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중섭 12점 기증 후속 조치 발표...“증축, 신축 비롯해 인력·예산 개선 추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던 이중섭 원화 12점이 제주도민 품에 안겼다. 제주도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이중섭미술관의 시설, 인력, 예산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29일 제주도청 본관 2층 삼다홀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갖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인 삼성가(家)로부터 이중섭 화가의 대표 작품 12점을 기증받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소장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9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이중섭 원화 12점 기증 관련 브리핑을 개최했다. 출처=제주도.
제주도는 29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이중섭 원화 12점 기증 관련 브리핑을 개최했다. 출처=제주도.

기증 작품은 지난 1951년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 포함됐다.

이중섭 화가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연인이었던 이남덕 여사에게 보냈던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서귀포와 관련이 있는 ‘게(蟹)’와 가족, 물고기, 아이들을 모티브로 1950년대에 제작한 은지화 2점도 함께 전달됐다.

특히 이번 기증 작품을 통해 이중섭 화가가 한국 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난 왔던 제주의 생활과 함께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중섭 화가의 1년 남짓한 서귀포 생활은 피난 이후 그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전해지는 시간이다. 1951년 서귀포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초가집 사이로 눌과 나목, 전봇대, 섶섬이 어우러져 제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출처=제주도청.
이중섭미술관에 기증되는 이중섭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 출처=제주도청.
출처=제주도청.
이중섭, 해변의 가족. 출처=제주도청.
출처=제주도청.
이중섭, 비둘기와 아이들. 출처=제주도청.
출처=제주도청.
이중섭의 은지화. 출처=제주도청.
출처=제주도청.
이중섭,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출처=제주도청.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 엽서화, 아이들과 끈. 출처=제주도. ⓒ제주의소리
출처=제주도청.
이중섭의 은지화. 출처=제주도청.
출처=제주도청.
이중섭의 은지화. 출처=제주도청.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의 엽서화. 출처=제주도. ⓒ제주의소리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의 엽서화. 출처=제주도. ⓒ제주의소리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 현해탄. 출처=제주도. ⓒ제주의소리
제공=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 물고기와 두 어린이. 출처=제주도. ⓒ제주의소리

이중섭 화가가 가족을 그린 그림들은 일본에 있는 부인과 두 아들과의 재회의 꿈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기증 작품에 포함된 <해변의 가족>들은 초록색 바다를 배경으로 새들과 가족이 하나가 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과 끈> 작품은 아이들이 서로 끈을 통해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구성 방법은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발견되며 이중섭 화가 작품의 대표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희룡 지사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기증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전쟁과 피난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눴던 이중섭의 작품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희망의 백신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중섭 화가의 귀한 작품을 기증해주신 삼성가에 감사드리며, 기증 작품을 지역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하고, 활용할 것을 약속한다”고도 말했다.

브리핑에 참여한 이왈종 이중섭미술관 운영위원장도 “미술관 초기, 원화 한 점 없어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앞으로도 미술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9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이중섭 원화 12점 기증 관련 브리핑을 개최했다. 출처=제주도.
이왈종 화백(맨 왼쪽)이 이중섭 기증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제주도.

제주도는 이번 이중섭 대표작 기증의 뜻을 이어받아 지속적인 작품 확보와 더불어 이중섭미술관 인근 부지를 활용해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전시 공간을 넓히고 관람객 편의를 제공해 지역 문화 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이중섭미술관 주변 9100㎡를 중심으로 발전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가장 시급한 미술관 시설은 옛 서귀포 관광극장이 있는 자리를 활용한 증축, 기존 미술관을 허물고 새로 짓는 신축 등 여러 대안이 검토되는 상황이다.

내년이면 개관 20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관장 없이 소수 학예 인력으로 운영해온 문제 역시 해결될 전망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김태엽 서귀포시장은 “시설 확충과 함께 인력, 예산 문제도 함께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중섭미술관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십 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이중섭 원화 12점은 앞으로 제주도가 소장 뿐만 아니라 관리까지 담당한다. 그러나 공공수장고에는 복원 인력 1명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가의 원화 기증을 계기로 제주 안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할 공공수장고 운영 계획 역시 필요해 보이는 상황.

브리핑에 함께한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복원 전문 인력 부족은 계속 문제로 남아있다. 향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이중섭 기증 작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기증 작품들은 이중섭 화가의 기일인 9월 6일을 전후로 특별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삼성가(家)의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이 소장한 이중섭 원화 작품은 59점이 되며, 이중섭 서지 자료 및 유품 등 37점을 포함하면 소장 작품은 총 96점이 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