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4) 급식실 노동자 호흡기 건강권 확보해야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급식실 일산화탄소 노동 기준치 30배
학교 급식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 30배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산화탄소 발생 농도는 9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교육청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작년 초 학교 급식실 유해물질 및 환기구조 실태조사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드러나, 급식실 노동자 호흡기 건강 보호를 위한 계획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조리과정에서 일산화탄소는 최대 295ppm이 발생했다. 이산화탄소는 순간 발생량은 8,888ppm 이상의 급격한 상승 양상을 보여 기계측정한계치를 초과했다. 

환경부 및 산업안전보건법 사무실 내 공기질 관리기준으로 일산화탄소는 10ppm인 것에 비하면 급식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기준치 30배에 가깝다. 환경부 및 산업안전보건법 사무실 내 공기질 관리기준으로 이산화탄소는 1,000ppm 이하. 급식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준치에 9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는 급성중독발생물질로 분류된다.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서 산소공급을 저해하는 화학적 질실제이며, 이산화탄소는 같은 공간 내 산소를 밀어냄으로써 공기 중 산소량을 떨어뜨려 질식을 유발할 수 있는 단순 질식제로 알려져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교육청 학교급식기본계획을 보면 급식실 노동자의 호흡기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철 급식실 근무 중 열기로 인해 건강이상, 두통, 현기증, 구토, 쓰러짐 등을 경험한 노동자도 78%에 달한다. 학교 급식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 30배에 가깝고 이산화탄소 발생 농도는 9배 이상으로 나타난 것과 같이 급식실 노동자 호흡기 건강권 확보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제주의소리

경기지역 급식실 노동자 폐암으로 사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로 2017년 경기지역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작년 부산지역 한 초등학교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가 2명 발생했다. 

김은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장은 “급식실은 공기순환이 잘 안 됩니다. 후드는 있어도 공조기(후드에 연결되어 후드로 올라오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하고 새 공기를 넣어주는 기구)가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가 급식실에 자욱해요”라고 말했다.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경기지역 학교 급식실은 후드의 모터가 낡아 흡입력이 약해졌으며,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학교는 후드의 모터를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작년 실시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울산시교육청과 협의해 ‘급식종사자 호흡기 건강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급식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 환기 소홀에 따른 질실 사고 위험을 개선하고, 질식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휴대용 산소 캔을 비치하도록 했다. 창문 개방을 통해 수시로 환기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윤미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국정감사에서 학교급식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윤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전국 1만603개 학교의 대부분인 86.9%가 가스기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제주도교육청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청은 급식실 공조기, 후드 등 국소배기장치 성능검사는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급식실 노동자 호흡기 건강권 확보 방안 부족
제주도교육청의 올해 학교급식기본계획을 보면 ‘학교에 설치된 가스시설의 경우 다량의 가스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특히 다수의 학생들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타 시설에 비해 안전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며 ‘매일 아침 가스 사용 전 조리장 환기 및 정기적으로 가스 누출 확인 비누방울 검사 등 실시’하라고 되어 있다. 또 학교 가스시설의 정기검사를 연 1회 실시, 수시검사는 월 1회 실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가스시설의 경우 안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조금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도교육청 학교급식기본계획을 보면 급식실 노동자의 호흡기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도교육청도 울산시교육청의 사례를 참고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실태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른 급식실 노동자 호흡기 건강권 확보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학교 급식실, 유해 가스 적은 인덕션 등 전기기구 확대 돼야
우리노조는 지난 2019년 여름 제주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 508명을 대상으로 폭염실태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80% ‘급식실이 무척 덥고 습하다’고 응답했다. 78%가 여름철 급식실 근무 중 열기로 인해 건강이상, 두통, 현기증, 구토, 쓰러짐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61% 폭염으로 건강이상을 경험해도 쉬지 못했다고 일했다고 토로했다. 

최경미 조리실무사(가명, 52세)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어요. 후드가 있어도 제대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것 같아요. 튀김 같은 걸 하는 날이면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반지하이다 보니 창문을 열어도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요. 심지어 비가 오는 습한 날에는 급식실 벽에 곰팡이기 슬기도 해요.”라고 토로했다. 

김희정 조리실무사(가명, 53세)는 “푹푹 찌는 더위에 기름으로 튀김이나 전을 하고 있자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요. 2시간 너머 기름 앞에서 허리를 숙인 채 튀김이나 전을 하고 있다 보면 머리가 어질해지면서 정신까지 혼미해져요.”라고 토로했다. 

제주도교육청 학교급식기본계획을 보면, 고온다습한 급식실 환경 개선을 위한 냉·난방기 및 공조시설(급·배기 후드 및 닥트 등 구축, 전기식 기구(인덕션) 등 확대 등이 명시되어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학교 급식 조리기구에 인덕션 방식을 도입할 필요는 첫째 조리실 내부온도 상승 방지로 위생사고 및 안전사고를 예방, 둘째 유해가스 감축 및 소음감소로 쾌적한 급식실 환경을 조성, 셋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인 가스 사용 대신 전기식 조리기구 사용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급식실노동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식중독 발생율도 높인다. 또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맺은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하며,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가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학교 급식실 조리기구를 전기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실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제주도교육청은 전기와 가스 혼용 인덕션 기구를 9개 도입했다. 전체 가스 조리기구 162개를 조속히 전기식 조리기구로 바꾸기 위한 방안을 제주도교육청은 세워야 한다. 급식실 노동자의 호흡기 건강권과 폭염 대책, 식중독 방지, 그리고 지구 기후변화를 막아내기 위해서 교육청이 적극적인 실천을 하기를 바란다. 2021년 제주도교육청 제주미래교육 희망정책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 생태교육“이다. 정책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희망이 된다.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해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맺었다. 핵심적인 내용을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을 산업혁명 시절 대비 섭씨 2도씨로 상승을 억제한다는 것. 또 가능하면 섭씨 1.5도까지 억제하도록 노력한다를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파리기후협약’의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현가능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것. 

사진=박진현.
출처=방송통신대학교 교재 ‘생명과 환경’ 제3장 기후변화(원자료 IPCC).

위 그림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가 작성한 오는 2100년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로 막기 위한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0년이 넘어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여야 하며,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사진=박진현.
출처=방송통신대학교 교재 ‘생명과 환경’ 제3장 기후변화(원자료 statista/통계작성 관련 회사).

위 그림은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해안가 도시들이 입는 피해를 표현한 것. 지구평균기온이 4℃ 상승할 경우와 2℃ 상승할 경우 두 가지로 구분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지구 온난화는 바다에 따른) 주요 해안도시의 피해 상황을 나타냈다. 중국 상하이는 4℃ 상승할 경우 도시인구의 76%가 피해를 입는 등 대단히 큰 피해를 입는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만 상승해도 상하이 인구의 39%가 피해를 입는다. 제주는 어떨까. 위 그림에는 없지만 제주는 섬이라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후변화는 제주도에 사는 현재 사람들의 삶은 물론 우리 후손들의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구생태계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그리고 인류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한계를 섭씨 2도로 본다. 만일 이 평균기온이 이 한계를 넘으면 생태계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것이고, 인류는 거기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적응을 위한 비용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경고한다. 

기후변화는 코로나19 대유행보다 훨씬 넓은 시간 간격 속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기후변화 연구자 앤더슨은 섭씨 2도 억제에 조금이라도 도달하려면 에너지 소비와 생산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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