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직원 6명이 사내 커플 결혼식 참석을 위해 16일 서울을 방문했다. ‘공직자 경조사 참석 금지’라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특별 명령을 어기고 방역 위험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사 보강=3월 29일 오후 7시 21분]

제주문화예술재단 노조가 이승택 이사장의 ‘사내 게시판 가이드라인’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탄압이며,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과오”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제주문화예술재단지회’(재단 노조)는 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으로 노동자의 자유의사 표현 권리 유린하는 이승택 이사장은 반민주적, 시대 역행적 행태를 반성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재단 노조에 따르면 이승택 이사장은 24일 사내 게시판에 가이드라인 관련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게시판에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특정 인물이나 특정 팀에 답변을 요구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재단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음 ▲답변이 필요한 의견인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요청하는 것이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굳이 모두가 보지 않아도 되는 안건에 대해 모두가 보게 만드는 것은 소모적 ▲모두가 보아도 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이 판단하는 것 ▲재단이 창의적인 조직에 걸맞은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게시판은 이용하고, 팀 회의 또는 개별 면담이나 공식 절차에 따른 의견 개진 등 다양한 방법이나 또 다른 창조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 등이다.

재단 노조는 “그동안 재단 노동자들은 사내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재단의 이슈와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해결을 촉구하며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 해당 부서에 개선을 요청해 왔다”면서 “이 과정은 곧 재단의 이슈와 현안에 대해 전체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계기가 됐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의 정체성과 재단 조직원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취임 3개월 시점에 재단 노동자 80% 전보 조치 ▲10개 팀 가운데 4개 팀의 팀장 포함 팀원 전원 교체 등 중요 사안마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게시판에 올렸다고 강조했다.

재단 노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현안들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 문제를 비롯해 발생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의견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사장은 재단 노동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에 소위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통보함으로써 본인이 그간 대내외적으로 강조해 온 ‘소통’은 말뿐이었으며, 사실상 ‘불통’이고 ‘일방통행’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사내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은 2019년 11월 재단 내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으로 구성된 협의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자 측이 사용자 측에 실명으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게시판 개설을 요청해 개설한, 재단 내 공식적인 소통 창구”라며 “실명제 게시판은 행여 한솥밥을 먹는 동료 노동자에 대한 개인적 비방이나 조직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근신하되 발전적인 의견은 자유롭게 개진하자는 우리 노동자들의 민주적 의지를 실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사장은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앞서 근시일내에 인사 이동, 조직 개편, 승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의 실체가 그동안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해 온 노동자들에 대한 겁박이며, 향후 자유게시판 이용자들에 대한 협박성 ‘인사 가이드라인’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이사장은 깊은 성찰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과를 재단의 공식적 소통 창구인 자유게시판에 게재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우리 재단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인사권을 앞세운 이사장의 엄포나 겁박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 실명제의 원칙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게시판을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택 이사장은 [제주의소리]에 "재단 내 게시판에 인사 방향, 조직 개편 등의 일정에 대해 글을 올린 것은 재단 구성원들께서 해당 내용을 사전에 공유해달라는 요청에 의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게시판에 대한 내용은 재단 내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공유했다. 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기 때문에 재단 내부의 일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재단 노조의 성명서 전문

[성명서]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으로 노동자의 자유 의사 표현 권리 유린하는 이승택 이사장은 반민주적, 시대 역행적 행태를 반성하고 공식 사과하라

