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회의 9월 30일까지 평화공원 추념 시화전...“미얀마 전폭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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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작가회의 4.3 73주년 추념 시화전 개막식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19년째, 섬 구석구석 억울하게 스러져간 민중을 기억하며 시화전을 이어온 제주작가회의(회장 강덕환)가 올해는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의 뜻을 보냈다. 

제주작가회의는 4월 2일 제주4.3평화공원 문주에서 4.3 73주년 추념 시화전 ‘거기, 꽃 피었습니까’ 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작가회의는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에 4.3평화공원 공사 첫 삽을 뜨던 2003년부터 4.3 시화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4.3희생자나 유족, 체험자들의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데 방점을 뒀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을 비롯해 전국 곳곳 시인들도 동참하며 총 70편의 시화 작품이 평화공원 입구에 내걸렸다. 올해는 4.3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옥고를 치렀던 이산하 시인이 올해 처음 시화전에 참가했고, 4.3 당시 학살 주동자 박진경 연대장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의 생가를 직접 찾아가며 작품을 올린 안상학 시인 등 흥미로운 작품들이 여럿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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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작품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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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작품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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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작품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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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작품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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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작품들. ⓒ제주의소리

개막식에서 강덕환 회장은 “제문 쓰듯, 제물을 바치듯 제주 작가들은 매해 정성스레 시를 빚어 영령들 제단에 진설한다. 역사적 진실과 문학적 진실이 어떻게 만나서 세워질 수 있는지 늘 고민하고 있다. 아직 다 쓰지 못한 역사들이 남아있다. 아름다운 세상이 구현되는 날까지 제주 작가들은 멈추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양조훈 이사장도 “오랜 세월 정성을 모은 제주작가회의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 4.3평화재단 역시 더욱 분발하겠다”고 화답했고,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영령과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해온 작가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진 시 낭송 순서에서는 4.3을 몸소 체험한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이 자작시를 낭독하는 뜻 깊은 자리가 열렸다.

김성주 시인은 3살 당시 입산해 1년 동안 생활하다가 4살 때 내려왔는데, 이 사연은 김수열 시인이 ‘네 살짜리가 뭘 안다고……’라는 작품으로 창작했다. 

네 살짜리가 뭘 안다고……
- 김성주

김수열

오도롱 주재소였다
얘야, 착하지? 산에서 있었던 일, 다 말해보라, 어른들이 뭘 했는지, 아네? 뭐라 말했는지, 생각나네? 아는 거이, 생각나는 거이, 다 말해보라, 고럼, 사탕 주가서

오도롱 폭낭 아래였던가
허이고, 착하지이? 산에서 배운 노래, 불러보라, 원수와 더불어, 알아? 날아가는 까마귀야, 생각나멘? 아는 냥, 생각나는 냥, 한번 불러보젠? 게믄, 사탕 주커메

김성주 시인 역시 자신의 시 ‘몽돌 속에 용암이 산다’를 낭독했다. 함덕해변가에서 벌어졌던 집단 학살에서 아버지를 여읜 김정순 시인도 부모에게 대한 그리움을 담아 ‘무자년에게’를 낭독했다. 

김한결 무용수의 춤과 함께 허영선 시인의 시 ‘법 앞에서’ 단체 낭독 후, 작가들은 ‘미얀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제주작가회의 선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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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환 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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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시인(왼쪽), 김성주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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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무용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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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제주작가회의 사무국장이 미얀마 민중 연대 선언을 대표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선언문에서는 “21세기 백주대낮에, 비무장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폭력이 살아 판치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하여 우리 작가들이 어찌 침묵할 수 있겠는가”라며 “더욱이 20세기 중반 제주4.3이라는 대량학살을 경험했던 제주에서 자양분을 받아온 작가들은 동병상련으로 느끼는 단순한 연민이 아니다. 무참히 짓밟는 폭거에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펜을 들 수 밖에 없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더불어 “생각해보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학살이 제주4.3의 역사와 무관할 수 있는가. 단선단정을 반대하며 통일조국을 염원하다가 미증유의 국가 폭력을 경험했던 우리들은 세 손가락에 민주와 저항, 선거를 담은 미얀마 민중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전폭적인 연대를 보낸다”며 “우리 제주작가회의는 제주4.3 73주년을 맞아 미얀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언제, 어디서건 작가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방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중을 응원했다.

4.3 73주년 추념 시화전 ‘거기, 꽃 피었습니까’는 4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4.3평화공원 문주에서 상시 진행된다.

미얀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제주작가회의 선언

최근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민간인 학살은 우려상황을 넘어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인권유린이자 범죄행위다. 미얀마 군부가 취하는 행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 여성이나 노약자들까지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학살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백주대낮에, 비무장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폭력이 살아 판치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하여 우리 작가들이 어찌 침묵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20세기 중반 제주4.3이라는 대량학살을 경험했던 제주에서 자양분을 받아온 작가들은 동병상련으로 느끼는 단순한 연민이 아니다. 무참히 짓밟는 폭거에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펜을 들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학살이 제주4.3의 역사와 무관할 수 있는가. 단선단정을 반대하며 통일조국을 염원하다가 미증유의 국가 폭력을 경험했던 우리들은 세 손가락에 민주와 저항, 선거를 담은 미얀마 민중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전폭적인 연대를 보낸다.

이는 곧 문학이 폭력을 무너뜨리는 저항이자, 역사의 불꽃임을 믿는다. 따라서 우리 제주작가회의는 제주4.3 73주년을 맞아 미얀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언제, 어디서건 작가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방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2021년 4월 2일
(사)제주작가회의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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