리면 세이레아트센터, 예술공간 오이, 미예랑소극장, 끌로드아트홀까지 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영업을 중단한 미예랑 소극장을 제외하면 3곳으로 줄어든다. 나머지는 공공시설, 관광시설이다. 최신 자료가 반영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인놀다에서는 공연장을 31곳으로 소개한다. 

 공공지원금 없이는 운영 힘든 공연시설

(주)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0 공연예술조사'는 공연시설의 다양한 정보를 파악했다. 연간 수입·지출, 재정자립도, 인력 현황, 공연시설 회원제도, 공연장 가동 현황 등 모두 18가지에 달한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제주지역 공연시설은 ‘열악한 수익 구조에 그마저도 공공·관광시설만 활발히 운영하는 상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제주 공연시설 27곳의 ‘연간 평균 수입’을 보면 8억5637만원으로 최하위인 충청(8억3229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전국 평균은 13억3327만원이다.

출처=예술경영지원센터. ⓒ제주의소리
공연시설 연간 평균 수입 현황. 출처=예술경영지원센터. ⓒ제주의소리
공연시설 항목별 평균 수입 내역. 출처=예술경영지원센터. ⓒ제주의소리

수입을 항목별로 구분하면 제주는 공공 지원금이 82.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자체 수입은 15.8%에 불과했다. 서울(35.7%), 경상(78.6%)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자치단체 모두 공공지원금이 80%대인 사실을 감안하면 공공지원금 의존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자체 수입 가운데 티켓 판매와 대관료 수입 비중을 살펴보면 제주는 티켓 판매 수입 비중이 82.9%로, 뒤따르는 경기·인천(48.6%), 강원(47.5%)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당연히 대관료 비중은 14.1%로 최하위다.

여기에 총지출을 기준으로 산출한 ‘재정규모’ 현황에서 제주는 1억 미만 공연시설 비중이 43.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결국 수입·재정 관련 통계를 종합하면 제주 공연시설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입에, 절반 가까운 시설이 1억 미만 지출의 소규모이며, 상당수가 공공지원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티켓·대관료 수입의 불균형은, 대관 기능은 저조하고 시설을 보유한 극단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위해 공연장을 운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계 속 숨겨진 제주 소극장 운영 실태

공연장 지역·장르별 ‘공연건수·일수·횟수·관객수’까지 살펴보면 제주 소극장의 현 주소를 보다 상세히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설문에서 눈 여겨 볼 점은 ‘복합장르의 유료관객 비중’이다. 제주는 복합장르 공연의 유료관객 비중이 무려 96.6%로 매우 높았다. 나머지 뮤지컬(56.9%), 오페라(47.1%), 연극(29.1%), 발레(22%), 국악(17.1%), 무용(14.9%), 양악(4.5%) 등과 현격한 차를 보였다. 전국 평균을 봐도 복합장르 공연의 유료관객 비중은 51.5%에 불과하다. 

복합장르에 대해서는 ‘연극, 뮤지컬, 무용, 발레, 양악, 오페라, 국악 등의 장르에 들지 아니한 퓨전 장르나 다원 장르, 2개 이상의 장르를 하나의 공연으로 다루고 있는 공연 작품’로 정의한다.

유료관객 96.6%가 몰리는 복합장르는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기획 공연이 유력해 보인다. 관객수를 봐도 복합장르는 111만4842명으로 가장 높았는데, 양악(21만1163명)과 연극(7만2556명), 무용(1만7978명) 등 타 장르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관광객 수요를 고려하지 않으면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출처=예술경영지원센터. ⓒ제주의소리
공연장 지역별 장르별 현황. 출처=예술경영지원센터. ⓒ제주의소리

공연장 가동률에서는 공공과 민간 공연장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제주지역 전체 공연장 가동률은 63.5%로 전국 평균(59.6%)을 조금 넘었지만, 문예회관 공연장 가동률은 제주가 94.1%로 전체 공연장 뿐만 아니라 전국 문예회관 평균치(52.3%)도 한참 초과했다. 공연 프로그램 가동률 역시 제주 전체 공연장(54.7%)과 문예회관(85.5%)은 온도차를 보였다.

이 밖에 ▲4대 보험 가입률 최하위(83.8%) ▲고용 인력수 최하위(6.5명) ▲공연장 운영 및 진행 인력 비율 최하위(5.4명) ▲입주공연예술단체 비율 최하위(19.6%)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공연시설 현실이 잘 나타난다. 그나마 주차장 보유 비율이 91.9%로 가장 높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제주지역 공연시설 26곳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이 공공·관광시설임을 감안할 때, 민간 소극장의 현실은 더욱 어두워진다.  

결국 제주지역 100석 미만(6.9%)과 300석 미만 규모(24.1%)의 소공연장은 전국 평균(11.2%, 44.1%) 보다 떨어지고, 전국 평균(17.3%)을 상회하는 500석~1000석 중공연장(24.1%)과 평균치(8.4%)의 3배에 가까운 1000석 이상 대공연장(24.1%) 현황은 ‘소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예술의 척박함’이 잘 드러나는 결과다.

제주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예술인 A씨는 “민간 소극장은 다양한 예술을 관객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역 예술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나타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민간 소극장이 처한 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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