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48) 업무 중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일하다 생긴 골병, 나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자. 출처=픽사베이.
일하다 생긴 골병, 나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학교 급식실에서 20년가량 일해 온 노동자가 있었다.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어 치료를 위해 수술과 요양을 받았다. 오랜 기간 급식실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이미 정년에 가까운 나이였다. ‘나이가 들어가니 몸이 이곳저곳 고장 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까도 했지만 혹시 몰라 우리 상담소로 문의를 했다.  일하다가 발생한 질병이니 당연히 산업재해로 치료받으셔야 한다고 안내 했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결과 승인되었다. 수술비와 재활비, 그리고 근무하지 못한 기간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도 받게 되었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젊은 노동자의 이야기도 있다. 재활치료는 뇌졸중환자 등 중증환자의 치료행위이지만 물리치료사의 신체에는 부담이 되는 업무다. 물리치료사의 신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과 운동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증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신체에 하중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중증환자의 재활치료를 위해 환자를 침대로 이동시키던 중 순간적으로 물리치료사의 허리에 하중이 실렸고 그로 인해 수술까지 받게 된 사례였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승인되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치료였지만 산업재해로 신청을 한 것은 뒤에 어떠한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매일 아침 도로변을 물청소하는 대형 노면청소차가 있다. 노면청소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는 도로변이 제대로 청소되고 있는지, 혹여나 장애물은 없는지, 도로변과 차량의 폭이 제대로 되었는지 지속적으로 응시하며 운전해야 하는 업무이다. 오른쪽 방향과 사이드미러를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에서 응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상당기간동안 노면청소차 운전을 하던 노동자가 이로 인하여 목과 허리에 골병이 들었고,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어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다. 

위 사례는 지난 몇 년간 제주지역에서 근골격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몇몇 사례 중 일부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신청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는 듯하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저 나이 먹어부난 생긴 골병’이라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근골격계질환의 경우에도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업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산재보험법에서는 반복동작이 많은 업무,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 등을 ‘신체부담업무’로 규정하고 이러한 업무를 하다가 근육, 인대, 힘줄, 추간판, 연골, 뼈 등에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한다. 판단의 기준에는 신체부담정도, 직업력, 간헐적 작업 유무, 비고정작업 유무, 종사기간, 질병의 상태 등을 종합하여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아프면 산재다

한번은 건물, 공항, 아파트 등에서 미화업무를 하는 고령층의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 중이었다. 산업재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들 여기저기 쑤시다고 침맞고 파스 바르고 다니시죠? 그런 것 다 산업재해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집에서 쉬면서 적당히 운동도 하고 지내면 어땠을까요? 일하는 사람이 아프면 일단 산재입니다.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정도면 보험도 적용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순간 웅성웅성함을 느꼈다. 이내 여기저기서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노동자가 만성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해서 산재신청을 하면 불승인되는 경우도 많다. 근로복지공단에서 근골격계 산업재해를 판단할 때 퇴행성을 동반하는 경우 당사자의 연령을 이유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골격계 질병을 퇴행성질환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 공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공단의 내부 지침에 따르면 퇴행성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승인 판단을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업무관련성 판단을 하도록 한다. 또한 기존질병이나 연령의 증가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해당 업무로 인하여 그 질환이 악화되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업장이 바뀌어도 근속기간은 인정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반을 오랫동안 맡아온 보육노동자의 사례다. 영유아보육법상 보육교사 1인당 맡아야 하는 영유아의 수는 1세 미만의 경우 3명부터 시작해서 영유아의 연령에 따라 늘어난다. 만 2세 이상에서 만 3세미만인 경우는 교사 1인당 7명의 영유아를 맡아야 한다. 갓 태어난 세쌍둥이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조건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보육노동자에게도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발꿈치의 근골격계질환으로 수술과 요양을 받았다는 보육노동자의 질문은 현재 어린이집에서 일한지는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산업재해로 인정이 될 건지였다. 현재 어린이집에서 일한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불승인 되지는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추가로 확인해보니 이전 어린이집에서는 5년 이상 근무했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근속기간에 이전 직장의 것도 포함된다. 산업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역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동일한 업무를 이전 직장에서 해왔다면 그 기간까지 포함시켜서 근속 기간을 계산하게 된다.

일하다 생긴 골병, 나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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