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환 의원,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 상반된 의견 제시에 “도지사가 민의 배반” 설전

 제주도의회와의 도민 여론조사 이후 ‘갈등야기 행위 금지’ 합의를 깨고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민의의 전당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도민사회를 격랑 속으로 밀어 넣은 원희룡 지사는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고 하라”며 적반하장 식으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책임을 전가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이제 제2공항 찬·반의 시간은 지났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도민의견수렴 결과가 도출됐고, 후속절차를 고민해야 할 엄중한 시기”라고 지난달 실시된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2개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2곳 모두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월10일 원희룡 지사가 국토부 요구에 못이기는 척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도민사회는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였다.

홍명환 의원은 “도민의견 수렴 절차까지는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난 10일 지사께서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다”고 화살을 원희룡 지사에게 돌렸다.

 

17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제2공항 여론조사 이후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힌 원희룡 지사(왼쪽)와 이는 비판하고 있는 홍명환 의원. ⓒ제주의소리
17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제2공항 여론조사 이후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힌 원희룡 지사(왼쪽)와 이는 비판하고 있는 홍명환 의원.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국토부가 제주도의 입장을 주라고 한 법적인 근거가 뭐냐”라고 따져 물은 뒤 “아쉬운 것은 자치단체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이를 전달하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10일 느닷없이 도지사 개인의 입장을 밝히면서 도민사회에 갈등이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저희도 왜 국토부가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가 끝난 뒤 의회와 합의한 대로 가감 없이 결과를 전달했다. 국토부와 대통령이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갈등야기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전가했다.

3월10일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 원 지사의 발언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홍 의원은 “전문가집단 자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누구냐. 자문내용은 자료로 남아 있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 지사는 “자료는 없다. (자문을 해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밝힐 수 없다”며 “정 필요하다면 다시 전문가를 섭외해서 토론회를 열 용의는 있다”고 맞섰다.

도민 전체 여론조사와 별도로 실시된 성산읍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주민 수용성’ 문제를 놓고도 강하게 부딪혔다.

홍 의원은 “전체 도민 의견 대신 성산주민 의견을 ‘수용성’ 문제 해결의 논거로 삼는 이유가 뭐냐. 피해마을의 경우 반대가 높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 않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원 지사는 “피해 마을 5개 중 2개 마을은 찬성이 높다. 반대가 높은 마을만 꼬집어 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미래 항공수요 대처 방안을 놓고는 ‘현 공항 확충’ vs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 의원은 “ADPi 권고안 중 제주공항 수용력 확보에 핵심적인 과제 5개 중 1개 밖에 진행되는 것이 없다. 현 공항 확장만으로도 장래 항공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 지사는 “대안도 없이 제2공항을 무산시키자는 것이냐”고 되물은 뒤 “만약 된다는 대안이 있으면 제2공항을 무산시키고, 된다고 하는 대안을 대통령이 약속하라. 죽이든지 살리든지 대통령이 결정하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왼쪽부터 이경용, 강충룡(이상 국민의힘), 강성의, 송창권(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이경용, 강충룡(이상 국민의힘), 강성의, 송창권(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주의소리

여·야 의원들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제2공항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강하게 부딪혔다.

국민의힘 소속 이경용 의원(서홍·대륜동)은 “현 제주공항은 포화상태여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의 장래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2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환경 인프라에 대한 대책은 제주도정이 꼼꼼히 대책을 세우면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충룡 의원(송산·효돈·영천동)도 “20~30대에서 제2공항 찬성 의견이 높은 이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며 “제2공항은 5조원이 넘는 생산유발효과와 3만명이 넘는 취업유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주의 균형발전과 미래제주, 미래 대한민국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제2공항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원 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성의 의원(화북동)은 원희룡 지사가 ‘지난 5년간 제2공항 찬성이 현저하게 낮아진 이유는 난개발과 관광객 급증에 따른 제주의 환경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환경수용성을 스스로 갖춘 후에야 제주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도지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송창권 의원(외도·이호·도두동)은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발언이냐. 무엇이 죽는 것이고, 무엇이 사는 것이냐”라며 홍명환 의원과의 긴급현안질문에 따른 원 지사의 답변을 문제 삼았다.

송 의원은 또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도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는 갈등해소를 위해 도의회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 개인의 독단적 합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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