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국가경찰 패싱 논란 속 자치경찰과 갈등 도민사회 우려 목소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갈등 속에 제주 ‘자치경찰 조례’가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자칫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힘겨루기’가 치안서비스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도민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제393회 임사회를 열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수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2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따라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 이원화가 적용된다. 

전국 시·도지사 산하로 자치경찰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지며, 자치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 자치사무(생활안전, 교통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은 생활 밀접 경찰의 업무 효율성 극대화와 함께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자는 취지도 담겼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자치경찰위원회를 둬 국가경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각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을 마음대로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역할도 한다.  

제주에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자치경찰이 운영돼 왔다. 전국 유일의 이원화에 따라 제주 자치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의 자치사무와 자치경찰단까지 관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는다.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두고 심하게 갈등을 겪는 지역은 제주 뿐이다. 

다른 지역은 각 지자체와 국가경찰이 협의하고 있는데, 제주는 전국 유일의 자치경찰단이 전면에 나서 국가경찰과 협의하고 있다.  

경찰법 개정에 따라 국가경찰 조직은 국가사무, 수사사무, 자치사무 등으로 3분할된다. 

국가경찰 입장에서는 원래 하던 업무를 각 사무별로 조정하고, 자치사무에 대한 각 지자체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 되는데, 제주는 아니다. 

자치사무를 국가경찰뿐만 아니라 자치경찰단도 맡기 때문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단이 추후 자치사무에 대해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자치사무 조정 결과에 따라 국가경찰의 업무가 늘어나면 자치경찰의 업무가 줄고, 반대로 자치경찰의 업무가 늘면 국가경찰의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자치경찰 관련 전국 일원화 모델과 제주 이원화 모델.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을 위한 자치경찰 조례 제정부터 대립하게 된 주된 이유이며, 특히 조례 제2조 2항 자치사무를 조정할 때 제주도지사나 제주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라고 명시된 부분에 대해 국가경찰이 거세게 반대한 원인이다. 

핵심은 ‘들을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들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국가경찰이 추후 자치사무 업무 분장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본회의에서 ‘청취해야 한다’ 등으로 수정돼 의결된 자치경찰 조례를 두고 국가·자치경찰 안팎에서는 국가경찰의 ‘패배’, 자치경찰의 ‘승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 ‘국가경찰이 패싱당했다’는 국가경찰의 내부 불만까지 나올 정도다. 

국가경찰은 자치경찰 표준 조례안을 지난 2월3일에 제주도 측에 전달했고, 제주도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례안은 2월5일 오전 도지사에게 보고됐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실무진의 면담은 도지사에게 보고가 끝난 2월5일 오후에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찰은 발의된 조례안에서 총 7개 문구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불수용’ 의견을 내면서 2월9일 입법 예고했다.  

또 최근 진행된 도의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의견이 엇갈린 7개 문구 중 5개에 대해 구두 합의에 이르렀는데, 자치경찰이 제주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국가경찰이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추후 구성될 실무협의회에 부기관장이나 실·국장급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경찰이 아니라 제주도와 직접 협의하겠다는 취지다. 

도민사회에서는 국가·자치경찰간의 갈등에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도민 입장에서는 누가 업무를 맡던지 112 신고했을 때 조속한 치안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이번 갈등의 씨앗으로 혹여 기관끼리 업무를 떠넘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주 치안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도민사회 우려 종식을 위해 오는 7월 공식적으로 도입되는 자치경찰제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서로 합리적 대안 제시 등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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