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46) 야간 노동이 넘치는 사회 

우리는 일상에서 야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얼마나 만날까? 나는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일까? 아닐까?

외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 종종 ‘유럽 거리의 밤은 우리나라와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고 거리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 썰렁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했다.

유럽거리는 정말로 그러한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었다.

전 세계 어디든 맥도날드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대표 메뉴인 빅맥(Big Mac)을 통해 각 나라의 통화 가치 등을 비교하는 ‘빅맥지수’라는 경제지표가 있다. 예컨대 ‘각 국의 최저임금으로 그 나라에서는 빅맥 세트를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도출하여 비교하는 방식이다. 

빅맥지수에 착안하여 구글 앱에 등재되어 있는 영업 시간을 기준으로 각국의 맥도날드 영업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유럽의 몇몇 국가를 비교해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맥도날드의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유명 도시의 중심가에도 대부분 오전 1시~오전 7시까지는 영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의 맥도날드는 대부분 24시간 영업 중이었다. 제주에서도 중문과 서귀포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24시간 영업 중이었다. 정확도에 있어서 구글 앱을 통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우리나라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비단 맥도날드만이 사례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식당, 패스트푸드, 마트, 카페 등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누군가의 과로로 채워진 편리함 

최근 들어 쿠팡의 ‘로켓배송’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SNS을 통하여 확산되고 있다. 쿠팡은 사업 영역을 넓혀가면서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보는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아침에 바로 받아보는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집안에서 편리하게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택배 물류량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로켓배송과 새벽 배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와 배송을 위해 야간에 일하는 노동이 필수적이다. 폭발적인 물류량에 비해 충원되는 인력은 부족했고 그 결과는 지난 8개월간 5명의 노동자가 쿠팡에서 과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에게 편리함을 주는 시스템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편리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야간 노동에 대한 개선에는 현행 노동자의 임금 수준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출처=오마이뉴스, 피사베이.
야간 노동에 대한 개선에는 현행 노동자의 임금 수준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출처=픽사베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야간 노동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야간 노동과 교대제 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야간 노동은 인간의 생체 리듬을 어지럽히고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야간 노동과 교대제 노동은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와 소화 불량, 잦은 생활 패턴 변화로 인한 일상생활의 부적응 등으로 이어지고 특히 건강상의 해악을 미칠 수 있다. 과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주야 맞교대제가 많았다. 야간 노동에 대한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한 후 야간 노동을 줄이고 주간에 교대를 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등이 대공장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야간 노동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제는 서비스업 전반으로 야간 노동이 번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야간 노동에 대하여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야간 노동 시간(밤 10시~새벽 6시)에 일한 경우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하고 있다. 그 외 특별한 규제는 없다. 

산업재해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상에 기인한 과로사의 기준인 노동 시간을 산출할 때 야간에 일한 경우 30%를 가산하여 계산하고 있다. 즉. 야간 노동 시간에 3시간 연달아 일한 사람은 주간 시간에 4시간 연달아서 일한 것과 같이 계산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야간 노동의 경우 휴게 시간이나 노동 시간 제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 예컨대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 일한 경우 30분 이상 휴게 시간을 부여하게 되어있는데, 야간 노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야간 노동이 선호되기도 한다. 야간 노동만 전담하는 노동자도 있다. 야간 노동에 대한 개선에는 현행 노동자의 임금 수준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필수적인 야간 노동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나눠서

우리 삶을 유지하는 것에 필수불가결한 야간 노동도 있다. 

주로 공공성을 띄는 노동이 그에 해당된다. 현 시기에 더욱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의료기관, 전기의 공급을 위한 발전소, 경찰서, 소방서 등과 같이 사회의 공적인 기능을 위해 24시간 운영되어야 할 곳들이 있다. 그 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야간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도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건강상 유해를 줄이기 위해 인력의 확보를 통해 야간 노동을 최소화 하거나 휴식 시간의 확보 등 교대 제도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약국이 휴일에 당번제로 운영하듯이 동서남북에 위치한 우리 동네 편의점 중 야간에는 한 곳만 운영하면 어떨까? 편리함이라는 장점 뒤에 전제되고 있는 야간 노동에 대하여 고민을 던져볼 시기이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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