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요즘 우리나라 배구계가 때 아닌 학교폭력 시비로 시끄럽다. 국가대표 선수들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선수가 학생 시절 동료들을 폭행하였다는 학교폭력 문제에 휘말리면서 흥국생명의 프로 경기에서 제외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하였다. 삼성화재 팀의 주장인 박상하 선수도 학생 시절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실토하며 은퇴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로팀 이상열 감독마저 폭력 전력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여러 가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배구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구기 종목에서도 폭력이 아니라 해도 불법도박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일생을 망친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강정호 선수다. 뛰어난 타격감각과 수비로 미국 프로야구의 피츠버그로 깔 때만 하여도 장래가 촉망되었으나 잦은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

반면에 배구 스타 김연경 선수는 21세 때부터 장학회를 만드는 등 일찍부터 선행을 하였고, 10여 년의 타국 생활을 접고 올림픽에 출전하여 국위를 선양하려고 귀국하면서 팀 사정으로 많은 연봉을 받기 어렵게 되자 흔쾌히 연봉액도 팀 제시금액보다 더 낮게 양보하였다. 경기에 임하면서는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으며 맏언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뿐만 아니라 딱 한 번 만난 후배가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가고, 국제선 비행기에서는 짐칸에 손이 닿지 않아 애쓰는 승객을 먼저 말없이 도와주는 등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의미)라 칭송 받고 있다.

다른 구기 종목에서도 성공적인 활동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훌륭한 인성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축구의 손흥민 선수나 이동국 선수, 야구의 추신수·이승엽 선수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어느 정도 이상 성공하려면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체육 분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BTS와 쌍벽을 이루던 빅뱅도 멤버들의 인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BTS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반해 빅뱅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필자가 젊었을 때만 하여도 지금 기준으로는 성희롱이나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들이 그냥 웃고 지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였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폭력에 해당되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곤 하였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인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약자에 대한 배려나 성인지에 대한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 존경을 받던 이들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과거의 습성을 버리지 못 하고 성희롱이나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정치권에서 자주 나타난다. 아마도 특권의식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촛불혁명으로 권위주의 정부가 무너지고,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국민들이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교수신문이 2020년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도 속담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로 정한 것처럼 많은 국민들이 허탈감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이규근 제주 아라요양병원장 ⓒ제주의소리
이규근 제주 아라요양병원장 ⓒ제주의소리

그렇다고 우리가 실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가 아닌가! 이제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신뢰를 받지 못 하면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정병석 님께서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통해 주장하신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올바로 존속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에는 분연히 저항해야 하며, 우리들 스스로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에 다 같이 힘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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