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취임 2주년 맞은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의소리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의소리

한의약 하면 조선시대 명의 허준과 「동의보감」을 떠올리게 된다. 이 둘을 관통하는 게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애민정신’이다.

선조들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전해준 치료 전통과 노력, 애민정신을 계승해 21세기가 요구하는 의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출범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이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4월1일이면 취임 2주년을 맞은 송민호(56) 제주한의약연구원장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느낌”이라는 말로, 연구원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부터 내비쳤다.

그러면서 “2년 전 취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도내 청소년 월경곤란증 지원 사업이었다. 연구기관에서 한의 공공의료사업을 시행한 첫 사례”라며 “한방케어서비스를 통해 해녀삼촌과 청소년,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준이 추구했던 ‘애민정신’이 400년을 넘어 면면히 흐르고 있는 셈이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의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뜻 밖에 ‘독’(毒) 얘기를 꺼냈다. 여기에는 선발주자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역발상이 깔려 있다.

제주 자생식물에 대한 가치 발굴을 타 기관과 똑같은 실험실 경쟁을 통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찾은 새로운 길이 벌과 오공(지네), 두꺼비, 살모사 독(毒) 등 독의약 소재 연구다.

송 원장은 “독 의약 연구에서는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아마도 도내에서는 우리 연구원만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로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년 넘게 환자들을 돌봐온 한의사로서 출범 6년째인 제주한의약연구원을 진단하고 처방해달라는 질문에는 “개원 5주년이면 소아에 해당된다. 성장을 위한 영양공급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난 5년간 연구원이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췄다. 이제는 우수한 연구인력 수혈을 통해 기혈이 충만한 청년으로 자리매김할 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송 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한의약 분야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해 국민에게 어떻게 서비스할지 준비해야 한다”며 “제주형 뉴딜정책인 그린뉴딜 ‘생약산업 육성’과 디지털뉴딜사업에 한의약으로 융·복합한 지능형 사물인터넷 해녀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도내에 실증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Q. 취임한 지 벌써 2년이 됐다. 소감은?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의소리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의소리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느낌이랄까.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잘 정비돼서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다. 한의약이라는 거대한 역사적·의학적 유산을 연구하기란 쉽지 않은 분야다. 그만큼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들어가야 하고, 잘못하면 방향성을 잃기가 쉽다. 다행히 우리 연구원은 선도 기관과 임상 한의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에 필요한 연구기반도 구축되고 있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Q. 제주한의약연구원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도민들이 많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우리 연구원은 ‘한의약 산업 육성과 도민 건강성 증진’을 목표로 2016년 7월 개원했다. 도민건강 증진을 위해 비만 개선사업을 수행했고, 최근 3년간은 도내 월경곤란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과 직장인 여성에 대한 한의 의료지원과 평가를 하고 있다. 도민의 참여와 만족도가 높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만성, 난치성 질환에 대한 한의 임상 연구와 그에 따른 데이터 관리도 하고 있다.

한의약 산업 육성의 하나로 약용자원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다. 한약 처방에 들어가는 단일 약물에 대한 분석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특별히 도내 유용자원은 기존 한약재와 비교분석을 통해 수입 대체 가능성과 건강식품 소재로의 기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소재와 처방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천연물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독의약 소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는 천연자원의 종류는 많지만 대량 재배가 어렵다. 따라서 소량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독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오공, 봉독, 사독, 섬수라는 두꺼비 독을 우선 구입해 분석하고 있다.

Q. 한의약 하면 조선시대 명의 허준과 동의보감이 얼른 떠오른다. 이를 관통하는 게 ‘애민정신’이다. 2년 전 취임 당시 ‘한의 의료서비스 밀착 지원’ 등 도민과 함께 하는 연구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성과는 있나.

제가 취임해서 제일 먼저 한 사업이 도내 청소년 월경곤란증 지원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데, 제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심하게 아파 있다는 이야기다.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월경곤란증 지원, 관리를 시행했다. 한의학이 가지는 따뜻함이 불안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지지해주고 어느 정도는 관리해줄 것이라 믿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한의사의 진료와 상담, 그리고 한약 복용 시 일일이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무척 고마워한다. 실제 월경통과 진통제 복용을 상당 수준으로 줄여 줬다. 청소년 월경곤란증 지원 사업은 연구기관에서 한의공공의료사업을 시행한 첫 사례이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제주를 위해 할 일이 많다. 제주의 어머니, 해녀의 조업 안전을 보장하고 건강관리를 위한 지능형 한방케어서비스를 비롯한 청소년, 여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싶다.

