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한 김영관 지사께서 3월 21일에 96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 제주도를 그 누구보다도 아끼셨던 고인의 행적을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고인께서는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셨으나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셨다.
 
1961년 5월 16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고인께서는 해군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침 국방대학원에 다닐 때여서 당시 쿠테타 대열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박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제주도지사에 임명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제주도지사로 부임하자마자 그에게 부닥친 것은 열악한 제주도의 환경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4.3의 후유증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는 2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그 동안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김영관 지사’ 하면 대부분의 도민들은 5.16도로를 뚫은 사람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30명이 넘는 제주도지사들 중 가장 많은 일들을 했다.

1961년 9월에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방 초도순시의 첫 테이프를 제주도로 골랐다. 그 자리에서 김 지사는 제주시에서 바로 서귀포로 갈 수 있는 도로를 개설하고 포장해 주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당시는 포장은 하루 1000대 이상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국한하고 있어서 교통부장관이 바로 반대를 했다. 그때 김 지사는 제주도의 특성상 5.16도로가 뚫리고 포장이 되어야 제주도가 발전하고 기타 다른 도로도 포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박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 논리를 받아들여 5.16도로가 탄생했다. 김 지사의 논리대로 이 도로가 뚫리면서 제주도의 관광이 활성화 되어 일주도로도 포장하게 되었다.

그 당시 산지항에는 큰 암초가 있어서 겨우 350여 톤의 선박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이것을 김 지사는 U.D.T. 대원들올 동원해 폭파함으로써 1000여 톤의 여객선들이 출입할 수 있게 되어 도민들의 뭍 나들이가 한결 편해졌다.
 
그 때 제주도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이 물 문제였다. 해변가에서는 용천수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중산간 마을에서는 봉천수를 이용하든가 빗물을 저장했다가 쓰곤 했다. 김 지사는 같은 섬인 하와이의 사례를 살펴보고 하가리에 심정굴착을 시행해 지하수 이용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도립대학이었던 제주대학을 국립대학교로 승격한 것도 김 지사의 업적 중 하나다. 만일 이때에 제주대학교가 국립이 아니었으면 1961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입시제도로 말미암아 제주대학교는 신입생이 모자라 문을 닫게 되었을 것이다.
 
4.3 당시 불 타 없어진 중산간 마을을 재건해 잃어버린 고향을 찾도록 도와준 것도 김 지사였으며, 감귤 재배를 장려하여 제주도 경제를 일으킨 것도 김 지사의 공이다.
 
박 전 대통령의 초도순시 때 숙소가 마땅하지 않아 도지사 관사에 묵도록 했는데, 그때 관광호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재일교포들을 설득해 제주도 제1호 관광호텔을 짓도록 한 것도 김 지사다. 관광호텔 건설을 부탁하려고 재일교포들을 설득하러 갔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향 방문 자체를 꺼리는 교포들을 책임지고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15명의 재일교포들의 고향방문을 성사시키고, 결국 김평진 씨께서 관광호텔을 짓도록 했다.
 
필자는 제주국제협의회의 회장단이 되자 협의회의 연 중 행사인 제주인의 밤에 김 자사를 초청하도록 했다. 흔쾌히 참석한 김 지사가 무척이나 기뻐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후 협의회의 고문까지 맡아주셨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필자가 제주국제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시끄러울 때였다. 김 지사께서는 두 번이나 필자의 병원을 방문해 강정해군기지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힘써 주기를 부탁하였으나 끝내 힘이 되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쉽고 죄송하다.

김 지사께서 제주도 지사로 있는 동안 일들을 한라일보에 기고하셨는데 그걸 모아 책으로 발간하셨다. 그 때에 뵌 것을 끝으로 다시 뵙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부음을 듣고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제주도민들께서는 오늘의 제주도의 초석을 닦은 김 지사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