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26) 가해자 책임 뿐만 아니라 교육자 반성 필요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사실 이전부터 쭈욱 사단이 났었다.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 그 이전에 스포츠계 그루밍 성폭력 문제, 그 이전에 또….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고 있지 않다.

근래에 들어서는 배구국가대표 선수들인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문제가 다른 스타급 운동선수로 번지고 있고, 연예계로도 학교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그에 대응해 체육계나 프로스포츠 기업들이 대응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이다. 더불어 학교폭력과 연결된 스포츠 인권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정치권에서도 대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2월 국회의원들에 의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발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학교 내 운동선수들 간의 폭력문제를 스포츠윤리센터에서 다룰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작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서 학생선수들에 대한 구제 기능이 빠져 있어 이를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부 이러한 조치들이 대단히 미흡 할 뿐 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가 되고 있는 이들은 대체로 그들이 미성년일 때, 학교폭력의 가해자로서 온갖 패악질을 자행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 그때의 잘못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다. 그것도 아주 엄하게.

이에 비춰 학생선수들의 교육권을 생각해보면 교육행정 당국은 학생들이 잘못을 했을 때 교육적 관점에서 자신의 행위를 바로잡을 교육적 기회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출처=픽사베이.
학생선수들의 교육권을 생각해보면 교육행정 당국은 학생들이 잘못을 했을 때 교육적 관점에서 자신의 행위를 바로잡을 교육적 기회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출처=픽사베이.

그런데 이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해자인 그들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자. 사실 그러한 폭력적 구조와 위계적 구조를 만든 것은 어른들이었다. 어른들의 국위선양에 동원될 선수들의 학습권은 당연히 없는 것이었다. 성과를 위해서 폭력적 수단도 무제한으로 용인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학생 선수들 간의 위계질서를 조장하고, 질서 유지 명목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묵인하였다. 그 사이 학생들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또다시 상급학교에서 피해자가 되는 폭력적 구조가 순환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를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수업시간에 무제한으로 잘 수 있고, 선생님들은 그걸 방조하는 걸 넘어 오히려 권장했다. 가르침보다는 성과를 중시했고, 때리면서 가르치고, 때리는 것을 가르치고, 때리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상황의 본질이 이러한데, 지금 상황은 가해자인 학생들만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경우, 그 당시 중학생이던 그 자매의 선생님들은 어디에 있는가? 두 자매의 운동을 지도했던 또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자매들이 잘 나갔을 때는 자신의 제자라며 자랑하고 다녔을 당신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물론 부모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이재영·다영 자매 또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프로선수들을 옹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어낸 학교와 그러한 구조에 부역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에게 바른 교육을 지원해주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만든 진짜 범인은 어른들이다. 그리하여 어른이 된 선수들은 그때 잘못을 수정할 또는 올바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였고, 바로 지금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내 몰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든 사람들은 아무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학교 폭력을 성과 또는 성적으로 방조하고 학생 선수들의 행위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교육자들의 잘못은 누구도 거론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가들에 의해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개정안은 교육현장에서 조차 학생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고 처벌만 강화하게 될 위험이 있는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폭력적 구조에는 고민조차 없고, 오로지 학생들만 처벌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개정법률안으로 인해 스포츠계의 인권침해구제를 위한 법적징계구조가 학교 교육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육보다 조사와 처벌이 더 우선하게 될 우려가 생겼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주도내 학생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은 어떨까? 과연 제주도 교육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스포츠인권의 문제가 불거지자 중앙정부에서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었다. 이에 제주도교육감은 학교체육교사들만 불러 연찬회를 열고(2019년 12월) 권고안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또한 도내 학교 체육부 실태 조사를 지시(2020년 7월)하면서,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엘리트 체육 문화를 지적하고, “아이들이 평생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학교 스포츠클럽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것밖에 없다. 정말 그 말밖에 없다. 한 부서의 말단 직원 한 명의 업무분장에 스포츠인권사항 한줄 적어 넣은 것 이외에 아무런 조치가 없다. 그나마 실태조사 결과도, 검색능력의 부족인지 몰라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권고안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엘리트 체육이 아닌 학생으로서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를 재확인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교육감의 멋들어진 말만 있을 뿐, 폭력적 구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실제적 조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엔아동권리협약 29조 1항에서는 “18세 이하 아동이 …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 자유사회에서 책임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준비”를 교육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춰 학생선수들의 교육권을 생각해보면 교육행정 당국은 학생들이 잘못을 했을 때 교육적 관점에서 자신의 행위를 바로잡을 교육적 기회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교육청이나 국회는 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학교폭력의 구조를 깊이 있게 고찰하지도 고민하지도 않고, 어른들의 잘못은 덮어 둔 채 아이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 아니 그런 상황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도 교육 현장의 폭력적 구조에 있는 갇혀있는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인 유명 선수들은 엄중하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러한 비극적인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낸 교육자들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눈앞에 현상만으로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다 중심에 놓고 이러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제주도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생긴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인권 침해적 상황을 잘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첨언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4등’이라는 학교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 영화를 제작했었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참으로 힘들었다. 우리네 가장 보편적인 현실이자 아픔이었다. 한 번 봐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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