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철 문학평론가, 신간 평론집 ‘문학의 중력’ 발간

출처=알라딘.

제주 출신 문학평론가 고명철이 새 평론집 ‘문학의 중력’(도서출판b)을 발간했다.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정치, 역사, 평화 등 굵직한 의제들을 주목한다. 저자는 “펜데믹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펜데믹 이후의 현실을 맞이해서는 곤란하다”면서 보다 진보적인 메시지를 평론에 담았다.

‘문학의 중력’은 5부로 나눠 모두 39편의 글을 실었다. 

1부의 부제는 ‘평화 체제를 향한 문학운동·정동’이다. 여기서는 분단의 극복과 평화 체제의 실천을 문학운동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의 성과와 남북 문학 교류의 새로운 동력을 위한 문학운동의 과제를 모색하는 글이 들어 있다. 또 북한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홍석중의 장편소설 ‘황진이’와 이경자의 분단 서사들, 김재영, 김현식 소설에 나타나는 분단의 문제의식에서 문학이 울리는 정서에 주목한다.

2부 ‘정치적 상상력을 수행하는 언어들’은 단재와 신동엽, 김수영으로 이어지는 혁명의 문학적 사유는 어떤 것인지를 세심히 살핀다. 그리고 이 문학적 사유들을 길어 올려 새로운 혁명의 동력을 구성하는 데 있어 재일조선인 등의 ‘한국어문학’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을 역설한다. 

3부는 일제 강점기, 제주4.3항쟁, 한국전쟁, 5.18광주항쟁 등 역사의 가시밭길에서 패배와 환멸을 껴안은 문학작품의 비평이 주를 이룬다. 출판사는 "4.3항쟁을 기억하고 증언한 서사들에서 정치윤리의 언어들을 캐낸다. 염상섭의 소설에서는 전쟁으로 삶의 기반과 기존 윤리의식이 붕괴되어 일상이 상처뿐인 전쟁미망인과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적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신생의 욕망을 읽어낸다"고 설명한다. 

4부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세태를 포착한 박완서의 작품과 위험하고 가파른 욕망을 드러내는 한승원의 소설들에서 자본주의·욕망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살핀다. 노동 안팎을 이루는 삶의 현실을 다룬 조영관의 작품과 매춘의 비루한 생을 그린 김우남의 소설 비평은 ‘삶의 심연으로부터 솟구치는 생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은미희의 성폭력에 대한 약소자의 증언을 ‘문학적 보복과 구원’으로 위무하기도 한다. 

5부는 저자가 ‘압록강의 접경지대를 응시하며’ 식민지 근대의 역사를 환기하고, 폭파된 압록강 단교에서 분단의 현실을 다시 새긴다. 

작가 정도상은 이 같은 시민군의 ‘역설의 숭고성’이 지닌 경이로움이야말로 우리가 쉽게 망각해서는 안 될 1980년 광주가 외롭게 지켜나갔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고갱이임을 서사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구성을 이루고 있는 시간은 광주 도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객관화하는 물리적 시간으로서 의미, 곧 계엄군에게 참담한 희생을 당하는 수난사로서 시간의 의미보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 속 수난의 시간을 항쟁의 역사적 승리자로 전복시키는 시간의 의미를 갖는, 즉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생성시키는 ‘역사의 시간’의 경이로움으로 발견된다. 그러니까 정도상의 소설 속 시간 구성은 좁게는 광주 민주화 항쟁, 넓게는 한국 민주화 항쟁의 ‘역사의 시간’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재구축하는 서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표면상 시민군을 에워싸고 있는 시간은 죽음과 절멸의 시간이 아니라 그것을 무화시켜버리는 또 다른 삶과 탄생의 시간이다.

- '5.18광주민주화항쟁: 낭만적 초월, 역설의 숭고성, 역사의 시간' 가운데 288-289쪽

저자는 책머리에서 “지구에서 살고 있는 뭇 생명체들과 공존·상생하는 생명체로서 인간에 대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것은 서구의 근대적 인식에서 핵심인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래디컬한 비판이 가열차게 펼쳐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인간중심주의에 뿌리를 둔 서구의 근대와 또 다른 ‘대안의 근대’를 모색해야 할 과제가 제기된다”면서 “작금의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열히 다그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래디컬한 비판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자 고명철은 1970년 제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70년대 민족문학론의 쟁점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변방에서 타오르는 민족문학의 불꽃-현기영의 소설세계’가 당선되면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문학의 중력 ▲흔들리는 대지의 서사 ▲리얼리즘이 희망이다 등 10여편이 있다. ▲격정시대 ▲김남주 선집 ▲장준하 수필선집 등 다수의 공저·공동편저 활동을 병행했다.

각종 문예지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젊은 평론가상, 고석규 비평문학상, 성균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구미중심주의 문학을 넘어서기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문학·문화를 공부하는 ‘트리콘’ 대표이자 ‘지구적 세계문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461쪽, 도서출판b,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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