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고창경 제주도 자치경찰단 단장 출석해 ‘갑론을박’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가 23일 자치경찰 조례에 대해 심사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주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는 23일 오전 10시 제393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속개해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자치경찰 조례)’ 등 7개 안건을 심의했다. 

국가경찰인 제주경찰청은 행정안전부와 본청이 만든 표준 조례안을 지난달 3일 제주도에 전달했고, 제주도는 2월9일자로 자치경찰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국가경찰은 입법예고 전에 자신들과 어떠한 의견 교환도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자치경찰 조례 제2조(생활안전·교통·정비 관련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등)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인 사항과 범위를 바꿀 필요가 있을 경우 ‘제주도지사와 제주도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국가경찰의 반발이 거세다. 

국가경찰은 ‘들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지역은 자치경찰 조례 제정을 위해 각 지자체와 국가경찰이 협의하고 있지만, 제주는 상황이 다르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15년간 운영된 제주 자치경찰단이 있어 자치경찰이 전면에 나서 국가경찰과 직접 협의하는 모양새다. 

이날 자치경찰 조례안 심사에서는 이인상 제주청 차장(경무관)과 고창경 제주도 자치경찰단 단장(자치 경무관)이 출석해 각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인상 제주청 차장(왼쪽)이 앉아있고, 고창경 제주도 자치경찰단장(오른쪽)이 바로 옆에서 자치경찰 조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고은실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도 이원화가 적용됐다. 자치경찰위원회는 막강한 국가경찰의 권력을 분산하는 내용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운을 뗐다. 

이에 이 차장은 “권력은 당연히 분산돼야 한다. 다만, 경찰 사무의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해 국가경찰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권력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우도면)은 “자치경찰은 형식적으로 협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계속 만나고 토론해야 하는데, 조례안 입법 추진 일정을 보면 성급했다. 조례안을 다 만들고 국가경찰 쪽에 통보하는 식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두고 이견이 있는데, 결국 각 시·도지사 소속으로 운영된다. 도민과 도의회의 통제를 받는다는 얘기”라며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국가경찰도 꼬집었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제주도는 ‘들을 수 있다’는 부분을 ‘사전에 사실을 통보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경찰은 의견만 제출하는 것은 지금과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자치경찰 조례에 들어가는 문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협의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고창경 단장은 “제주청이 하고 싶은 업무만 받아들이고, 하기 싫은 업무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인지 의심스럽다. 자치경찰 사무는 관련 법에 명시돼 있으며, 자치경찰 사무가 조정될 때 국가경찰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자치경찰위원회가 국가경찰이 우려하는 상황을 만들겠는가”라고 작심 발언했다. 

그러자 이인상 차장은 “최소한 협의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가경찰의 입장이다. 현 조례안이 통과되면 국가경찰과의 협의도 없이 자치경찰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국가경찰에 통보할 수 있다. 소통이 돼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 경찰 조직의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김대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동홍동)은 “도민의 치안서비스가 더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행정절차법을 언급하면서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합당한 의견은 반영돼야 한다. 국가경찰이 의견은 제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합당한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영식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연동 갑)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모두 세력을 키우고,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제사밥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자치경찰위원회에 자기편을 더 많이 심으려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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