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6) 미래지향적 교육 나아가기 위한 교육당국 노력 절실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줄이자는 교육계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민구 도의원(민주당, 도의회 부의장)이 4월 13일 주최한 ‘교육공무직 현황 및 과제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교육공무직 현황 및 과제 모색을 위한 도의회 토론회. 출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공무직 현황 및 과제 모색을 위한 도의회 토론회. 출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학령인구 감소, 전화위복 기회
이날 발제로 나선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의 새로운 과제들이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일상적인 학교 안전을 위한 조건의 확보를 위해 학급당 학생밀집도를 대폭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학급당 학생을 20명 선으로 낮추고, 이후보다 획기적으로 15명 전후로 낮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안전과 더불어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자”며 “학급당 학생 수 감소는 민주적 상호소통 중심의 학교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교원 수 감축 정책을 재검토하고,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제주지부 역시 3월 24일 제주도교육청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유아는 14명 상한을 법제화하자고 주장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습 공백뿐만 아니라 훨씬 많은 부분에서 공백을 담당하고 있다”며 “띄엄띄엄 등교로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서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은 제주에만 545개교”라며 “과밀학급은 등교일 내내 방역의 사각지대가 되므로 학급당 학생 수에 상한을 둬 안전한 학교 수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안전한 대면 수업뿐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는 24일 오전 10시 제주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학급 당 학생 수 20명(유아14명) 상한 법제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는 24일 오전 10시 제주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학급 당 학생 수 20명(유아14명) 상한 법제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학생 수 줄이자 발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해 11월 입장문을 내고 유, 초, 중,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중앙정부, 각 시도교육청, 교육공동체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학급당 적정 학생 수는 교육을 질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효과적인 교수학습 활동과 생활지도, 학업성취도 제고 및 교직원 근무 여건 개선 등 교육활동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또한, 학급당 학생 수는 국가별 교육의 비교 기준은 OECD 교육지표 중, 교육여건을 판별하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발표된 OECD 교육지표 2020(기준연도 2018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OECD 평균에 근접해 가고는 있으나,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충남교육청, 유치원부터 학생 수 줄이겠다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한 교육청도 있다.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일환으로 먼저 유치원 학급편성 기준을 조정하는 계획을 올해 4월 중순에 발표했다. 

충남교육청은 만 3세 반은 현행 15명에서 14명으로, 만 4세 반은 20명에서 18명으로, 만 5세 반은 25명에서 20명으로 낮추는 등 평균 16.7명으로 유치원 학급편성 기준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충남교육청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법제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유치원 교육환경부터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개선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 병설유치원은 만 3세 반은 20명, 만 4세 반 22명, 만 5세 반은 26명이다. 충남교육청 학급당 평균 유아 수는 18.33명, 전국 평균은 20.56명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평균보다 높다.

특히 방학 중에는 유치원방과후전담사 혼자서 8시간을 유아들을 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방과 후 과정을 희망하는 모든 유아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입장.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방학 중 유치원방과후전담사에게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유아들에게도 좋지 않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유아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여름방학부터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래 지향적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도의회 토론회에서 송 교수는 “지식과 통찰력, 민주시민의 소양을 갖고 학생들이 고차적 사고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러기 위해서 교과서 중심의 학교 수업은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며 우리 교육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유리 서울교육청책연구소 연구위원(서울교육이슈페이퍼. 2016.)은 “이미 교육선진국인 핀란드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교육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2016년 국가 핵심교육과정에 교과목을 폐지 시키고, 토픽으로 가르치는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켰다”며 “이는 학교가 더 이상 개인 위주의 정답 도출 교육 및 학업 성취지향 교육은 지양해야 할 시점에 왔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미래 지향적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보편적 교육복지의 확대와 교육 불평등의 방지, 감염병에 따른 학교 안전 체제, 공공적 학교 돌봄의 확대 등 학교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것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더 나아가 15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자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이탄희 민주당 의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제주지역 교육 주체 모두가 학급당 학생 수 20인 이하 법제화를 나서야 한다.

법안 개정 이전, 교육청 선제적 노력 필요
법안 개정 이전이라도 제주도교육청이 할 수 있는 노력부터 찾아서 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30명인 545개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병설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를 전국 평균으로 맞춰 나가고, 충남교육청처럼 학급당 유아 수를 17명 이하로 낮춰 나가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도 제주지역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도교육청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하기를 바란다.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교육선전국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