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장관 사퇴 수순, 제주 제2공항 정책결정 시일 소요 우려

변창흠 국토교통부이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정책 결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국책사업 정상 추진"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도민사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변 장관 사의에 따른 국토부의 정책결정 연기가 불가피해보여 우려가 높아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했다.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 당시 발생한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다.

문재인 대통령도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지만, 지난달 4일 국토부가 발표한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 해야한다며 한시적 유임을 주문했다. 정계 안팎으로는 신임 장관으로의 교체 시점이 4월 7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결정권자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도민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린 제주 제2공항 추진 여부가 쉽게 결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갈등을 두고 주요 기점마다 원희룡 제주도정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거듭해왔다. 제주도는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토부로 공을 돌렸고, 국토부는 '제주도의 요청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 같은 구도에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협의로 실시된 여론조사는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국토부도 한창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던 지난 1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도에서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할 시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도민의 반대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공을 돌리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지난 2월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엠브레인리퍼블릭은 찬성 43.8%, 반대 51.1%, 한국갤럽은 찬성 44.1%, 반대 47%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주도정도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며 도의회와의 협약에 따라 같은달 23일 여론조사공정관리공동위원회를 거쳐 보고서 내용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주로 다시 내려보냈다. '도민 의견을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당초 공언과는 상반된 결정이었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제2공항 강행' 차원의 답변을 국토부에 회신했다.

결국, 공은 다시 국토부로 돌아왔다. 국토부가 제2공항 추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나, 여론조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이슈 외에도 국토부 내부를 둘러싼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점도 '시간끌기'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LH발 투기 의혹 논란은 조사의 범위가 확대되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4.7재보선 시기가 겹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도 달아올라 제주 제2공항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의 명확한 입장은 밝혔고, 이제 국토부의 선택만 기다릴 뿐"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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