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 - 텅 빈 교실,위기의 제주교육] ③ 행정지원-교육활성화 병행 과제

저출산과 이주인구 감소로 제주 교육현장의 학령인구 감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늘어나고, 지역별 학생 쏠림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위기의 제주 학교현장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 주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던 제주시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이 지난 2018년 더럭초등학교 본교로 승격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던 제주시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이 지난 2018년 더럭초등학교 본교로 승격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교육부는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 2016년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기준'을 강화했다. 도시지역의 경우 전교생 240명 이하인 학교는 통폐합 등 학교 재배치를 권고하고 있다. 읍지역은 120명 이하, 면·도서지역은 60명 이하인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속한다.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 기준에 따르면 제주시 동지역 4곳, 읍면지역 23곳(분교 6곳 포함), 서귀포시 동지역 6곳, 읍면지역 20곳(분교 1곳 포함)이 폐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의 경우 본격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읍면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폐교 사례가 잇따랐다. 1983년 신도초 보흥분교장 폐교를 시작으로 28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하천초, 화산초, 가시초, 연평초에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겼다. 비교적 최근 폐교 사례는 2009년 서광초 동광분교, 2010년 조천초 신흥분교 등이 있다.

그나마 매해 폐교가 줄을 잇고 있는 육지부 여타 지역에 비해서는 비교적 선방을 이어온 결과다. 제주는 인구 증가세에 힘입어 학령인구도 꾸준히 증가했고, 타 지역에 비해 행정구역 편제 면적이 월등히 넓은 점도 거점별 학교의 필요성을 지켜왔다.

그러나, 제주의 학교들도 가파른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더이상 명맥을 잇기 어려운 위기에 놓여있다. 도내 초등학교 5곳 중 1곳의 신입생 수가 한 자리수에 그쳤다는 점은 그 위기를 반증한다.

'폐교' 딱지만 붙지 않았을 뿐 이미 올해도 단 한 명의 신입생도 받지 못한 가파초 마라분교는 6년째, 한림초 비양분교는 3년째 휴교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폐합을 부추기는 주장을 펴곤 하지만,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금도 통학거리가 2km 넘어가는 도내 초등학생의 수가 800여명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통폐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단순 통학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면서 학령기 자녀를 둔 주민들도 자연스레 지역을 벗어나게 되고, 지역 소멸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사례는 그간 쉽게 목도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 차원에서 학교 되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옛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교사 전경. 지금은 다문화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마을 주민 차원에서 학교 되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옛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교사 전경. 지금은 다문화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학교는 해당 지역의 역사이자 얼이다. 조천초 신흥리 주민들은 최근 10년 전 폐교된 신흥분교장을 되살리기 위해 마을 차원의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65년 개교한 신흥국민학교는 취학 아동수가 줄면서 1983년 분교로 개편됐고, 2010년 제45회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폐교된 바 있다.

손유철 신흥리장은 "학교가 사라진 이후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어느 지역이든 학교가 마을의 구심점이 되지 않나"라며 "여러 동문이나 지인들을 만나면서 얘기를 나눴고, 마을 총회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쉽지만은 않지만 현재는 학부모들을 만나며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는 행정력은 물론, 교육계 자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도심 지역구를 두고, 지역간 학교발전 방안을 고심해 온 부공남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소외되거나 발전이 더딘 지역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 교육행정만으로도, 또 일반 행정력만으로 복원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다. 단순히 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원도심이든 읍면지역이든 교육을 통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부 위원장은 "제주는 타 지역과 해결책을 달리 할 수 있다. 제주특별법으로 보장된 특례를 활용하면서 교육내용을 더 풍성하게 하면 학군이 좋아서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지녔다"며 "특례를 통해 운영중인 현재의 다혼디배움학교는 교육방법만을 차별화한 것이지 교육내용에서는 차별화 된 면이 부족하다. 외국어 교육을 특화시키는 등의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신흥분교가 폐교됐던 비슷한 시기에 함께 통폐합이 논의돼 온 풍천초, 수산초 등의 경우 지역 주민과 교육당국의 노력으로 폐교 위기를 넘겼다. 학생수가 10여명 밖에 되지 않아 폐교 직전까지 몰렸던 함덕초 선흘분교장도 최근 건강·자연생태 특화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본교 승격을 추진할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

지난 2018년에는 애월초 더럭분교장이 '더럭초등학교' 본교로 승격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더럭초는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개교해 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다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1996년 더럭분교장으로 변경됐다. 이후 지역 주민과 학부모, 더럭분교 발전위원회가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 학교 살리기에 노력해왔고 학생 수가 꾸준히 늘어 본교로 승격된 현재는 전교생이 95명에 이르렀다.

위기의 원도심 속에서 선방을 이어가는 제주북초의 사례도 주목되고 있다. 1907년 설립돼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주북초는 과거 500여명이 넘는 학생수를 유지했지만, 원도심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학생수는 200여명까지, 3분의 1토막이 났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찾아 오는 학교'가 되기 시작했고 제주도교육청의 중기학생배치계획에 따르면 5년 후에는 학생 수가 24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으로 활용되는 김영수도서관. 설립자인 이 학교 20회 동문 故김영수 씨의 이름을 따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으로 활용되는 김영수도서관. 설립자인 이 학교 20회 동문 故김영수 씨의 이름을 따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업을 주도한 제주도시재생센터 김진아 팀장은 "원도심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폭이 워낙 크다보니 학교에 지원금을 넣는 형태의 사업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원도심에서 주거하려면 무엇이 개선돼야 할까 치열한 고민이 이어졌고, 학교 정규시간 외에 아이들이 머무르고 보호될 수 있는 생활 SOC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제주북초 내 조성된 '김영수도서관'은 대표적인 사례다.

김 팀장은 "기존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유휴공간을 활용해 일과 시간 내에는 학교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이후에는 마을에 개방하는 형태의 도서관 시설이 들어섰다. 도서관에는 도서활동 전문 양성가가 독서교육이나 문화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호응을 얻었고, 현재는 인근 생활권의 학생들도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단순히 지역사회에 국한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상황에 따라 가변성이 뒤따르는 것이 아닌, 누구나 예상 가능한 위기라는 점에서 더 큰 경각심을 일깨운다. 누구도 뚜렷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각 계의 총의를 모아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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