이승택 이사장은 지난 3. 24. 재단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소통 창구인 사내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에 대한 소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에 재단 노조는 이를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탄압이며,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과오임을 엄중하게 규탄하며 이사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그동안 재단 노동자들은 사내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재단의 이슈와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해결을 촉구하며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 및 해당 부서에 개선을 요청해 왔다. 이 과정은 곧 재단의 이슈와 현안에 대해 전체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의 정체성과 재단 조직원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되어왔음을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특히 이사장이 취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원칙도 없고, 준비도 없고, 기준도 없이 재단 노동자의 약 80%를 전보 조치시키고 10개 팀 중 4개 팀의 팀장 포함 팀원 전원이 교체되는 비상식적인 인사발령(2020. 8. 14.)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때 노동자들은 근시안적인 인사의 위험성을 알리고 인사 이동에 전제되어야 하는 2020년 인사평가 및 성과관리체계 등 필요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게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현안들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 문제를 비롯하여 발생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의견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시된 이사장의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에 재단 노동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이사장 스스로 밝힌 재단 경영의 제1원칙이 ‘소통’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사장은 2020. 5. 28.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2020. 6. 10.)에서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웠으며, 2020. 7. 9. 사내 전산망 자유게시판을 통해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라는 취임사를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사장은 재단 노동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에 소위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통보함으로써 본인이 그간 대내외적으로 강조해 온 ‘소통’은 말뿐이었으며, 사실상 ‘불통’이고 ‘일방통행’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더 나아가 익명도 아닌, 실명 자유게시판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를 짓밟고, 본인이 불쾌하고 불편한 내용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권위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사장은 “게시판 글의 일부분에 마음의 상처를 주는 표현이나 요청이 있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드리지 않으면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라며, 

- 게시판에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특정 인물이나 특정 팀에 답변을 요구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재단의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답변이 필요한 의견인 경우에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요청하는 것이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 굳이 모두가 보지 않아도 되는 안건에 대해 모두가 보게 만드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판단이다.
- 모두가 보아도 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이 판단하는 것이다.
- 재단이 창의적인 조직에 걸맞은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게시판은 이용해주시고, 팀 회의 또는 개별 면담이나 공식 절차에 따른 의견 개진 등 다양한 방법이나 또 다른 창조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소위 ‘게시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에 노조는, 이사장은 재단 조직의 수장, 공공기관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은 물론 상식과 지식이 결여되어 있는데다 극도로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의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사내 전산망의 자유게시판은 2019년 11월 재단 내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으로 구성된 협의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자 측이 사용자 측에 실명으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게시판 개설을 요청하였고, 사용자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개설한 것이다. 따라서 자유게시판은 노사협의회라는 민주적, 합법적 절차를 거쳐 개설된 우리 재단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이며, 이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이사장이 비공식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합법적인 노사협의회를 모독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재단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인 자유게시판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출발부터 실명제로 운영되어 왔으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때로는 있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마저 당당하고 진중하게 의견을 개진해왔다. 실명제 게시판은 행여 한솥밥을 먹는 동료 노동자에 대한 개인적 비방이나 조직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근신하되 발전적인 의견은 자유롭게 개진하자는 우리 노동자들의 민주적 의지를 실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유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청하는 것을 이사장은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지극히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그동안 노동자들은 조직 개편, 경영진단, 성과관리, 인사평가, 직원교육 등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안건에 대해 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은 이 모든 중대사를 ‘모두가 보지 않아도 되는 안건’으로 치부함으로써 조직 경영 책임자로서의 인식의 한계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에 대해 “특정 인물이나 특정 팀에 답변을 요구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재단의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노동자의 자유의사 표현 방식을 폄하하는 것은 지극히 반인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넷째, 이사장은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앞서 근시일내에 인사 이동, 조직 개편, 승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의 실체가 그동안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해 온 노동자들에 대한 겁박이며, 향후 자유게시판 이용자들에 대한 협박성 ‘인사 가이드라인’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는 조직과 조직원의 미래에 대한 발전적 투자로써 행 해져야 할 인사권을 노동자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무기로 쓰겠다는 시대 역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재단 노조는 이처럼 반민주적이며 반인권적, 시대 역행적인 이사장의 소위 ‘게시판 사용 가이드라인’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조직의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권위주의적 일방통행임을 경고하면서, 이사장은 깊은 성찰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과를 재단의 공식적 소통 창구인 자유게시판에 게재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더불어, 우리 재단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인사권을 앞세운 이사장의 엄포나 겁박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실명제의 원칙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게시판을 이용할 것이다.

2021. 3. 29.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제주문화예술재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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