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혐의 인정하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사과하지만…”

제주도 농아인협회 회원 4명이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농아인협회장 임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 농아인협회 회원 4명이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농아인협회장 임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 농아인협회 회원들이 제기한 협회장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농아인협회장 3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장욱 판사는 업무상횡령과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 농아인협회장 A씨(54)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3월26일 회계담당자에게 법인명의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80만원을 송금토록 지시한 혐의다. A씨는 같은 해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법인명의 계좌에서 135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계좌에는 통역비를 포함한 사업수익과 회비, 자부담 수익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고용장려금 등이 혼재돼 있었다. 

또 A씨는 농아인체육연맹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4월22일 연맹 계좌에 있던 2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후 A씨는 즉각 항소했으며, 아직 항소심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항소심을 앞둔 A씨는 지난달 26일 치러진 농아인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이미 임기 4년의 회장을 2차례(8년)나 역임했던 A씨는 이번에 3번째 회장직에 당선되면서 2025년까지 회장직을 맡게 됐다. 

A씨는 제주도 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장에도 지원해 지난달 27일자로 임명됐다. 

농아인협회 선거관리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 집행 종료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를 포함하거나, 집행이 면제되는 날부터 7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 형의 집행을 선고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출마가 제한된다. 

다만, 농아인협회는 A씨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출마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농아인협회 회원 4명은 2일 오후 2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씨의 회장 당선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원들은 “업무상횡령과 보조금관리위반이라는 명백한 혐의에도 회장 출마 자격 재심사 과정에 반영되지 않고, 재임명됐다. 보건복지부나 제주도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답변 없이 지켜보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실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처사”라며 “회원들은 농아인협회가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A시에 대한 협회장 당선을 취소하고, 수어통역센터장 재임명도 무효 처리돼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될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A씨는 이날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회장을 2차례 역임했고, 최근 3번째 당선됐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회원들에게 사과도 했다. 하지만, 계속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사진은 물론, 회원들에게도 계속 사과하고 있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사과하고 싶다”며 “항소한 것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유예 선고는 다소 억울하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인정해 변제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회원들 모두 저의 잘못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가 협회를 위해 열심히 일한 부분을 격려해주는 회원들이 많아 다시 출마하게 됐다”며 “만약 대법원에서 지금의 형이 확정되면 회장직에서 사퇴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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