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중심, 제주의 관문 ‘용담 도시재생’] ① 용담1동 기본생활 SOC 개선, 주민참여 설계 완성

태초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한라산이 솟아오르고, 백록담에서 두 줄기 큰 내(川)가 흘러 넘쳐, 다시 바다와 만나 용연을 이루어 마을이 형성된 곳.

2001년 2월 ‘용담동지’를 발간한 이경선 용담동지 편찬위원장(전 제주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용담동에 대해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처럼 용담1동은 위로는 바다와 만나고 양쪽으로 한천·병문천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용담동 제사유적을 대표적으로 탐라국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품고 있는 제주의 중심 마을이다. 과거 교통의 요지로서 한때 1만3000명이 넘는 인구수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7000명 선까지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용담동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주민 주도의 민관협력을 통해 정주 여건이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제주시 용담1동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추진이 대표적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도시공원을 비롯한 주요 거점들을 탈바꿈하고, 단절된 길처럼 주민들이 가장 크게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골목길을 보기에 좋고 걷기도 좋은 모습으로 재구성한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속에 민관이 함께하는 도시재생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용담1동 도시재생 사업대상지. 

 주민 정주 여건 개선 위한 도시재생

용담1동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초적인 주민 정주 여건 개선’이다. 정부가 정한 ‘생활 SOC 국가적 최저 기준’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500가구 이상 1곳, 생활체육시설은 1인당 면적 4.2㎡, 휴식 공간으로서 1인당 공원 면적은 9㎡를 갖춰야 한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최저 기준이지만 용담1동은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다.

작은도서관, 생활체육시설, 소공원·어린이공원·근린공원 모두 용담1동 안에 마련돼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노인교실도 한두기 마을회관과 노인회관이 있지만 시설·프로그램이 미약하고, 건강생활지원센터 역시 제일 실버복지센터 1곳뿐이라 도보 10분이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담1동 도시재생은 ▲용담 중앙공원 ▲옛 삼담치안센터 부지 ▲놀이도서관과 문화센터 확충 등의 필수 인프라 개선을 핵심 사업으로 정해놨다.

용담 중앙공원은 47년간 장기 미집행 상태다. 이곳을 제주시를 대표할 만한 생태문화형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용담 주민의 1인당 공원 면적을 현재 0㎡에서 4㎡까지 높인다. 동시에 도로(용한로) 때문에 도보 이동이 막힌 부러리마을과 하천 복원 사업으로 동선이 막힌 병문천 하류 한두기마을에 보행 다리를 설치하면서 공원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초안 단계라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용담공원 개편 모형도. 초안 단계라 실제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초안 단계라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위쪽 사진은 부러리마을 동선이 도로 때문에 단절된 현재 모습. 아래쪽 사진은 보행 다리 설치 예상도. 초안 단계라 실제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초안 단계라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위쪽 사진은 하천 복원 사업으로 한두기마을 이동이 막힌 하천 하류. 아래쪽 사진은 양쪽을 잇는 보행도로 예상도. 초안 단계라 실제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용담1동 중심 지역에는 지상 3층 규모의 놀이도서관 겸 문화센터를 구축한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마을공동체 활동, 문화·교육·돌봄 등 기존 용담1동에 미흡했던 기능을 보강한다.

삼담치안센터가 있던 부지를 활용해 주민문화 공간과 디지털 마을 역사관을 구축하고, 방치됐던 비룡못터는 어울림마당으로 개편한다. 옛 금화목욕탕 건물과 굴뚝, 그리고 지하수 자원은 족욕장을 포함한 휴식 공간으로 바꾼다. 구석구석 마을 정원과 마을 안길에 볼라드 조명, 담장 허물기, 공공미술 등을 입히는 등 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로 재생한다.

# 용담, 도시재생 이끄는 힘 ‘주민’

용담1동 도시재생 활성화의 역사는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20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 대상지로 선정됐고, 이듬해 3월 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설립된다. 이때부터 2021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 신청을 앞둔 현재까지 용담1동에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동력이 됐다.

2019년부터 공식적인 주민 의견 수렴 횟수만 387건에 이른다. 설문조사, 주민의견서, 찾아가는 마을회의, 리빙랩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주민협의체 회의도 13차까지 진행하며 주민들은 지역에 변화를 가져올 도시재생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는 단체 위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민 개개인을 방문하는 마을회의도 병행했다. 올해는 용담1동 주요 공간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모으는 ‘마음의 지도’ 마을 아카이브 시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용담1동 주민협의체 11차 회의 모습.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용담1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시재생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제공=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2021년 용담1동 도시재생대학 수료식 모습.

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는 향후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추진할 때, 사업 내용마다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설계하는 단계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수혜자로서가 아닌 적극적인 주체로서의 주민 역량을 용담1동에서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석형 용담1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은 “현장에서 만난 용담1동 주민들은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대해 무척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용담 공원, 단절된 마을길, 부러리마을 개선 등 오랫동안 주민들이 숙원사업으로 인지하고 있던 사안들을 도시재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2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400건에 달하는 주민 의견 수렴은 다른 도시재생 사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소통이라고 자부한다.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소소한 기회까지 마련하며 용담1동 도시재생 활성화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서 “현재 계획에 대해서도 바꾸거나 빼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거의 없을 만큼 현장 밀착형 계획을 구상했다. 앞으로 사업 선정이 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듯이 설계와 기획 단계에서부터 민관이 함께하는 도시재생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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