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3주년 기획] ① 4.3특별법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 명시...행안부 용역 결과 주목

제주4.3희생자와 유족들의 염원을 담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3월23일 공포됐다. 전부개정안에는 추가 진상조사와 희생자 특별재심, 특별한 지원방안 강구 등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6월24일 시행을 앞둔 전부개정안은 완결이 아닌 명예회복을 위한 또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제주의소리]는 제73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4.3특볍법 전면개정안의 의미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18년 4월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4월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은 제주4.3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2000년 1월12일 만들어졌다.

2003년 10월 노무현 정부는 4.3특별법을 근거로 국가차원에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했다. 그해 10월 노 대통령이 직접 제주를 찾아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공식 사과했다.

법률 제정후 20년간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었지만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전과자 신분에 고문과 옥살이로 인한 세월은 여전히 보상받지 못했다.   

전부개정안에는 4.3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과 명예회복조치와 관련한 규정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내용은 공권력으로 피해를 본 국민을 위한 국가 차원의 금전적 지원이다.

4.3특별법 제16조(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에는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만들어졌다.

2000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9만4985명이 공식적으로 4.3희생자로 결정됐지만 정작 관련 입법의 부재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다른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형평성을 이유로 가칭 ‘과거사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고수해 왔다. 과거사 사건 전반에 대한 통일적 원칙과 기준을 정한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배・보상안 마련을 위해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과거청산통합연구원에 의뢰해 ‘과거사 배・보상 해외사례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독일과 칠레 등 주요 국가의 과거사 사건과 그에 대한 배・보상 근거 및 지급방법, 지급기관 등을 들여다봤다. 당시 연구진의 제안도 통일적 배・보상 원칙과 기준 마련이었다.

칠레의 경우 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이 중요하다는 진실화해국가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1992년 국가배상화해재단이 만들어졌다.

칠레 정부는 재단과 위원회의 배상 권고를 수용해 법령을 만들었다. 이어 2298명의 피해 국민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공권력의 피해를 배상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4.3특별법 개정에 맞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협동연구과제로 ‘위자료 등 특별지원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해당 용역에는 희생자에 대한 경제적 배・보상 등에 대한 용어 정의와 합리적 수준의 금액 도출, 지원금 산정기준 및 지급방식, 비용 추계와 예산확보 방안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제주도와 4.3단체는 용역 과정에서 4.3유족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진정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을 정부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이미 제주4.3을 포함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과 관련해 ‘생명의 건 침해에 따른 국가차원의 배상 책임’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국가가 국민에 의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시킨 피해는 살아남은 피해자나 그 유족에 피해까지 더해 그 규모를 산정하고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의 과정에서 막대한 재원 확보와 형평성, 과거사의 특성상 민법에서 정한 공소시효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률적 지원 근거 마련도 당연히 쟁점이었다.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결은 거창사건이다. 2001년 창원지방법원 전주지원은 민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배상은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4.3특별법 전부개정은 이미 이뤄졌다. 법률에 명시된 ‘위자료’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 고통과 재산 손해에 대한 배상이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주4.3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공권력에 의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긴 아픔이다. 국회의 입법 추진에 이어 법원도 4.3 재심을 통해 국가 차원의 배상 책임을 언급했다.

입법부와 사법부에 이어 이제는 행정부의 몫이다. 지난 73년의 아픔을 참고 살아온 생존자들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정부가 답을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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