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고 4시간 전만 해도 잘 있다고 즐겁게 놀다 오라고 말했는데” 눈물

“우리 아들이 얼마나 착한데. 아이가 안 생겨 3년이나 고생한 끝에 귀하게 낳은 아들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너무나도 착한 아이를 이렇게 일찍 데려가고.”

6일 오후 5시 59분경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큰아들 이모 씨(32, 경기)를 떠나보낸 아버지 이모 씨(64, 경기)와 어머니 박모 씨(60, 경기)는 기자의 팔을 부여잡고 헤아릴 수 없는 울음을 토해냈다. 

이 씨 부모는 아들이 가지고 있다가 사고 충격으로 잃어버린 휴대폰과 지갑을 찾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고 싶은 답답한 마음을 갖고 7일 오후 2시께 2차 감식이 진행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어머니 박 씨는 ”60살 먹은 나랑 (삶을)바꿨으면 좋겠다. 나는 살 만큼 살았지만 내 아들은 아직 어리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냐“라고 오열했다. 

아버지는 “평소에 꼭 한번 제주도 한라산에 있는 백록담을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번도 올라간 적 없다며 그저께 김포공항에 데려다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아들 얼굴을 보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하지 않았다. 어제 2시까지만 해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나도 즐겁게 보내고 오라고 통화했는데 밤 9시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씨 부모는 처음 아들의 비보를 전하기 위해 연락한 동부서 직원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내려온 어머니와 아버지는 병원에 안치된 아들의 시신을 보고 오열했다. 

사고가 난 355번 버스 내부. 사고 충격으로 차량 내부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사고가 난 355번 버스 내부. 사고 충격으로 차량 내부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큰아들 이 씨는 평소에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며 평범하게 살아온 직장인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제주 한라산 백록담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혼자 제주를 찾은 참에 봉변을 당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이 씨는 4.5톤 화물트럭이 덮친 버스에 치여 심정지가 온 뒤 끝내 숨졌다. 

아버지 이 씨는 “조사를 명확히 해서 사고 원인을 잘 밝혀줬으면 좋겠다. 다른 유족분들과 합동으로 조사에 참여하고 싶다.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으니 마음이 어떻겠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날 2차 현장감식에 동행한 다른 피해자 유가족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하는 등 떠나보낸 고인을 애타게 불렀다.

이번 사고는 6일 오후 5시 59분께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산천단 인근으로부터 제주시내 방향으로 내려오던 4.5톤 화물트럭이 1톤 트럭과 버스 2대를 덮치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중상자 5명을 포함한 60여 명이 다치는 등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물트럭 운전자 A씨(41, 대구)는 한라봉 등 만감류를 싣고 7시 30분께 완도행 배를 타러 제주항으로 향하던 길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과 페이드 현상(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제동을 걸면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는 현상)에 따른 사고로 보고 A씨를 교통사고특례법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에 따라 구속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7일 오전 10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가 난 4.5톤 트럭에 대해 정밀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10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가 난 4.5톤 트럭에 대해 정밀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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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 제주시 오라이동 한 자동차공업사에 입고된 281번 버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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