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반대 시민들, 제주시청 앞 “민주주의 짓밟은 원희룡 퇴진” 촛불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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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 철회를 촉구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성토하는 촛불집회가 20일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개최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20일 제주시청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오후 7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제2공항 건설 철회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뤄졌다.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우비를 갖춰 입고 촛불을 들어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를 훤히 밝혔다.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개회사에서 “2019년부터 시작된 검토위와 9번에 걸친 생방송 토론회, 수많은 비공개·공개 토론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도민사회가 이 문제에 수도 없이 토론한 뒤 여론조사에 참여한 결과를 원 지사는 배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의회와 도가 공동으로 구성한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 절차에 의한 의견 수렴이라고 만장일치로 결론짓고 결과를 국토부에 보냈는데 왜 국토부는 다시 되묻나”라고 국토부를 향해 성토했다.

또 “원 지사의 발언은 5년간 갈등을 끝내겠다는 도민 스스로의 결정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라며 “도민 의견을 수렴했으면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원 지사의 의견을 묻는 것인가. 국토부, 여당은 도민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 지사의 개인적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었다”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도민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2공항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도민 동의는 얻은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끝까지 제2공항을 철회한다는 마지막 답변을 얻기 전까지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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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배순옥 신산교회 목사, 신현정 제주대학교 학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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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듣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어 자유발언에 나선 배순옥 신산교회 목사는 “철새가 살고 자연이 보전돼야 사람도 살 수 있다. 도시처럼 개발하고 포장한 다음 어느 누가 제주도로 오겠나”라면서 “제주는 제주다운 것을 지켜야 한다. 제2공항을 막지 못하면 도민 삶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올수록 쓰레기도 많아지고 우리가 마실 물도 사라진다. 집 앞까지 쓰레기가 들어찬다고 생각해보면 이해될 것”이라며 “제주는 우리가 지켜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공항을 막아내자”라고 역설했다. 

또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현정 학생은 자유발언대에 올라 미래세대를 위한 제2공항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신현정 학생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집값만 300% 넘게 뛰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결국 부동산 투기라는 결론이 지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마트에 가면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는 명제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됐다”라며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을 보며 기후위기를 막지 않으면 먹을 걱정을 해야 하고 식량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는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운송 수단이다. 비행기가 많이 뜨고 내리며 이동하는 것을 보고 미래세대가 무엇을 빼앗길지 생각해달라”며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며 공항을 짓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여러 농지를 밀고 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먹거리를 생산할 땅을 없애겠다는 말이다. 농민이 살 수 없으면 어떤 사람도 못산다”라면서 “잠들지 않는 공항이 지어져 에어시티가 된다 해도 청년들은 질 낮은 노동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정 학생은 “나는 내가 원하는 노동을 선택하고 행할 자유가 필요하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최대한 덜 이동하고 덜 사용하는 삶을 살고 싶다”라며 “그것이 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삶이다. 마음을 모아 제2공항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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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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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끝나갈 쯤엔 시민들이 제2공항 문구가 쓰여 있는 현수막을 구호에 맞춰 찢는 상징의식도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이어진 자유발언대에는 4박 5일간의 제2공항 반대 도보 행진에 참여한 양윤녕 씨가 나서 원 지사를 성토했다.

양윤녕 씨는 “도민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자체 지사도 아닌 제주도지사가 고집을 부리며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라며 “지사는 더 이상 도민을 기만하지 말고 공론화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박 5일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제주 자연을 보호하고 성산에서 무참히 쫒겨나야 할 4개 마을 주민들을 위해 버텨 반대를 위해 투쟁했다”라면서 “원 지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부린다면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시민들은 제2공항 문구가 적혀 있는 현수막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와 구호에 맞게 찢는 상징의식을 펼쳐 보였다.

이어 선언문을 통해 “도민 여론조사 직후 국토부의 일은 도민 민의를 받들어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아무 조치에 나서지 않고 되려 원 지사에게 개인 의견을 물으며 찬성의견을 구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원 지사와 함께 도민 의견을 뒤집으려 공모하고 있다. 촛불 민의와 공정을 거부하는 국토부는 아직도 박근혜 적폐 정부 산하 부처인가”라고 되물으며 “도민 의견조차 인정하지 않으며 거짓과 부실로 가득찬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경거망동”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국토부는 당정 협의와 문재인 대통령이 도민 뜻을 존중하겠다 밝혔던 대도민 약속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민의를 거부하는 적폐의 부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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