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자전거 활성화 10년] ② 90% 이상이 보행자 겸용도로...안전사고 위험에 갈 곳 잃은 자전거

 

제주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 흐름에 발맞춰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공공자전거를 도입하고 환상의 자전거길을 조성하는 등 10년간 수백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당초 2020년까지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10%까지 끌어 올리기로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그사이 등록 차량은 사상 첫 60만대를 넘어 교통 혼잡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 추진 10년을 맞아 제주의 현주소를 세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제주도는 애초 2020년까지 수송 분담률 자전거 10%, 버스 20% 이상을 계획했다. 이는 자가용 이용을 억제해 공해 감소와 도심지 교통난 해결에 목적을 두고 있다.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버스 준공영제와 우선차로제가 도입되면서 버스 수송 분담률 20%를 낙관했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7년 14.7%였던 버스 분담률은 2018년 14.2%, 2019년 14.6%, 2020년 14.7%로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더욱이 관광객은 2017년 19.3%에서 2020년 15.5%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원인은 역시나 승용차다. 2010년 25만794대였던 도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0년 61만5342대로 급증했다. 역외세입차량을 제외한 실제 운행 차량은 39만4649대 수준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2020년 기준 도내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은 54.4% 가량이다. 대중교통 대신 렌터카를 자주 이용하는 관광객의 승용차 분담률이 무려 75.3%에 달했다.

도민과 관광객 구분없이 자전거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인프라 구축이다. 도심지는 물론 외곽지역도 차량과 보행자 사이에서 자전거의 안전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

제주도는 버스와의 연계 이동을 위해 2010년 2억7000만원을 들여 공영버스 46대에 자전거 운반장치를 설치했다. 반면 이용객 저조와 안전사고 우려로 2012년 모두 폐기처분 했다.

이후 제주도는 찻길에서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도내 첫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을 추진했다. 애초 노을해안로 등 7개 구간 11km 지정을 검토했지만 경찰이 난색을 표했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자전거도로의 구분)에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4가지로 구분한다.

도내 자전거도로 약 234km 중 95% 가량은 자전거 외에 보행자도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다. 분리대나 경계석 등으로 차도와 구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자전거 우선도로는 도로의 일부 구간 및 차로를 정해 자전거와 일반 차량이 동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자전거가 아스팔트 한 차선을 내달리는 형태로 제주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의2(자전거 우선도로 지정기준)에 따라 자전거 우선도로는 일일 차량 통행량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하루 2000대를 초과하는 도로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시설 지침에 따라 제주경찰청장이나 관할 경찰서장과 노선특성, 교통여건, 교통안전에 대한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

제주경찰은 지난해 제주도와의 협의 과정에서 하루 차량 통행량이 2000대 미만인 2개 구간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밝혔지만 나머지는 사고 위험이 높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자전거 우선도로는 별도의 시설이나 공작물 설치 없이 기존 도로에 자전거 우선도로 노면표시만 한 채 운영해 언제든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도 자전거 우선도로 운행이 가능해져 사고 위험은 더 높아졌다.

현행법에도 자전거 우선도로는 그 존재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정의가 모호하고 지정 운영을 위한 준거사항도 일절 없다. 

이에 위성곤 국회의원이 2019년 2월 제20대 국회에서 자전거 우선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고 주・정차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했지만 그해 6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상 주차금지와 속도 제한이 도로교통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안은 제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 환상자전거길 노선조정 및 정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이호와 외동 등 7개 구간에 자전거 우선도로 추진안을 보고 받았지만 실제 지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주도 관계자는 “자전거 우선도로 도입을 검토했지만 경찰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중단됐다”며 “환상자전거길 정비를 우선 추진하기로 하면서 올해 도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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