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2)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천미천 공사구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제주는 뛰어난 생물다양성과 독특한 생태환경을 가진 섬이다. 세계적 수준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의 환경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그칠 줄을 모른다. 특히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야 할 행정당국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는 너무나 안타깝다. 제주 하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매해 수해예방을 목적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시행된 하천정비사업만도 29곳, 공사비는 3357억 원을 훨씬 넘는다. 문제는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옥이나 농지의 홍수 피해가 잦아 정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당연히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계획을 수립하거나 과도한 정비계획으로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예산 낭비까지 자초하는 사례가 많다.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으로 알려진 천미천은 한라산에서 발원하여 조천읍과 구좌읍, 성산읍, 표선면에 걸쳐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천을 따라 울창한 활엽수림이 길고 긴 숲을 이루고 있고, 하천 곳곳에 크고 작은 수많은 소(沼)가 산재해 있어 아름다운 경관과 주변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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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 공사구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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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 공사구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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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 공사구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그러나 천미천은 과거 하류 지역의 정비사업에 이어 최근에는 중류 지역까지 하천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천미천 공사계획은 약 12km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구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업배경은 태풍 내습 시 많은 양의 빗물이 흘러 월류 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홍수 예방사업을 통해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을 예방한다고 되어 있다. 공사내용은 호안에 전석쌓기 형태로 둑을 쌓는 방식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교래리와 송당리 지역은 천미천의 중류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천미천 전체 본류와 지류들 중에서도 소(沼)들이 많아 생태적 가치는 물론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난 지역이다. 또한 천미천의 환경적 조건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다양한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지역 천미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 도민 및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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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천미천.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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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간 인근 타운하우스 개발 현장.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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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쌓기 공사가 완료된 구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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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간 인근 개발행위. 사진=이영웅. ⓒ제주의소리

따라서 무리한 계획으로 공사를 강행하기보다는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공사구간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비사업이 계획된 구간을 직접 확인한 결과에서도 사업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낮은 구간들이 많았다. 하천 주변 토지이용현황에서 주택이나 농지가 아닌 숲 지대 또는 목장용지인 경우지만 이 구간을 정비사업 대상으로 놓고 있었다. 

수백억 원의 공사비를 감안하면 차라리 상습 침수지역을 매입하고 하천구역에 편입하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 있는 대안일 수 있다. 또한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과 무단 개간 등으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이 급증해 발생하는 수해 피해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되어야 한다.

긴 시간을 거쳐 제주의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제주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소중한 자연유산인 제주의 하천이 그 모습 그대로 지켜지길 바란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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