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과 제주질그릇’전, 국립민속박물관서 열려…‘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 기념

▲ '허벅과 제주질그릇' 기획전이 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민속박물관 공동주최로 열리고 잇다.

▲ 기획전 포스터
옛 부터 물은 어디에서나 귀한 생명수였다. 육지부에선 마을 한가운데의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다 먹던 시절, 섬인 제주에선 마을에서 몇리씩 떨어진 해안가 ‘용천수’나 ‘봉천수’까지 발품을 팔아 물을 길어다 먹어야 했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물은 더욱 귀한 생명수였다.

그 생명수를 길어 나르던 제주의 그릇 ‘물허벅’이 박물관에서 선을 보여 화제다.

‘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를 기념해 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이 ‘허벅과 제주질그릇전’ 기획전시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한 이번 기획전은 오는 8월15일까지 서울소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9월18일에서 10월31일까지는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두번째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허벅은 제주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허벅은 물을 긷고 다니느라 물이 넘치지 않게 배는 불룩하게 나오고 목은 심하게 좁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물을 길어 나를 때는 ‘물구덕’이라 불리는 대오리(대나무)로 만든 구덕에 허벅을 넣고 등짐을 지어 날랐다.

허벅은 제주질그릇의 대명사와 같다. 그 크기와 종류도 다양해 크기가 가장 큰 ‘바릇허벅’, 성인들이 지고 다녔던 ‘허벅’, 10대의 소녀들이 물 길러 다닐 때 사용한 ‘대바지(대배기)’, 그리고 어린이들이 지고 다녔던 ‘애기대배기’ 등이 있다.

▲ 웃데기허벅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의 차이에 따라 생김새와 기능이 달랐다. 부르는 이름도 등덜기, 방춘이, 능생이 등으로 다양했고, 웃데기허벅, 알데기허벅, 방춘이, 능생이, 지새허벅 등 노랑굴과 검은굴에서 구워진 다양한 허벅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장항굽(장독대)에 놓였던 규모가 큰 대항, 양춘이, 춘두미, 웃통개, 알통개, 시불통개 등 제주도에서 생산했던 통개류(항아리류)도 만나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술을 빚기 위한 도구인 고소리, 두병들이, 바랑 등이 있고 떡을 찌는데 사용했던 크고 작은 시리(시루) 등 다양한 질그릇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다.

특히 상수도의 보급과 함께 1960년대 말 완전히 사라졌던 허벅 가마터(노랑굴, 검은굴)의 현장 모습들을 담은 사진과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4호 신창현 도공의 허벅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 지새허벅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제주도의 자연·인문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문헌과 지도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제주목사의 ‘남환박물’과 기묘사화로 제주에 유배됐던 충암 김정(金淨, 1486-1521)의 ‘제주풍토록’, 이원조(李源祚, 1792-1871) 제주목사의 ‘탐라지초본’ 등에 물을 운반하던 시대적 변천상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또한 ‘탐라지도병서’, ‘제주도도’, ‘제주십경도’ 등의 고지도를 통해서도 용천수가 솟아나는 해안지대를 따라 형성된 촌락의 모습과 한라산을 중심으로 이어져 내리는 수많은 내천, 또한 뭉툭뭉툭 솟아난 수백개의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허벅의 선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시대 달 항아리의 선을 보는 듯 뛰어난 예술성을 느끼게 한다”면서 “그 아름다움이 사치스러움이 아니라 질박한 민초들의 삶과 그 도구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더욱 의미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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