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19) ‘월령 선인장’으로 건강한 제주 꿈꾸는 김성대 제주선인장마을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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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바닷길을 따라 형성된 선인장 군락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거친 제주 바닷가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자생해 온 천연기념물 ‘손바닥선인장’. 먼 옛날 해류를 타고 열대지방으로부터 밀려와 제주 해안가에 야생하게 된 국내 유일의 선인장군락지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마을이다. 

이 곳에서 ‘월령 손바닥선인장’의 효능을 살려 건강한 제주를 일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성대(68) 제주선인장마을 대표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해안과 바위틈, 마을 골목길 돌담 사이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선인장을 토대로 차와 비누를 만들어 제주를 알리고 사람들의 건강 증진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김성대 대표.

그는 타지역 사람들이 월령리 자생 선인장 열매를 사 가는 모습을 보고 제주의 것을 지킴과 동시에 제주를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꿈을 펼쳐내는 중이다. 

월령리 선인장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2011년 9월이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손바닥선인장이 훌륭한 마을자원이란 것을 알아차린 셈이다. 강인한 선인장의 생명력처럼 백년 기업을 꿈꾸고 있다.  

국가 천연기념물 제429호이자 제주도지정기념물 제35호인 ‘제주 월령 선인장’을 통해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관광객들에게 선인장을 체험해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6차산업 인증업체 제주선인장마을 김성대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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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제주선인장마을 대표. 그는 천혜의 제주 자연을 벗 삼아 자생하는 강인한 선인장처럼 다부진 제주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지닌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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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제주선인장마을에서 자라는 '손바닥선인장'. ⓒ제주의소리

“육지로 팔려가는 선인장 열매를 보고 안타까웠어요. 우리 제주에서 자생하는 식물임에도 소득은 타지역 사람들이 다 가지고 갔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연구해 차와 비누를 만드는 등 제주를 알리고 농촌이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천혜의 제주 바다 풍광을 벗 삼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해안을 따라 자생하며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내는 ‘월령 선인장군락’. 

월령 선인장은 손바닥을 닮아 손바닥선인장이라고 불리며,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선인장 가운데 유일한 자생종이다. 월령리 해안가를 비롯해 마을 어귀부터 형성된 돌담을 따라 매력을 뽐내고 있다. 

해류를 타고 남쪽 먼 곳에서 밀려와 해변 바위틈에 붙어 자생하기 시작한 월령 선인장은 예로부터 민간약으로 소담제나 해열제로 쓰였고, 마을에서는 뱀이나 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담에 심어두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중국 명나라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과 중국 청나라 조학민(趙學敏)이 편찬한 본초학서 ‘본초강목습유’에도 선인장에 대한 설명과 약효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본초강목 권20에는 선인장과 관련해 ‘선인장초(仙人掌草)’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암석의 벽에 붙어서 나고 모양이 사람의 손바닥과 같으므로 이름지어졌다. 잎은 가늘면서 길고 봄에 나며, 겨울이 되어도 여전히 살아 있다. 맛은 약간 쓰고 떫으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고 저술된다. 

이어 ‘대변을 볼 때 피가 나오며 항문이 뒤집혀 나오는 병증으로 피를 설사할 때는 감초와 함께 술에 담가 복용한다’, ‘불기운에 말리고 가루 낸 다음 기름에 개어 어린아이의 백독창(머리에 흰잿빚 비듬이 생기며 머리털이 빠지는 병증)에 발라 준다’고 나와 있다. 

또 본초강목습유 권8 과부하에 따르면 선인장 열매 ‘선장자(仙掌子)’에 와 관련해 ‘이것을 먹으면 수명을 늘일 수 있으므로 천세자(千歲子)라고도 한다’며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위를 튼튼하게 하거나 다리심을 증가시키거나 오랜 설사를 제거한다’고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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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인장 열매로 만든 '백년초차'. 사진제공=제주선인장마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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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선인장 비누 베이스를 녹여 향료와 식용색소를 첨가한 천연수제비누 세트. 사진제공=제주선인장마을. ⓒ제주의소리

