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아홉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879년 12월31일, 새해를 앞둔 미국 뉴저지주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갑자기 에디슨(T.A.Edison 1842-1931) 연구소 창문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연구소 안 밖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한 백열전구가 처음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 백열전구는 10월22일 이미 성공한 것으로 40시간 동안 환한 빛을 내뿜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필라멘트 숱한 실험 끝에 40시간에서 150시간으로 이어 1200시간을 견디는 필라멘트를 발명한 것이다. 에디슨은 면섬유와 일본 교토(京都)에서 대나무를 가져와 ‘부서지지 않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니콜라 테슬라. 출처=픽사베이.

교류(交流)전기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출신 미국의 발명가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가 공원에서 쾨테(J.W.Goethe, 1749-1832)의 파우스트(Faust)를 생각하다 떠오른 영감(靈感)의 결과다. 에디슨의 직류(直流)와 테슬라의 교류 간의 ‘전류전쟁(Current War)’은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를 밝힐 전기로 교류가 채택되면서 테슬라가 승리했다. 1895년 테슬라는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의 수력 발전소에 최초로 교류 시스템을 디자인하여 뉴욕 버팔로 시에 전기를 보냈다. 몇 년 후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소는 644km 떨어진 뉴욕 시 전체에 변압기로 교류 전기를 공급했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갈등은 1915년 노벨물리학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에디슨과 공동 수상인 것이 불쾌했던 테슬라는 그와 같이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에디슨도 같은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고 결국 그해 노벨물리학상은 다른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최근 전기차 시대가 도래 하면서 140여년 전 펼쳐졌던 전류 전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대부분이 교류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는 테슬라의 승리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기차와 스마트폰, 노트북PC등이 보급이 늘어나고, 직류 전기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에디슨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직류와 교류를 모두 사용하는 전기차 시대에서는 에디슨과 테슬라 모두가 승자다.

에디슨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靈感)’이 발명 신조(信條) 라면, 테슬라는 이와 반대로 ’1%의 노력과 99%의 영감‘이 발명의 신조다. 즉, 에디슨이 실험에 기반했다면 테슬라는 수학적 기반 위에서 머릿 속에 설계도가 있었다. 직류는 시간 축 위에 진폭이 일정한 수평선 같은 직선이다. 직류 전기는 불이 켜지면 깜박거림이 없이 항상 일정하지만 교류는 1초에 120번을 깜박거린다. 그러나 우리 눈은 항상 일정한 불빛으로만 보인다. 

테슬라는 천재다. 상업 전기(電氣)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자기학(電磁氣學)의 혁명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인물. 테슬라의 특허와 이론적 연구는 전기 배전의 다상시스템과 교류 모터를 포함한 현대적 교류전기(Alternating Electric) 시스템의 기초를 형성, 그의 이러한 연구는 세계 2차 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거부 ‘일론 머스크’의 회사 이름도 테슬라다. 세계는 지금 테슬라의 천재성에 미쳐 있다.

지난 2월26일 전주 건지산에서 정월대보름 달을 보면서 새벽에 떠오른 단상(斷想) 한 토막을 더해본다.

보름달은 꽉찬 수평선 같은 빛인데, 날이 하루 하루 가면서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로 변한다. ‘달빛 쪼개기(Splitting Full Moon)’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公轉)한다. 3상유도전동기(Induction Motor)에서 고정자권선이 지구이고 회전자권선이 달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에디슨의 수평선 직선을 테슬라는 3등분했다. 360도를 120도씩 나눴다. 즉 360도 원형으로 된 고정자 철심에 3상 R,S,T라고 하는 3개의 코일을 120도씩 배치하고 발전기회전자 자석 N-S극을 회전시키면 3상의 교류전기가 생산된다. 테슬라의 발상(發想)을 찾았다. 

한편, 제주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언제인가? 1925년 3월 일본 강점기시 일본인들이 자본금 10만원으로 제주면 이도리에 제주전기주식회사를 설립, 산지천 포구에 40㎾ 중유발전기 1대를 설치하고 500여 호에 불을 밝혔다. 그 후 1962년부터 66년까지 제주내연 발전소 1310㎾ 3대 발전기를 설치했고 그 후 총 시설 용량 1만8750㎾로 5000㎾급 기력발전설비 2기와 1250㎾급 내연발전설비 7대를 삼양 해변가에 설치했다. 이 발전소의 준공으로 제주도내의 전력난을 해소하게 되었으며, 발전소 건설 공사와 함께 추진된 제주시와 서귀포·한림 및 모슬포를 연결하는 송변전설비 설치 공사가 완공돼 제주도 단일 전력 계통망을 형성함으로써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게 됐다. 제주에 빛 세상을 열린 것이다.

1950년대 제주에는 전기가 귀했다. 중산간에는 전기가 안 들어와 석유 호롱불을 켜고 살 때, 모슬포 자취방에서 한전의 전기한선과 땅의 어스한선을 방 벽체나무에 못을 세 개 박아 소켓을 만들고 전구를 끼어 불을 켠 적이 있다. 신기했다. 코일, 콘덴사, 검파기로 광석 라디오를 만들어 듣기도 했다. 70년 전 이야기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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