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문화사업회, 에밀 타케 신부 기리는 정원 조성 전문가 포럼 개최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19일 오후 서귀포시 산림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 왕벚나무를 학술적으로 발견하고 온주밀감을 제주에 최초로 도입한 에밀 타케(Émile Joseph Taquet, 1873년~1952년) 신부를 기리는 ‘에밀 타케의 정원’ 공론화가 첫 발을 뗐다. 식물 채집, 특정 식물에 국한해 에밀 타케 신부를 조명하기 보다는, 기후 변화 같은 오늘 날 환경 문제까지 연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귀포봄맞이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서귀포문화사업회가 주관한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19일 오후 서귀포시 산림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각계각층 전문가 의견을 모으는 자리다.

주제 발표는 정홍규 신부, 임형탁 전남대 교수, 이석창 서귀포문화사업회장이 맡았다. 지정 토론은 강희철 서귀포시 청정환경국장, 오형욱 서귀포시 산림조합장, 윤봉택 한국예총 서귀포지회장,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이 참여했다.

에밀 타케 신부.

187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에밀 타케 신부는 1902년 29세 나이로 제주도로 발령 받아 서귀포 한논본당(현 서귀포성당) 3대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1915년 목포 산정동성당 5대 주임신부로 임명되기까지 13년간 제주에 머물렀는데, 이 시기 서귀포에서 식물 채집 활동에 매진했다.

잘 알려진 천연기념물 156호 제주 왕벚나무를 비롯해 구상나무, 향유, 화살나무, 한라개승마, 가시복분자, 제주산버들 등 많이 식물을 채집했다. 표본 숫자는 7047개로 알려진다. 표본들은 대체로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 교토·도쿄대학이 보관하고 있다. 1914년 포리 신부로부터 온주밀감 묘목 14그루를 받아서 제주에 심기도 했다.  

주제 발표자 정홍규 신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 사목자이자 에밀타케식물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대구 범어성당에서 ‘에밀 타케 신부의 식물표본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에밀 타케 신부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신부는 주제 발표에서 “왕벚나무의 식물학적 이름은 1901년 도쿄대 부속식물원 초대 원장인 마쓰무라 진조 박사가 기록을 발표하면서 ‘Prunus yedoensis Matsum’로 됐다”면서 “100년 동안 우리의 왕벚나무를 마쯔무(Matsum)로 불렀으니 이제는 우리가 ‘엄택기 왕벚나무’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엄택기는 에밀 타케 신부의 한글 이름이다.

특히 “전 세계 식물원 누리집을 살펴본 결과, 에밀 타케 신부 이름이 들어간 ‘타케티(taquetii)’ 125종과 타케 신부의 채집본이 있는 컬랙터 타케 식물 1670종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그 당시 가난한 주민들이 산으로 올라가 도토리라도 주워 먹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타케 신부는 한국을 3년 간격으로 16개월 머문 포리 신부에게서 1911년 귤 묘목 14그루를 받았다. 타케 신부는 지역의 문화나 습성, 그리고 생태와 자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본다”면서 “그에 비해 김원영 신부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과격하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선교하면서 결국 신축교안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에밀 타케 신부가 1960년대 제주도의 이시돌 목장을 창업한 임피제 신부처럼 통합적이면서 예언적 경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은 그 시대의 한계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그 한계는 시대를 넘어 결과적으로 온주밀감을 통해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융합했다. 귤 나무도 오늘날 제주도 감귤 산업의 마중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홍규 에밀타케식물연구소 대표가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정 신부는 ▲나비박사 석주명 동상 ▲이중섭미술관 등을 예로 들며 “현재 서귀포 지역에는 13년 간 홍로(서홍동의 옛 지명)에서 사목한 에밀 타케 신부를 기념하는 어떤 것도 없다. 옛 홍로성당 터에 ‘에밀 타케 식물원’이라도 장만한다면 금상첨화”라고 꼽았다.  

다만 “에밀 타케 신부를 기리는 정원은 단순한 정원(庭園)이 아닌 기후 변화를 비롯해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환경 문제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석창 서귀포문화사업회장은 특정 식물학자를 기리는 해외 기념정원 사례로 ▲네덜란드 클루시우스 정원 ▲스웨덴 린네 정원 ▲스웨덴 본 시볼드 기념정원 ▲일본 고치현립 마키노 식물원 ▲일본 도쿄 마키노 기념 정원·식물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장소가 가진 의미나 입지를 고려할 때 서귀포시 서홍동 204번지에 위치한 ‘면형의 집’을 에밀 타케의 정원 대상지로 제안했다. 

이석창 회장은 “에밀 타케는 근대 한국 식물 분류학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서 “에밀 타케의 정원을 한국 카톨릭과 한국 생물학의 성지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19일 오후 서귀포시 산림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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