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의원, 문예재단·영상산업진흥원 통해 의견서 예술인 보조금 5년 내역 비공개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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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제주 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한 예술인들의 5년치 보조금 사용-정산 내역을 파악해 '뒷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가 제주 아트플랫폼 사업 관련 의견서를 작성한 예술인들을 상대로 보조금 지원내역을 조사하고 있어 보복성 '뒷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예술인들의 5년 간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 보조금 지원-정산 내역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으로 예술계를 얽맨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제주도의회 안창남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3월말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재단, 진흥원을 상대로 자료 제출을 비공개 요청했다. 요청 내용은 예술인 10여명에 대한 재단과 진흥원의 5년치 보조금 지원 및 정산 내역이다. 문제는 아트플랫폼 사업 관련 의견서를 도의회에 제출하는데 앞장선 예술인들을 겨냥했다는 사실이다.

제주 아트플랫폼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부지를 매입해 공공공연연습장을 비롯한 독립영화관,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유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비용은 매입 100억원에 리모델링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10여명은 지난 22일 ‘아트플랫폼 사업에 문화 예술인과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광범위한 숙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요청드린다’고 도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채택하려던 아트플랫폼 입장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총 81명의 의견서 동의를 얻었다. 이후 문광위는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추진에 대한 문광위 입장문 채택의 건’ 상정을 보류했다.

제주도의회가 집행부를 상대로 보조금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도정 운영, 정책 관련 자료를 수시로 요청한다. 하지만, 소수 특정인들을 지목해 보조금 사용·정산 내역을 요구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더욱이 문광위가 ‘재밋섬 매입 아트플랫폼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에서,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예술인들의 지난 보조금 사용을 살피는 것은 상식적인 의정활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는 블랙리스트 제약을 위해 보조금 실태부터 파악한 박근혜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2월 발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보면, 2014년 4월에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각 부처별 보조금 지원 실태 문제점을 점검하는 T/F(전담 부서)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이후 ‘민간단체보조금T/F’는 보조금 지원 내역을 청와대에 보고한다. 그렇게 탄생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서가 바로 ‘문제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민예총은 이날 긴급논평을 내고 “문화예술인들은 정파적 입장과 단순한 찬반을 넘어서, 합리적인 토론과 소통을 통해 아트플랫폼 사업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안창남 위원장은 서명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을 특정해 지원 내역을 요구했다. 이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입과 귀를 막겠다는 문화 검열이자 제주판 블랙리스트”라고 규정지었다.

더불어 안창남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와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한 재단, 진흥원에게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안창남 위원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해서 자료 제출 요청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광위가 내부 논의하던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문 채택’이 어떻게 해서 밖으로 알려져 예술인들이 의견서까지 제출했는지, 정보가 밖으로 나간 경위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내역을 파악할 게 아니라 예술인들에게 직접 의견서 제출 경위를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의정활동의 일환이다. 참고하기 위해 요청했다”고 대답했다.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사위원회, 검찰, 재단 타당성검토위원회 판단까지 끝나 이제는 생산적인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아트플랫폼에 대해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제주도의회. 이제는 한 술 더 떠 블랙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예술인 보조금 뒷조사나 하고 있어, 진정 제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관인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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