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74) 시간을 거슬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1.

시간의 속도와 관련하여 흔히 하는 말에 50대는 ‘시속’ 50km, 60대는 60km, 70대는 70km로 달린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감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인데, 실감을 느끼려면 여기에 50km씩을 더해야 한다.

곧 50대는 100km, 60대는 110km, 70대는 120km로 달린다. 나는 지금 71살인데,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어제가 월요일인가 했는데 벌써 토요일이다. 일주일이 휙 지나가고 한 달이 휙휙 사라지고 일 년이 휙휙휙 넘어간다.

나이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말은 시간의 상대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뜨거운 불 위에 손을 얹은 사람은 1분이 1시간 같고 지옥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에게 1시간은 1분과 같고 천국과 같을 것이다.

나이 들어서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니 뭐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70년이 눈 깜박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그러니까 인생은 결코 길지 않고,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2.

이 짧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잘 사는 것―다른 말로 하면 시간의 선용이다. 이것이 인생의 성패와 행·불행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선용을 위해서는 첫째, 끊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강제나 의무가 수반되는 일은 늘 우리를 불편하고 불행하게 한다. 철조망에 갇힌 군인들은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면서 억지로 시간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나는 40년 동안 공직에 있었는데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공무원을 별로 보지 못했다. 직업이 자아를 실현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어야 하는데,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직업은 밥벌이의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봉사하는 삶이다. 나는 겨울이 오면 ‘연탄 배달 봉사’를 하는데 봉사하면서 낯을 찡그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타인을 위해 뭔가 착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봉사자들의 마음을 따뜻이 데워주기 때문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말기암 환자들이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수많은 봉사자들이 땀흘려 일하고 있다. 힘들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그들의 가난한 심령엔 평화가 깃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사랑이 없다면 삶은 빈 껍데기와 같고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삶의 가장 숭고한 목표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사진은 2013년 장일홍 작가가 발간한 희곡집. 출처=네이버.

3.

셋째, 이건 제일 중요한 건데……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청춘의 가장 빛나는 보배이긴 하지만 늙었다고 사랑을 포기해선 안된다. 다큐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지 않던가!

온갖 경전 가운데서 으뜸은 성서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이다. 거기엔 사랑의 향연이 화사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지식을 알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즐거움이자 고통이며 지독한 번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사랑이 없다면 삶은 빈껍데기와 같고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삶의 가장 숭고한 목표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내 생애 단 한 번의 사랑’, 운명적인 사랑을 나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시간을 거스르는 한이 있을지라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고 외치고 싶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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