김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기 전 선인장에 달린 열매를 타지역 상인들이 사 가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어 직접 서울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상인들이 선인장 열매로 술을 담아 건강주를 만들고 사이다에 넣어 건강 음료로 판매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당시 가격으로 2000원에 선인장 열매 1kg을 사가 1만 원에 판매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제주의 것이 타지역 사람의 손에 팔리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한국식품연구원에 가공 식품개발과 성분분석 등을 의뢰하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선인장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 김 대표는 선인장을 믹서에 갈아 삼베 면에 짜낸 즙을 먹고 난 뒤 용변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과 즙을 짜낸 손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경험하고 차와 비누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선인장 공원을 조성하고 한발 앞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던 일본으로 향해 어떻게 하면 월령 선인장을 뛰어난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두 눈으로 확인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했다. 

노력 끝에 김 대표는 당시 북제주군의 연구 용역비 지원을 얻어내고 선인장을 식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행정기관을 통해 식품공전에 등재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선인장 분말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월령 선인장은 다른 곡류나 채소류, 과일류보다 많은 양의 칼슘이 함유돼 있었으며, 비타민 C와 식이 섬유소도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연구 보고서에는 △동물실험에서 천식 관련 기관지 근육 이완 효과 △동물실험에서 위 손상 억제효과 등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학술논문에는 △대뇌 신경보호 △장기 기억 향상 △변비개선 효과 △항동맥 경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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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선인장마을에서는 직접 만든 선인장 비누 베이스를 녹여 수제비누를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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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틀에 녹인 원료를 부어 굳히면 형형색색의 모양과 색을 가진 비누가 탄생한다. ⓒ제주의소리

김 대표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자생하는 월령 선인장의 과립차를 개발하고 비누를 만들어 아프리카 등지에 수출함과 동시에 군에 납품하는 등 소득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당초 생각했던 건강한 제주를 떠올리며 주변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포부로 제품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선인장을 지역 농가로부터 수매했다. 10%가량의 최소한의 양을 제외한 모든 원료를 수매한 것.

김 대표는 “처음 업체를 운영할 때부터 지역 농가들이 재배하는 선인장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나.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수매도 힘들게 됐지만, 점차 밝아질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아 운영하던 직판장 문을 닫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생산부터 제조, 체험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을 시작하게 됐다. 관광객이 직접 선인장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그 효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진심 어린 그의 노력은 16년 지난 지금에도 통했다. 보습력이 뛰어난 선인장 천연수제비누 만들기 체험이 농촌관광경영체 비대면 체험꾸러미에 선정된 것. 덕분에 제주를 포함한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비누 만들기 체험꾸러미를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 학생들에게 제주 선인장에 대해 알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광객을 유도해 제주 농업농촌을 홍보하고, 제주의 것들을 지켜갈 수 있다는 희망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집이나 학교에서 간단하게 비누를 만들어볼 수 있는 비대면 체험꾸러미를 통해 위생과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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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만들기 체험을 진행 중인 한 어린이. 김 대표는 다양한 틀을 통해 원하는 모양의 비누를 만들 수 있어 어린이들이 체험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사진제공=제주선인장마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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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틀을 통해 여러가지 모양과 색을 가진 비누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체험꾸러미는 학교 과학 실습시간에 활용하기 좋게 제작됐다. 비이커와 삼발이, 알코올램프 등을 이용해 선인장 수제비누 베이스를 녹이고 향료와 식용색소를 넣어 잘 저은 뒤 원하는 틀에 넣어 굳히면 된다. 

김 대표는 산성이나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약알칼리성을 띠는 비누를 확인하는 과정도 과학 교육의 좋은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정력은 유지하되 피부 자극을 줄일 수 있는 약알칼리성 비누를 만들며 과학적 효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20여년 전 일본은 이미 6차산업을 시작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조금 늦었지만 제품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확인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과정을 통해 고객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체험하러 온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아이들은 비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줌과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지역 농가를 비롯한 제주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길은 6차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나 제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푸른 제주 바다와 어우러지는 돌담 그리고 해안가에서 천혜의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제주 월령 선인장처럼 강인하고 건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김 대표의 미래가 기대된다. 

제주선인장마을 / 제주선인장마을비누박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남로 418 /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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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모양의 수제 선인장 비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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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선인장마을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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