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 (18) 돈키호테 북스

마을책방은 단순한 기호품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대형서점처럼 책을 어마어마하게 팔아치우는 곳은 더욱 아닙니다. 후미진 도심 골목이나 시골 언저리에서 마을책방을 만난다면 그것은 행운이지요. 마을 초입 팽나무 아래 마을사람들이 모여들듯 책벌레들이 도란도란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제주도 마을 곳곳에 작은 책방들이 사람을 살리고, 다시 사람이 마을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마을책방의 가치입니다.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고봉선 시인이 바람을 쐬듯 책방마실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마을 책방’에서 책방지기의 책 살림 이야기를 시인을 통해 듣습니다. [편집자 글] 

모처럼 방랑 기사 돈키호테를 떠올려본다. 기사 소설에 미쳐 세상을 떠돌며 악을 처단하고 약자를 구원하는 스토리에 꽂혀서 그런 걸까. 매번 실패와 좌절로 끝나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지만 방랑을 멈추지 않았던 돈키호테의 모험이 그리운 날이다. 그래서인지 돈키호테 북스를 찾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책방지기 김보경 씨는 휴일이었음에도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표정에선 친근함마저 감돌았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매장 밖 건물 담벼락에 그려진 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풍차. 사진=돈키호테 북스. ⓒ제주의소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2017년 9월, 오픈했지만 책방은 힘들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웹툰 작가 복희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복희 작가는 책방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지원사업 하나를 따내면 끝날 때까지 문을 닫으면 안 된다. 책방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책방은 친구, 즉 예술가의 생계와도 직결된 일이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힘이 된 건 책방을 오픈할 즘 생긴 제주동네책방연합이다. 동네 책방은 각자 개성이 있지만, 운영 상황이나 처지는 비슷했다. 서로 애환을 나누자고 시작한 이 모임은 책방지기에게 크나큰 힘이었다. 

서귀포시와 칠십리 도서관 연합으로 개최하는 '베라벨 책축제'도 힘이 되었다. 지금까지 두 번 진행된 행사에서 책방지기는 책을 판매하기도 했고 체험 부스도 운영했다. 첫해 체험 부스에서는 나를 인터뷰하고 책으로 써보자면서 예문을 몇 개 주었다. 예를 들면 ‘나는 제일 좋아하는 게 뭐예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보여주고, 자신한테 질문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나에 대한 인터뷰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책방지기는 지금껏 쉬지 않고 인터넷 언론이며 SNS에 책방 일기 등을 기고하고 있다. 출판전문지인 기획 회의에서는 동네 책방 독립서점 특집도 냈다. 책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그래서 주로 제주동네책방연합 회원의 책방 이야기를 쓰고, ‘동네 책방으로 물드는 제주’를 기고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샌드위치 가게와 함께 하는 서귀포 작은 서점 돈키호테 북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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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가게와 함께 하는 서귀포 작은 서점 돈키호테 북스. 돈키호테 샌드위치&하몽이다. 사진=돈키호테 북스. ⓒ제주의소리

“제주로 이주하다”

인연이 깊어지면 운명이 되는 걸까. 김보경 씨는 서울에서 독서 모임을 함께하던 언니 박경아 씨와 함께 제주로 이주했다. 광활한 미국 중부에서 20~30대를 보낸 50대의 박경아 씨는 제주도의 자연이 마치 미국 같다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김보경 씨는 수도권에 계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그 마음을 안다는 듯 감싸주는 자연이 있어 다행이었다. 같이 이주한 박경아 씨가 음식점을 개업하고, 김보경 씨는 그 안에 샵인샵(Shop in Shop) 개념으로 세 들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일, 책방 손님이 없을 땐 보조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서로 의지가 되었다. 친자매 이상이었다.

책방지기 김보경 씨가 나고 자란 곳은 서울이다. 살면서 수도권을 벗어난 적도 없다. 그러므로 광주에 가도 광주를 모르고, 부산에 가도 부산을 모르고, 제주도는 더 몰랐다. 40대가 되면서 처음으로 지방에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로 가서 살 정도의 의욕이나 호기심은 없었다. 그저 서울이란 우물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016년 12월, 마침내 김보경 씨는 제주로 왔다. 그리고 책방을 하게 되었다. 