Q. 재임 중 가장 보람됐거나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민간의 연구 속도를 따라 잡으려면 장비라도 밤낮없이 가동돼야 하는데 연구실 장비가 너무 없었다. 다행스럽게 제주도에서 지원을 해줘 ‘연구원’이 작년에야 비로소 ‘연구원’이 됐다. 쥐 등의 설치류 대체실험으로 사람과 유전자가 90% 동일한 제브라피쉬라는 물고기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유효성 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 결과 매실에서 기후변화를 대응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유효한 물질을 찾았고 손쉽게 가공하는 기술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외부과제 수주 실적과 도내 기업지원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한의약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한의약의 가치, 청정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나가겠다.

Q. 아쉬운 점도 많을 것이다.

연구나 성과 도출은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연구자가 근무하기 좋은 기관이 돼야 하는데 부족하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 우선이고, 우수 인력을 흡수할 여력도 필요하다. 디지털뉴딜 사업의 한 분야인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된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싶은데 아직은 힘에 부친다. 우선은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보장해주고 싶다. 그래야 연구원들이 한의약산업을 이끌 전문기관의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사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늘 숙제를 못한 느낌이다. 퇴임 전에 꼭 숙제를 마치고 싶다.

Q. 원장께서는 20년 넘게 환자들을 돌봐온 한의사다. 출범 6년째를 맞은 연구원 조직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린다면.

올해가 개원 5주년으로 소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고, 소아의 특성은 양유여음부족(陽有餘 陰不足)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한 활동성이 강해서 그에 따른 영양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애써 노력하고, 다투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계속 지원해줘야 성장한다는 의미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이젠 연구원이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췄고, 연구자로서의 열정을 가진 제주 청년들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올해 연구개발팀에 석사·학사 출신의 4급과 5급 연구원 수혈이 필요하다. 더불어 요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비대면 헬스케어 분야까지 집중하도록 지원이 되면 기혈정신(氣血精神)이 충만한 청년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송민호 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연구원 직원들. ⓒ제주의소리
송민호 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연구원 직원들. ⓒ제주의소리

Q. 제주 ‘한의약’의 경쟁력은 원료인 자생식물과 여기에서 의료 가치를 발굴해내는 연구 능력에 달려있다고 본다. 제주 자생식물, 연구 능력 각각의 경쟁력을 솔직히 평가한다면.

제주 자생식물에 관한 연구는 타 기관에서 이미 많이 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실험실을 통한 가치 발굴의 뒤를 따라가는 연구는 사실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이 분야의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다만 생각을 조금 달리하면 많은 길이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우수한 한약처방 등 수많은 임상자료가 있다. 문헌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한의사의 처방과 공동원외탕전을 통한 사업화의 길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의임상에 근거한 소재와 처방 응용 분야에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추진하는 벌독, 오공독, 살모사 독과 같은 독의약 소재 연구는 도내에서는 아마도 우리 연구원만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로 보고 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육상 식물독 소재와 해양독 소재로도 확대해 이 분야를 특화할 계획이다. 우리는 지금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Q. 최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한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내용인가.

올해 10월이나 11월경에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의료서비스센터가 완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센터 내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 연구기관과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고, 우리 연구원도 헬스케어 산업에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제주에서 의료사업을 계획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가능하면 연구원 전체 또는 헬스케어 분야를 옮겨 제주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다. 남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의학을 전공한 연구원이 없는 관계로 우리는 도내 임상 한의사와 연구 협력을 많이 해야 하는 동시에 수많은 임상자료를 손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전산의 힘을 빌려야 된다. 이를테면 한의임상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통한 질병 분석과 이를 한의 의료 기술과 접목해 국민에게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이 분야는 새로운 도전의 영역이고 참신한 아이디어 싸움이라 우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형 뉴딜정책인 그린뉴딜 ‘생약산업육성’과 디지털뉴딜사업에 지능형 사물인터넷 해녀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도내에 실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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