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18) 제 점은 자기가 하면서 다닌다

* 지가 : 제가, 자기가
* 호멍 댕긴다 : 하면서 다닌다

김연희 심방이 마을 사람들에게 각산받음 제차를 하는 모습. 출처=강만보, 제주학아카이브.
김연희 심방이 마을 사람들에게 각산받음 제차를 하는 모습. 출처=강만보, 제주학아카이브.

사람은 의지가 굳고 강하다가도 일이 꼬이고 어려움이 겹칠 때는 암담한 처지에 빠지는 수가 있다. 마치 동굴 속에 갇힌 것처럼 출구를 찾지 못할 때가 왜 없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일이 풀릴 낌새가 보이질 않는다. 자기 일인데, 누구에게 호소하겠는가. 되는 일은 없고 답답할 때면 누구나 한두 번 혹은 서너 번 점집을 찾아간 경험이 있으리라.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언제쯤 운이 돌아와 승진이 되기는 할 것이며, 된다면 언제 될 것인가. 점을 외면하던 사람도 발품을 팔게 마련이다. 절박한 문제일수록 마음이 급하고 기다리려니 초조하다. 시간이 갈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점점 그에 집착하면서 찾게 되는 게 점이다.

아내는 어느 외딴 산간마을에 살던, 40년도 더 된 판수(소경 점쟁이) 얘기를 지금도 한다. 이러저러한 집안일은 그렇고, 두 아들 진학에 관한 것이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1, 3학년에 재학하던 두 아들이 어느 대학에 들어갈 것 같으냐고 물었단다. 점을 보고 끝날 무렵에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을 것이다. 계속 1, 2등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라 당연히 ‘S대란 답’을 기대한 것이었다. 

한데 그 앞을 못 보는 점쟁이가 입에서 나온 말, “두 아들 모두 서울대학교에 못 들어갑니다.” “예?” 단호한 어조에 깜짝 놀란 아내가 반사적으로 나온 반문이었을 것이다. “오는 일이니 두고 보세요. 절대로…”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그날의 큰 충격 때문일 테다. 나도 아내의 얘기를 들으며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한데 과연이었다.

잠 치며 내는 돈은 복채라 한다.“놈의 돈 공으로 먹지 아니헌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 참 희한한 일이다. 그 자리만 모면하면 될 것인데, 그 판수가 점치러 온 사람 비위를 쑤셔 놓아가며 ‘안된다’를 명확히 하다니….

세상에는 용한 점바치(점쟁이)가 있는 법이다. 입소문을 타는 것이다. 하지만 역술이라는 게 적중률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점을 치는 것은 그 한때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적 요인 탓일지 모른다. 하다 보면 더러 맞추기도 할 것이고.

자신의 문제는 자기대로 풀어야지 남에게 의존하거나, 남에게서 답을 구해서 되지 않는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방책을 찾고 접근 방법을 강구하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추는 게 맞다.

‘지 점은 지가 호멍 댕긴다.’

결국 자기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해결해 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그렇게 제 삶은 제가 요량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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