휴일인데도 일부러 문을 열어주셨다는 사실이 한없이 고마웠다. 뭔가 하나라도 팔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휴일이라 준비가 안 됐을 것이다. 그래서 손쉬운 것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경아 씨는 하몽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셨다. 돼지고기 뒷다리를 말린 하몽은 독특한 향에다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바게트와 어우러졌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2020년 초, 북갤러리 파파사이트 대표님이 떠보고 싶은 가방이 있다고 했다.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에 소개된 허니자(Honey jar)였다. 여기서 시작된 허니자 뜨기 모임은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전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소개된 허니자는 우리나라엔 별로 소개되지 않은 기법이다. 허니자는 100% 양모실로 뜨고 펠팅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저지리 파파사이트, 사계리 어떤바람, 호근리 돈키호테 북스, 세 곳의 책방에서 뜨개질하며 2020년을 보내고 11월엔 파파사이트에서 전시도 하였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뜨개질하는 책방지기"

책방지기 김보경 씨는 뜨개질로 작품도 만들고 있다.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저자 하정, 출판 좋은여름)”라는 책과 관련하여 만든 모임에서 가방 허니자를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시도 했다. 허니자 가방은 일차적으로 떠서 올이 보이는 가방을 40도의 온도로 설정한 세탁기에 넣는다. 그리고 30분씩 2번 돌려 펠팅하면 허니자 가방이 완성된다. 북갤러리 “파파사이트”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사계리 책방 “어떤 바람”까지 이어졌고, 다시 서울, 원주, 인천으로 퍼졌다. 

마크 로스코의 사망 50주기를 맞이하여 의미를 더한 허니자 가방 전시의 주제는 디아스포라였다. 로스코는 러시아 출신으로 디아스포라다. 최근엔 제주에 예멘 난민이 들어오기도 했다. 일본엔 제주 디아스포라 ’이카이노‘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딘가에서 난민이 되고 이주하기도 한다. 디아스포라 모두의 삶에는 고통이 있다. 

어딘가로 떠날 때 우리는 가방을 먼저 챙긴다. 그렇게 보면 가방엔 떠남의 의미가 담긴다. 가방 뜨개질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세 분의 책방지기는 이처럼 가방 허니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의 저자는 성공을 향해 달리기보다 자신의 삶을 추구했다. 그렇게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줄리로부터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 위해 한 달간 줄리의 집에 묵으면서 취재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다. 성공이나 출세만을 추구하지 않고, 진정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책방지기는 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책에도 팔자가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외출했던 김보경 씨는 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와 외출했다는 사실을 잊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모님은 느낌이 이상했다. 아뿔싸! 아이를 두고 왔다. 부모님은 차를 돌리고 부랴, 책방으로 갔다. 아이는 여전히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처럼 책은 두려움조차 근접할 수 없는 존재다. 책이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이던 책방지기도 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책, 책은 지식만 안겨주는 존재가 아니다.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보편적 상식을 벗어난 책의 역할이 궁금해졌다. 김보경 씨가 자라던 시절만 해도 책은 낭만의 대표주자였다. 책갈피 사이에 낙엽 혹은 꽃잎을 끼워 말리면 이는 낭만의 장식품이 된다. 책은 곧 낭만의 장식품을 생산하는 건조기다. 때로는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냄비 받침도 될 수 있다. 그뿐인가, 여름날 선풍기를 틀어 놓고 그 앞에 누울 땐 베개도 될 수 있다. 책방지기는 특히 어릴 때 책을 베개로 많이 썼다고 한다. 때로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불쏘시개도 된다. 무엇보다 인테리어로는 책을 능가하는 게 없다. 비록 인테리어 역할에 불과할지라도 어느 날 무심코 집어 든 한 권의 책엔 무언의 속삭임도 있을 것이다. 그 속삭임이 때론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책도 사람처럼 팔자를 타고나는 것 같다. 이 많은 역할 중 냄비 받침 몇 번으로 생을 다하는 책도 있는가 하면, 먼지만 뒤집어쓰다가 사라지는 책도 있다. 

“장르 소설과 인터뷰집”

