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20) 오창학 농업회사법인 가뫼물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빚은 늘어가는데 아이는 쑥쑥 자라고, 감귤값도 폭락하니 절박한 심정으로 길가 노점상을 차렸어요.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고객들이 귤을 따보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죠. 생산과 제조, 체험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힘을 경험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체험감귤농장을 꾸려 흑돼지가 키우는 감귤 생산부터 감귤즙, 감귤칩 등 제조업와 감귤 따기 체험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을 일구고 있는 오창학(53) 농업회사법인 가뫼물 주식회사 대표. 

제주의 살아있는 농촌 생태계를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5만5000여㎡의 도내최대 규모 체험농장을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체험공원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꾸려가고 있다.

나비 생태공원,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동물원, 곤충의 성장 과정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곤충 박물관 등 감귤체험과 함께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해 관광농원의 꿈을 펼치고 있는 오창학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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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학 농업회사법인 가뫼물 주식회사 대표. 그는 도내 최대규모 체험농장을 꾸려 6차산업의 꿈을 펼쳐가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오 대표가 최남단체험감귤농장의 문을 연 것은 지난 1999년. 제주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아버지가 계신 고향 서귀포시 남원으로 돌아오게 됐다. 

아버지의 감귤밭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마음먹고 감귤 농사를 열심히 지었으나 돌아오는 건 감귤값 폭락과 늘어가는 빚이었다. 수확비도 안 나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 대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남원읍 공천포 인근 길가에 노점상을 차렸다.

소비자를 만나러 직접 나서니 어두운 창고에 갇혀만 있던 감귤들은 세상 빛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판매량이 늘더니 소비자 중 더러는 감귤나무를 직접 보고 귤을 따가고 싶어하기도 했단다. 

그때부터 노점상에서 고객들을 농장까지 데려가 직접 감귤을 따볼 수 있도록 체험시켰다. 1차산업과 3차산업이 만나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일찍이 알게 된 것이다. 

오 대표는 여름에는 가온하우스에서 나는 귤을 팔고, 겨울에는 체험과 노지감귤을 통해 돈을 벌며 농장을 연지 3년여 만에 빚을 다 갚게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장사 수익금을 농지 구매와 농장 증축에 투자하며 체험농장 설립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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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방문객. 사진=가뫼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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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체험감귤농장에서는 감귤 체험과 함께 토끼와 프레리독 등 동물들과 곤충류,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농장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귤 이외의 다른 품목도 포함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방문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소비자를 만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수확체험이란 것을 일찍이 깨달았던 오 대표는 수확체험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곤충, 동물 등 여러 가지를 도입했다.

또 도민은 감귤밭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체험농장을 굳이 방문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민 대상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전국 마케팅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했다.

이에 따라 오 대표는 여러 체험을 도입함과 동시에 ‘체험 활동지’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체험 과제를 수행해 활동지에 스티커를 붙여와 과제를 끝낼 경우 선물을 제공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더했다. 체험의 즐거움과 교육적 의미를 더해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은 방문객들에게 교육과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게 됐다. 더불어 자연스레 제주의 감귤과 농촌 생태계를 보여주며 제주를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이를 통해 최남단체험감귤농장은 ▲6차산업 인증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우수관리인증(GAP) ▲대한민국 스타팜 체험농장 ▲농촌교육농장 ▲현장실습교육(WPL)장 지정 ▲우수체험공간 지정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 등 성과를 달성했다. 

더불어 오 대표는 △대한민국 석탄산업훈장 △제주도지사 표창 △농림축산식품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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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뫼물이 생산하는 감귤로 만들어진 감귤즙 상품. 사진=가뫼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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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따기 체험을 통해 담아갈 수 있는 바구니. 직접 딴 감귤을 양껏 담아와 비닐봉투에 넣어가면 된다. ⓒ제주의소리

또 체험의 힘을 알게 된 그는 최근 ‘나만의 감성 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개발해 농촌관광경영체 비대면 체험꾸러미에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나만의 감성 초콜릿 만들기 체험은 녹인 초콜릿을 짤주머니에 넣어 따뜻한 물에 녹인 뒤 감귤칩 위에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으로 감귤 초콜릿의 맛과 동시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를 포함했다.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간편함도 장점이다.

이처럼 오 대표는 20여 년 전 깨달은 6차산업의 힘을 통해 최남단체험농장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6차산업에 대해 그는 “결국 농업농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을 하는 분들이 농장 규모를 방대하게 키우는 것보다 특색있고 확실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키우는 것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며 “규모만 생각하다 보면 답이 없다. 농업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다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교육이나 환경적인 부분도 농업과 접목해 뛰어난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장에 자원들이 많이 있잖나. 하다못해 돌멩이와 풀도 다 자원이다. 자원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교육적인 부분이나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농업이 가야할 길”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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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관광경영체 비대면 체험꾸러미에 선정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납품할 수 있게 된 ‘나만의 감성 초콜릿 만들기 키트’. 사진=가뫼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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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감성 초콜릿 만들기 키트’는 감귤칩 위에 녹인 초콜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창의적인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제주의소리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으니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의 힘을 빌리고 있는데 몇 년 뒤에는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며 “점점 부족해지는 일손에 맞춰 기계를 이용하는 등 스마트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아 진로를 그쪽으로 잡았다. 나는 아들이 공부하고 난 뒤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둘 것”이라며 “딸 역시 치유농업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딸과 아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오 대표는 농업과 사회를 연결하는 사회적 농업도 실현할 계획이다. 소외계층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농장을 만들어 농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제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농업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심어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꿈을 펼치고 싶다는 것. 건강한 제주의 농업농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의 미래는 주황빛 색이 예쁘게 물든 감귤처럼 탐스럽다.

농업회사법인가뫼물 주식회사 / 최남단체험감귤농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위남성로 168

가뫼물이 생산하는 감귤로 만들어진 감귤즙 상품. 사진=가뫼물. ⓒ제주의소리
가뫼물이 생산하는 감귤로 만들어진 감귤칩 상품. 사진=가뫼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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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뫼물 최남단감귤체험농장 입구. 가뫼물은 가물어도 항상 물이 흐르고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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