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공약 4.3-강정마을 갈등해결 주효...특별자치도 과제 등은 낙제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자로 취임 4년차를 맞는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제 고작 임기 1년을 남겨두게 됐다.

꼬박 4년 전인 2017년 5월9일 실시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제주도민의 선택은 문재인이었다.

16만9493명이 문 대통령을 선택해 제주지역 득표율은 45.51%, 전국 평균에 비해 4%p 이상 높았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다는 공식이 그대로 통용됐다.

2017년 4월 18일 대통령선거 후보로 제주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7년 4월 18일 대통령선거 후보로 제주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 배경에는 제주지역에 특화된 공약을 바탕으로 표심을 관통한 것이 주효했다.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일성과 함께 제시된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은 제주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에도 '평화·인권·환경수도 제주'를 핵심기치로 내걸고 제주 8대 공약을 세분화 했다.

취임 초 제시한 제주지역 주요 공약은 △제주특별자치도 완성 △4.3해결 국가책임 약속 △제주신항만 조기개항 및 제주2공항 개항지원 △제주국립공원 지정 및 하논분화구 복원 추진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 △전기차 보급확대 및 실증사업 지원 △농산물 해상운송물류비 지원 등이다.

남은 1년, 그간 추진해 온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된 문재인 정부에서 제주 공약은 어디까지 진전됐을까.

◇ 특별법 개정-수형인 명예회복...4.3유족 눈물 닦았다

제주4.3 해결 국가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성과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4.3희생자와 유족의 간절한 숙원이었던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올해 초 통과됐다.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가 폭력에 대한 배·보상 책임이 분명해졌고, 4.3 추가 진상조사의 가능성도 열렸다. 

평생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살아왔던 생존수형인과 행방불명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조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군사재판 수형인은 4.3위원회가 법무부에 일괄직권재심을 권고할 수 있게 됐고, 일반재판 수형인도 개별 특별재심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앞서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세 차례나 4.3희생자추념식에 직접 참석한 것부터 유족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군경 최고 책임자 역시 4.3영령 앞에 고개를 숙이며 국가에 의한 폭력을 인정한 것도 큰 의미를 지녔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이번 정부 들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8년 4월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4월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사면복권, 해군 공식사과 진전

또 하나의 치유 과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으로 인해 불거진 강정마을의 갈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강정마을 주민 등에 대한 사면복권을 추진하고, 공동체 회복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대로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문 대통령의 임기 초반 철회됐다. 지난해 말에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던 강정주민 등 18명을 특별 사면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입지 선정의 절차적 정당성, 추진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 등에 대해 해군 수장이 주민들 앞에 공식 사과했다. 10여년 간 첨예하게 이어져 온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해 용서를 구했고, 강정마을회 역시 이에 화답했다.

해군과 강정마을은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통해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사업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키로 했다.

비록 강정마을 내에는 여전히 해군기지에 대한 반감을 갖는 주민들이 남아있어 완전한 해결을 이루진 못했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자치도 실현약속 '낙제점'...'형평성 논란' 또 발목

당초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던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포함된 제주 공약은 '4.3해결'과 '특별자치도의 완성' 2개 과제였다. 4.3해결 과제와는 달리 "제주를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언은 다소 공허하게 됐다.

후보 당시 문 대통령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국가사무는 넘어왔는데 예산이 없다면 반쪽 자치에 불과하다. 자치분권 시범도로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국세이양, 면세특례 제도 확대를 약속했다.

특히 "풀뿌리 자치 실현을 위해 시장직선제가 됐든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됐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문 대통령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국세 이양과 자율성 부여 등 핵심 권한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다. 혹시나 싶었지만 7단계 제도개선안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풀뿌리 자치 실현'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잃을 우려가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모델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됐던 행정시장 직선제 역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 부처의 '형평성 논란'에 번번히 가로막힌 결과다. 

그나마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범모델로 운영중이던 자치경찰 구상 역시 어그러지면서 제주는 불안전한 폭탄을 떠안게 됐다.

◇ 국립공원 확대-하논분화구 복원 등 환경공약 '제자리걸음'

제주를 동북아 환경수도로 키우겠다던 비전 역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문 대통령은 "제주의 자연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곶자왈, 오름 등은 귀중한 생태자원"이라며 △국립공원 대상 확대 △송전철탑 및 송배전선로 지중화 △하논 분화구 복원 △전기차 특구 지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과 관련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 확대 면적을 당초 계획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줄였지만, 이마저도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송배전선로 지중화사업 사업도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올해 초가 돼서야 제주형 뉴딜사업에 포함되면서 간신히 회생 기회를 엿보게 됐다.

하논분화구 복원 논의 역시 군불만 때다가 정작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상당한 학술·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농산물 해상운송물류비 지원 역시 문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도민사회에 실망감만 안겼다. 특히 제주도와 지역구 국회의원, 농민단체 등이 한 목소리를 모아 수 차례 정부에 요청했지만, 역시 지역 형평성 문제를 꺼내들며 반영되지 않았다.

◇ 정부 결단 앞둔 제2공항, 부담은 여전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2공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전제가 있다면 제주도와 도민들 사이에, 공항 예정지 주민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2월 취임 2년차를 맞아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제2공항 건설과 관련 "제주공항은 완전히 포화상태여서 제주도 발전이나 도민들의 이동권을 위해 공항을 확장하거나 제2공항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는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제2공항 갈등을 두고 주요 기점마다 원희룡 제주도정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거듭해왔다. 제주도는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토부로 공을 넘겼고, 국토부는 '제주도의 요청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 같은 구도에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협의로 실시된 여론조사는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반대 의견이 명확하게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다시 제주로 내려보냈다. 이에 원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제2공항 정상추진' 입장을 국토부에 회신했다.

결국,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왔다. 현재는 공석이 된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될 경우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임기 말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연설을 통해 남은 국정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코로나19, 부동산 문제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제주지역 현안에 대한 발언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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