책방지기는 인터뷰집과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방도 대부분 추리소설, SF 판타지로 시작했다. 그리고 차츰 페미니즘과 인터뷰집을 더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어딘들 동네 책방이 클까마는, 이곳도 책방이 작다 보니 책방지기는 책을 상자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책이 있음에도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찾는 책이 상자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책방지기는 하루키의 인터뷰집을 소개했다. 일본에서 사린가스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인터뷰한 책이었다. 상자 속 하루키의 소설을 생각하지 못한 건 아마도 책방지기가 인터뷰집을 좋아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책방지기는 양자오의 책들도 많이 권하는 편이다. 양자오는 ‘논어를 읽는 법‘, ‘장자를 읽는 법’, ‘슬픈 열대를 읽는 법’ 등 세계적인 고전이지만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책에 대해서 해설서를 많이 쓴 학자이다. 그가 쓴 해설서 중에서 ‘추리소설 읽는 법‘은 추리소설을 제대로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세계 소설사의 맥락에서 추리소설의 위치라던지 어떤 시대에 어떤 추리소설이 어떻게, 이런 추리소설은 왜, 이를테면 “장미의 이름(저자 움베르토 에코, 역자 이윤기, 출판 열린책들)”과 같은 추리소설은 어떻게 해서 등장하게 되었나 등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책이다. 양자오 역시 추리소설의 독자였다가 이런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 중에서 적절한 책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책을 책방지기는 추천해준다. 손님들은 추천해 준 책의 서문이나 목차를 읽어보고 몹시 흐뭇해하면서 기꺼이 구매한다. 동네 책방이 없으면 어떻게 이런 책을 읽어볼 수 있을까. 동네 책방이 꼭 필요한 이유다. 책방을 하는 보람이기도 하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샌드위치 가게와 함께 하는 서귀포 작은 서점 돈키호테 북스. 앞에 하몽이 놓여 있다. 사진=돈키호테 북스. ⓒ제주의소리

“재난 서가”

책방지기가 중요하게 여기며 또 좋아하는 서가는 재난에 관한 책들이 진열된 서가다. 책방에 들어서면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이 서가엔 현재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역자 김승진, 출판 생각의힘 )”, “소년이 온다(저자 한강, 출판 창비),” “지연된 정의(저자 박상규, 박준영, 출판 후마니타스)”, “너와 나의 5·18(저자 김정인, 김정한 외, 출판 오월의봄)” 외에도 체르노빌에 관련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처음엔 4·3 관련 책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국가폭력과 재난, 재난을 원리에 의해 분류하면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난이 있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저자 오오타 야스스케, 역자 하상련, 출판 책공장더불어)”은 원전 지역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다. 원전 사고 현장의 기록을 정리한 이 책에는 집을 지키는 충견들과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 축사에서 굶어 죽어가는 가축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를 통해 동식물은 물론, 땅도, 집도 모두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원전을 파괴한 건 대지진이다. 하지만 원전을 지어 놓은 건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연재해인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책방지기가 책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재난 서가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산업재해도 있다. 1920년대 미국 여공들의 라듐 중독이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담아낸 “라듐 걸스(저자 케이트 모어, 역자 이지민, 출판 사일런스북)”는 국가폭력과 재난이 만들어낸 하나의 카테고리로 우리나라 반도체공장에서 암 환자가 생겨나고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는 엄연한 직업병으로 산업재해다. 삼성에서는 이걸 인정하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상 또한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보상도 문제지만 중요한 건 그런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라듐걸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다. 젊은 여자들이 하는 건 시계의 숫자판에 라듐을 칠해 야광판이 있는 시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워낙 섬세한 일이라서 붓끝을 입에 넣어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서 미량의 라듐을 꾸준히 섭취하게 되면서 중독에 노출되고 병에 걸리는 것이다. 

“사랑할까 먹을까”

돈키호테 북스에서는 어떤 책이 가장 많이 팔릴까. 솔직히 말한다면 팔리는 책이 아니라 팔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건 바로 어느 잡식 가족의 돼지 관찰기 “사랑할까 먹을까(저자 황윤, 출판 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집단사육과 친환경 사육 돼지를 비교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이 그 과정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들을 모아서 쓴 책이다. 
인류 역사에서 과거에는 한센병, 페스트, 천연두, 발진 티푸스, 스페인 독감, 결핵 등의 감염병이 있었다. 현대에는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19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의 아기는 돌도 되기 전 신종 플루에 걸렸다. 그 후로도 감염병은 거르지 않고 매년 발생했다. 게다가 야생동물 수의사인 남편은 조류독감이 발생할 때마다 몇 날 며칠 몇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 결론은 동물집단사육이 감염병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 혹은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무차별 개발이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서가에 정리 못 한 책들이 쌓여 있는 책방 내부.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남반구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때 북반구 사람들은 거의 나 몰라라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코로나19는 전 지구를 점령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더 무서운 건 늘어난 소 사육이다. 책방을 개업하면서 책방지기는 손님들에게 책 “사랑할까 먹을까”를 권하기 시작했다. 

