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성산 주민과의 대화..."제2공항 주민고통 무시 안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찬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정작 지역의 핵심 이슈인 제2공항에 대한 논의는 '입단속'에 나섰다.

원 지사는 31일 오후 4시 30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를 방문해 주민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성산 주민들과의 공식적인 대화는 지난 2018년 성산읍이장협의회와의 간담회 이후 3년만이다.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던 현장소통 일정을 진행하면서 대인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각 1곳씩 방문 일정을 정했다. 지난 24일 제주시 애월읍 주민들과 대화를 가진데 이어 서귀포시에서는 성산읍이 방문 대상지로 선정됐다.

코로나19 시국임을 감안해 참가자의 수도 제한을 뒀다. 성산읍 자생단체장 9명과 제주도-서귀포시 관계자 최소 인원만이 회의장에 자리했다. 참가자들은 △쓰레기 처리 문제 △성산읍 경유 버스노선 △낙후시설 개선 등의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다만, 이 과정에서 지역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 제2공항에 대한 의견 제시는 원천 제한됐다.

우선 제2공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온 단체들은 애초에 초대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제2공항 추진을 공식적으로 촉구해 온 단체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원 지사는 또 모두발언을 통해 제2공항과 관련된 발언을 삼가할 것을 권했다.

원 지사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도지사에게 의견을 물어봤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6년 성산읍 주민들이 토지거래가 묶여 받아 온 고통을 무시받으면 안된다는 원칙에서 입장을 강력하게 밝혔다"며 "국토부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찬반 문제가 아니라 길게 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며 "서로 찬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원한을 사고 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된다. 제주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해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하고 끌어안을 수 있도록 제주의 지속적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2공항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31일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아 주민과의 대화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제2공항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했던 이야기들로 반복하게 되면 밤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공항에 대한 얘기보다는 성산읍민을 위해 실익이 있는 의논이 오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약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대화 과정에서는 제2공항에 대한 논의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제2공항 반대 운동을 펼쳐 온 강원보 신산리장은 "도지사가 성산에 온다는 사실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주민들 간 편을 갈라놓고 이제 (제2공항)반대 주민들은 대화 상대로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의제를 미리 선정하거나 한 사실은 전혀 없다. 자발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시간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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