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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주년 3.1절 오전 제주시 노형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는 3.1절을 기념해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의소리

일본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에 알린 제102주년 3.1절을 맞이했으나, 제주에선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월1일 제주지방은 오후 들어 비날씨로 궂은 날씨를 보였으나 비가 내리지 않은 오전 내내 태극기를 내건 가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기는 심한 눈·비와 바람 등 궂은 날씨로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엔 게양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는 산지를 제외한 지역에는 1mm 내외의 약한 비가 내리거나 곳에 따라 빗방울 떨어져 태극기 게양에는 크게 문제 없었다. 

3.1절은 한국의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1919년 3월 1일 일제의 탄압에 맞서 싸운 일제강점기 최대 민족·항일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49년 10월 1일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식 국경일로 지정됐으며, 앞선 1920년 대한민국임시정부는 3.1절을 국경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제주에선 3.1운동과 맞물려 제주지역 3대 항일운동 중 하나인 조천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던 3.1운동이 제주에서 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어 1919년 3월 21일, 조천 미밋동산에는 ‘대한독립 만세’ 구호가 울려퍼졌고, 인근 군중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김시범이 대표로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신촌리까지 행진도 이어졌다. 이후 4차례에 걸쳐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이 제주에서도 3.1절과 관련된 뜻깊은 항일 운동이 이어졌으나, 이를 기념하기 위한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극히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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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주년 3.1절날 태극기가 게양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제주시내 한 아파트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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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주년 3.1절날 당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아파트 단지 일대에서는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의소리

취재기자가 이날 정오를 전후한 시간에 제주시 노형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녀 본 결과 태극기를 전혀 게양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으며, 간혹 한두 개씩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모 아파트의 경우엔 한 동 전체에 태극기가 게양된 가정이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아파트 내부에도 3.1절을 기념하는 홍보물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가슴 속에 태극기를 품고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독립투사들이 3.1절을 기리는 태극기 게양과 함께 잊히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국기(國旗)인 태극기가 외면당하기 시작한 것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면서부터라는 지적도 따른다. 일부 극우 진영에서 태극기를 정치적 상징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행동을 머뭇거리게 만든다는 것.

또 태극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정이 늘어난 데다 태극기 게양은 강요가 아닌 선택에 따른 것으로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게양하면 된다는 의식 변화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기도 구리시는 각종 전광판과 아파트 방송, SNS, 시정소식지 등을 통해 홍보했고, 강원도 태백시 역시 홍보자료 게시, 아파트 방송, 소식지 홍보 등 활동을 펼쳤다. 

도내 한 역사학자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독립과 해방을 만방에 외친 3.1절 기념일에 여느 국경일처럼 태극기 게양이 희귀한 일이 되어버려 대단히 안타깝다”며 “차라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태극기 게양이 망설여진다거나, 비바람 궂은 날씨 때문이길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징인 태극기가 그런 이유로 사라져선 안된다”고 고언을 쏟아냈다. 

제주도에서는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이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늘 기억하겠다.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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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맞아 이날 오전 태극기를 게양한 제주시 노형동 모 아파트 가정.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거의 없어 내걸린 태극기가 외롭게 나부끼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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