이제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집단사육, 지구온난화, 기후 변화, 이는 모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테면 계속되는 장마나 가뭄조차도 기후 변화이다. 책 “사랑할까 먹을까”는 동물 집단사육에서 채식으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정말 이렇게까지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지, 지구는 또 어떻게 되는지를 묻고 있다. 적절한 가격을 주고 조금 덜 먹으면 집단사육은 필요치 않다. 동물을 집단사육하는 데 필요한 사료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삼림을 밀어내야 한다. 정말 소 방귀에 세금을 물려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사는 날까지는 살 것이다. 문제는 다음 세대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감염병, 게다가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환경문제는 더 절실해졌다. 이대로 가면 후손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책방지기가 손님들께 이 책을 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옛날엔 고기도 정말 특별한 경우에만 먹었다. 어쩌다 마을에서 추렴하고 볏짚 몇 가닥에 꿴 고기를 아버지께서 들고 오시는 날은 얼마나 행복하던지. 하지만 육류가 일상화된 지금 이런 행복은 사라졌다.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사육이 필요할 뿐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아무 고기나 원하지 않는다. 기왕이면 연하고 때깔 좋은 고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동물의 권리는 깡그리 무시된 채 사육되고 있다. 인권이 중요한 만큼 이제 동물의 권리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동물의 권리가 무시될수록 감염병은 더 심해질 것이다. 

소고기에 대한 국제적 수요 증가는 밀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 결과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유역도 이제 재앙의 현장이 되었다. Bahia 지역에서 콩과 옥수수를 공급받으며 밀림을 불태운 지역에서는 소를 사육하고 있다. 콩과 옥수수,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GMO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샌드위치 가게와 함께 하는 서귀포 작은 서점 돈키호테 북스. 식사는 물론 차도 마실 수 있다. 사진=돈키호테 북스. ⓒ제주의소리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느닷없이 “월요일이 사라졌다(감독 토미 위르콜라)”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액션이니 스릴러니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GMO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며 식량과 식수 소비량이 세 배 증가했다. 화석 연료 사용량도 네 배나 증가했다. 유엔은 4일마다 100만 명씩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가 10년 후엔 100억 명에 도달할 거로 예측했다. 기후 변화로 농지도 줄어들면서 유럽 연합은 유전자 조작 농작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 조작은 유전자 결함을 지닌 다둥이 출산이 급증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해결책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든 것이다. GMO 작물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직은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게 GMO 식품이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한 책방 돈키호테 북스 입구에 불이 켜져 있다. 책방지기 김보경 씨는 휴일임에도 기꺼이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돈키호테”

“돈키호테”는 에스파냐 사회를 풍자한 소설인 동시에 모험 소설이기도 하다. 에스파냐는 지중해를 장악하여 막대한 부를 이루었고, 해외의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영국과의 해전에서 패하며 쇠퇴하기 시작했고 가난해졌다. 사람들은 과거 기사의 용감하고 정의로운 모습과 에스파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기사문학은 인기를 끌었다. 고난과 패배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통해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중세 봉건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는 잘못된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돈키호테”를 통해 기사 소설의 인기가 높은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세상을 비웃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돈키호테”는 인기몰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평가되면서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다. 

그런데 책방지기는 왜 하필 책방 이름을 돈키호테라고 했을까? 박경아 씨나 김보경 씨는 제주로 와서 음식점과 책방을 하게 되었다. 이는 경력이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미친 짓을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락없는 돈키호테였다

이따금 손님들은 책방지기가 스페인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혹은 스페인에 살다가 왔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책방 이름은 스페인과 전혀 상관없다. 장사 경험도 없는 데다가 돈키호테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이다. 따라서 기억하기도 좋다. 책방 이름을 “돈키호테”라고 정한 이유다. 물론 책방으로 돈을 벌어서 스페인에 가고 싶다며 책방지기는 활짝 웃는다. 부디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돈키호테 북스에서는 생분해 수지로 만든 친환경 책봉투가 샌드위치 포장 봉투로도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봉투는 다른 비닐봉지와 달리 분해되기 때문에 사용기한이 제한된다. 그래서 책이든 샌드위치든 이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돈키호테 북스. ⓒ제주의소리

“돈키호테 북스는”

기후 변화, 지구온난화, 재난…….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세요? 돈키호테 북스를 찾아가 보세요.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책도 추천받고, 차는 물론 샌드위치&하몽도 즐길 수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서귀포시 호근남로 37 
블로그: blog.naver.com/shinkim00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on_quixote_sandwich
영업시간: 화~토요일(일~월요일 휴무)

# 고봉선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식물과 함께 자랐다. 지금은 허름한 고향 시골집에서 꽃과 함께, 독서지도사를 하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애월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를 통해 격주로 독자들을 만난다. 마을 책방에 깃든 사람과 책 이야기가 소개된다.저서로는 시집 ‘詩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꽃과 함께 사는 이야기 ‘詩가 사는 기행식물원1, 2, 3, 4’, 동화집 ‘지우개’가 있다. 식물원 시리즈로 전자도서관에 식물원을 꾸미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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