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치에서든 자유 민주주의 지킬 것” 장외 투쟁 선언... 문 대통령, 곧바로 사의 수용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유성호.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유성호.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내내 들끓었던 사퇴설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증명했다. 지난 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안을 직접 반대하고 나선 지 이틀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2019년 7월 25일 임명된 지는 598일만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임기를 지키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개하며 '임기 완수'를 못 박았던 윤 총장. 그는 왜 중도 사퇴를 선택했을까.

'검수완박 부패완판' 구호, 이제는 밖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국민 보호할 것"

윤 총장이 직접 언급한 사퇴의 변은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발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전면에 내세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 조어의 반복이었다.

검찰권 방어를 이유로 사퇴한 사례는 사실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사례다. 국회의 경찰 수사 개시권 등 검경 수사권 조정안 처리 움직임에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자 임기를 46일 앞두고 직을 던진 것이다. 다만 윤 총장이 개인의 결단에 따른 사퇴라면, 김 전 총장은 검찰 줄사표 등 조직적 혼란에 따른 용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바로 이어진 윤 총장의 다음 답변에 집중됐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장외에서 집권여당에 대한 '법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정치 행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면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치 입문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엔 침묵했다.

"김학의·울산·원전 다 놓고, 무책임한 처사" - "검찰 해체 전 마지막 수단"

검찰 안팎에서도 윤 총장의 사퇴 시점에 물음표를 띄우는 해석들이 나온다. 전국검사장회의 등 검찰 전체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적 결론을 만들지 않고, 대선 1년 즈음 스스로 사퇴하는 행간엔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설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시점이 뜬금없고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한) 전국 검사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을) 해야지, 지금의 행보는 의아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을 향한 수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을 던지는 것은 '책무 방기'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현재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울산시장 선거 하명 사건, 원전 사건 등 중요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갑자기 총장이 사퇴하고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후임 총장이 선출되고 나면 검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사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출신의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 쌤)는 "윤 총장의 사퇴 행보에 검찰을 지킨다는 명분과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의사가 모두 포함됐다"면서 "지금은 총장으로서의 권한도 상당수 없어진 상태라 임기를 더 채운다고 해서 의미가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서울지검 서부지청 출신의 정태원 변호사(법무법인 유한 에이스)는 "이 행보를 대권 도전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고 봤다. 그는 "자기 임기 때 모든 게 다 없어지는, 사실상 검찰이 해체되는 거 아니냐"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검찰총장으로서 대국민 메시지로 사표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윤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이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돼 왔다. 그 진원지는 대부분 국민의힘 등 야권이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윤 총장의 사퇴 직후인 오후 2시 7분께 공식 논평을 내고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을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로 2020년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을 상대로 "임기 마치고 정치할 생각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윤 총장의 "소임을 마치면 지금껏 우리 사회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은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관련 기사 : "정치할 거냐?" 질문에 윤석열 "국민 봉사 방법 생각할 것")

한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짧은 소회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와의 협약으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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